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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저스틴 선의 ‘디파이 실험’…트론 디파이 생태계 활성화될까

박현영

선 토큰 로고./출처=Tron Medium Blog
선 토큰 로고./출처=Tron Medium Blog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블록체인 플랫폼 트론의 저스틴 선(Justin Sun) 창립자가 자신의 이름을 딴 디파이 암호화폐 ‘선(SUN) 토큰’을 선보이는 등 디파이 실험에 앞장서고 있다. 디파이 프로젝트 ‘저스트’에 이어 선 토큰까지 저스틴 선과 트론 재단의 디파이 실험이 계속되는 가운데, 트론의 디파이 생태계가 활성화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트론의 디파이 실험은 ‘현재진행형’


트론 재단은 지난 2일 선 토큰의 첫 채굴, ‘제네시스 마이닝’을 시작했다. 참여자들은 암호화폐 트론(TRX)을 스테이킹해두면 보상으로 채굴된 선 토큰을 받을 수 있다. 스테이킹이란 암호화폐의 유동성을 묶어두고 그 대가로 보상을 받는 것을 말한다. 선 토큰은 스테이킹 수량에 따라 지급된다. 블록체인 상 스마트컨트랙트로 금융 서비스를 구동하는 게 디파이인 만큼, 선 토큰 채굴 역시 모든 과정이 스마트컨트랙트로 이루어진다.

트론이 주도한 디파이 프로젝트는 선 토큰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스테이블코인 대출(랜딩) 서비스인 ‘저스트’가 승승장구하고 있다.

트론 블록체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저스트는 암호화폐 트론(TRX)을 맡기고 스테이블코인 USDJ를 빌릴 수 있는 서비스다. 서비스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거버넌스토큰’ 저스트(JST)가 따로 있으며, JST는 현재 여러 거래소에 상장돼지난달 가격이 크게 오르기도 했다. 또 지난달에는 트론 기반 탈중앙화거래소(DEX)인 ‘저스트스왑(JustSwap)’도 선보였다.

◆트론 재단 “디파이에 올인 중”

이처럼 트론 재단이 직접 디파이 서비스를 주도하는 이유는 현재 이더리움 플랫폼에만 치중돼있는 디파이 생태계가 트론 플랫폼에서도 활성화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새로 나오는 디파이 서비스들도 대부분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하므로, 재단이 직접 나서 트론 기반 서비스를 출시하고 홍보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론 측도 이런 시도들이 이더리움에 도전하기 위한 ‘디파이 실험’이라고 밝혔다. 트론 재단은 블로그를 통해 “선 토큰은 단순히 디파이 유행에 편승해 발행한 ‘밈(Meme, 인터넷 상 모방) 코인’이라기 보다는 디파이 실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선 토큰은 트론 디파이 생태계의 잠재력”이라며 “메이커다오, 컴파운드, 와이파이 등 탈중앙화 방식으로 운영되는 디파이 서비스들이 대부분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하지만, 선 토큰이 트론의 디파이 커뮤니티를 발전시키길 바란다”고 밝혔다.

저스트스왑 출시 때에도 저스틴 선 창립자는 “저스트스왑은 이더리움 기반 유니스왑보다 훨씬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한다”며 “트론 재단은 디파이 활성화에 ‘올인(All-in)’하고 있다”고 전했다.

◆디파이 실험 결과는?…‘모방’ 아닌 ‘고유 서비스’ 개발돼야

선 토큰 마케팅은 어느 정도 초기 효과를 보였다.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 후오비, 게이트아이오 등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선 토큰을 상장한다고 공지했다. 이에 선 토큰을 채굴하기 위해 트론(TRX)을 스테이킹하는 사람이 늘었다. 15일 현재 선 토큰 채굴에 묶여있는 트론 규모는 3한화로 약 3273억원에 달한다. 또 선 토큰의 선전 덕분에 비트코인(BTC)을 비롯한 주요 암호화폐 가격이 크게 하락한 지난 4일에도 트론(TRX)과 저스트(JST) 가격은 상승세를 유지하기도 했다.

‘이더리움 대체재’를 공략한 점도 효과를 봤다. 트론 재단이 주도한 디파이 서비스는 모두 이더리움 기반의 기존 서비스들을 모방했다. 저스트는 메이커다오를, 저스트스왑은 유니스왑을, 선 토큰은 와이언파이낸스의 와이파이 토큰을 따라한 작품이다. 트론 재단 측도 직접 “선 토큰은 트론 버전 와이파이토큰”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저스트스왑의 특징도 유니스왑과 비교하면 설명해왔다.

이에 지난 4일 이더리움의 거래 수수료가 급등하자 디파이 투자자들이 트론 블록체인으로 자금을 옮기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더리움 대체재’ 마케팅이 효과를 본 셈이다.

다만 이 같은 효과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지가 관건이다. 트론 재단의 ‘올인 전략’에도 불구, 예치금 순위 상위권을 기록 중인 디파이 서비스들은 여전히 이더리움 기반이다. 이더리움 기반 서비스들을 모방한 게 아닌, 트론 기반의 고유한 서비스들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재단이 직접 주도하지 않아도 사용자들이 직접 트론 기반 디파이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한 국내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선 토큰 출시 소식 이후 트론 가격이 급상승했지만 이는 단기적인 시장의 반응일 뿐"이라며 "디파이 서비스는 사용자 커뮤니티의 힘이 가장 중요한데 트론은 커뮤니티의 결집력이 이더리움보다 훨씬 약해 트론 기반 디파이 서비스들이 오래 가기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저스틴 선이 트론의 수장으로서 총대를 메고 트론 기반 디파이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 점은 좋지만, 오래 가는 고유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론 재단은 트론 기반 디파이 서비스를 만드는 개발자에게 자금을 지원해 고유 서비스 개발을 독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저스틴 선 창업자는 지난 6일 트위터를 통해 “트론에서 디파이 서비스를 개발하는 개발자를 위해 기금을 조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출시된 서비스들도 재단 손을 벗어나 탈중앙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도 중요하다. 디파이 서비스들은 거버넌스토큰 보유자들의 투표, 즉 커뮤니티 주도로 서비스를 운영하며 탈중앙화를 지향한다.

트론 재단은 “선 토큰은 벤처캐피탈 투자나 프라이빗 투자를 받지 않았으며, 오픈소스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해 커뮤니티가 전적으로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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