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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쌍용, 대우… IT서비스업계서 이어지고 있는 '인생 역정'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기업을 사람으로 친다면 그중엔 분명히 팔자가 센 기업도 있을 것이다.

1998년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국내 대기업들치고 사연이 없는 기업이야 없겠지만 유독 '인생 역정'이라 부를 만큼 끈질긴 스토리를 써내려가는 몇몇 대기업 계열 IT기업들이 있다.

IT서비스업계에 희미해진 옛 대기업그룹의 브랜드가 되살아나고 있다. 최근 동양네트웍스는 새로운 주인을 맞으며 ‘동양시스템즈’라는 이름을 되찾았다. 또 아이티센그룹은 ‘쌍용정보통신’을 인수하면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2012년 5월 ‘대우정보시스템’은 AT커니가 지분 인수를 통해 새로운 주인이 된 이후 메타넷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과거 영광을 누리던 대기업그룹이 그룹 와해 등으로 역사속으로 사라져가는 가운데 마지막까지 생존한 기업들이라는 점이다.

동양시스템즈는 동양그룹의 IT서비스기업으로 지난 5월 항만해운 IT솔루션 업체인 싸이버로지텍 최장림 전 대표가 오너 겸 CEO로 취임했다. 최장림 대표는 7월 글로벌 금융산업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의 비전 선포식과 동시에 새로운 도약 및 대외 이미지 재구축을 위해 ‘동양네트웍스’를 ‘동양시스템즈’로 상호를 변경키로 했다.

동양증권, 동양생명 등 금융계열사와 동양시멘트, 동양매직 등의 제조 및 건설 계열사를 가지고 있던 동양그룹은 2013년 유동성위기가 불거지면서 해체의 길을 겪었다. 동양증권이 유안타증권으로 바뀌고 동양매직이 SK매직으로 바뀌는 등 계열사의 주인도 제각각 바뀌었다.

이 와중에 동양시스템즈도 동양네트웍스로 사명이 바뀐 이후 여러 부침을 겪었다. 주인이 3-4차례 바뀌기도 했다. 그럼에도 ‘동양’이라는 브랜드는 유지해왔다. 새로운 오너가 된 최장림 대표도 동양 브랜드를 포함해서 인수했으며 동양네트웍스가 동양시스템즈 상표도 가지고 있어 이번 사명 변경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다.

동양시스템즈는 메타넷대우정보(전 대우정보시스템)과도 인연이 있다. 메타넷 그룹에 인수됐던 대우정보시스템이 2014년 당시 동양네트웍스 IT서비스 부문(현 동양시스템즈)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적이 있다. 결국 실사과정에서 인수 포기를 선언했지만 성사됐다면 메타넷 그룹은 ‘동양’과 ‘대우’ 두 대기업 그룹 브랜드를 소유할 수 있었던 셈이다.

대우정보시스템 자체도 부침이 있었다. 재계서열 2-3위를 지켜왔던 대우그룹은 1999년 워크아웃에 돌입한 후 그룹 해체를 통해 와해됐다. 이후 대우인터내셔널은 포스코인터내셔널, 대우건설과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을 대주주로 하고 있으며 대우종합기계는 두산인프라코어 등으로 바뀌었다.

현재 ‘대우’ 브랜드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등이다. 다만 그룹이 와해되며 캡티브 마켓이 없어진 대우정보시스템은 매출 부침을 겪다 AT커니, 메타넷 그룹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국내 중견 IT서비스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리나라 첫 그룹 시스템 통합(SI) 기업이었던 쌍용정보통신은 아이티센 그룹에 인수되면서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쌍용정보통신은 1981년 설립됐으며 쌍용양회 계열사로 출발했다. 1998년 쌍용그룹이 와해되면서 마찬가지로 캡티브 마켓의 실종으로 스포츠 SI, 국방 SI 등 특수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영업을 전개해 왔다.

그룹은 와해 됐지만 쌍용 브랜드는 현재도 쌍용자동차, 쌍용건설, 쌍용양회 등 매각되거나 주인이 바뀐 상황에서도 살아남아 있다.

결과적으로 과거 영광을 누리던 대기업 그룹의 IT계열사는 대부분 새로운 주인을 만난 셈이다. 그룹 내 물량(캡티브)을 중심으로 안정적 성장을 해오던 이들 기업은 그룹이 와해되면서 어려운 시절을 겪었다. 하지만 시장에서 이들 기업이 가진 ‘브랜드’에 주목했으며 결국 중소, 중견기업에 인수됐다.

공통점은 이들 인수된 기업이 과거 해외진출이 활발했던 그룹사 계열사라는 점이다. 쌍용, 동양, 대우 모두 제조, 중공업 등 분야에서 해외에서 적극 사업을 전개한 그룹사다. 결국 해외시장에선 아직 ‘통하는’ 이름이라는 것이다. 실제 동양, 대우 등 업체는 동남아 시장에서는 아직 브랜드 인지도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동양시스템즈 관계자는 "동양과 오리온이 같은 CI를 쓰고 있는데 모두 해외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과거 이들 대기업 그룹이 해외진출 당시 현지에 학교를 세우는 등 공익사업도 전개했는데 이러한 이미지가 현지에 남아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때문에 새로 주인이 된 기업들이 인수 기업의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메타넷대우정보는 2020년 초 대우정보시스템에서 이름을 변경했다. 사명 변경은 ‘메타넷’ 브랜드 통합으로 계열사 간 협업 시너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그룹 일원으로서 소속감과 일체감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됐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2004년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이후 2011년 롯데정보통신에 인수된 현대정보기술도 2019년 7월 1일 롯데정보통신에 흡수 합병되면서 소멸 법인이 됐다. 8년여 만에 ‘현대’ 브랜드 없앤 셈인데 롯데 그룹이라는 브랜가 분명히 있는데 굳이 현대를 유지할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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