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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TT, 넷플릭스에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넷플릭스로 대변되는 글로벌 대형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국내 콘텐츠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토종 OTT 플랫폼의 차별화 전략과 함께, 콘텐츠 산업 전반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진흥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2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은 ‘OTT 플랫폼 사업자의 경쟁력제고 및 활성화방안’을 주제로 온라인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이상원 경희대 교수가 ‘OTT산업 경쟁력제고 방안’을, 노동환 콘텐츠웨이브 정책협력팀장이 ‘국내 OTT 사업자 정책지원 방안’을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이상원 교수<사진1>는 향후 글로벌 OTT 시장이 2017년에서 2023년까지 6년간 2.67배 성장하는 가운데,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가 이를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시장에서도 넷플릭스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4월 닐슨코리아클릭 조사 기준 36%로, 웨이브(20%)·티빙(14%)보다 압도적인 1위이며 향후 40%대까지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넷플릭스의 영향력 확대가 장기적으로는 국내 콘텐츠 제작·거래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에 대한 콘텐츠 유통 의존이 커지면 국내 사업자들의 협상력은 약화될 것이며, 불법적이거나 감당하기 힘든 계약을 종용받을 수 있다”며 “넷플릭스의 시장지위 확대가 국내 미디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잘 생각해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이 교수는 국내 OTT 사업자의 차별화 전략과 함께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전략적 제휴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해외의 경우 디즈니플러스 역시 출시 전 21세기폭스와 훌루를 차례로 인수했고, AT&T는 HBO맥스 출시 전 타임워너를 인수하는 등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콘텐츠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것을 기본 전략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 국내 시장 역시 사업자간 전략적 제휴를 모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노동환 팀장<사진2> 또한 국내 OTT 서비스가 자금력과 콘텐츠 면에서 해외 플랫폼과 정면 경쟁을 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봤다. 노 팀장은 “국내 방송사와 제작사가 넷플릭스 자본에 의존하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고, 특히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유튜브의 점유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자본에 의한 콘텐츠 독점이 공정경쟁인지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국내외 OTT간 공정한 경쟁환경을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노동환 팀장은 “단지 해외 사업자가 망 이용료와 세금을 낸다고 해서 역차별이 해소되는 게 아니다”라며 “콘텐츠 제작을 위한 규제완화, 제작 재원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 등 최소규제 원칙을 유지하되 앱마켓 사업자의 인앱 결제 유도나 콘텐츠 저작권을 침해하는 불법 유통 등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창훈 MBC 콘텐츠사업부장은 콘텐츠제공사업자(CP)로서 느끼는 위기감을 공유했다. 이창훈 사업부장은 “현재 회당 20억원 이상 제작비가 들어가는 콘텐츠는 넷플릭스 없이 제작할 수가 없다”면서 “현실은 국내 OTT 사업자나 콘텐츠 사업자가 글로벌로 진출하려 해도 A급 좋은 콘텐츠는 넷플릭스가 다 가져가고, B급 이하만 웨이브며 티빙이며 가져가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사업부장은 “지상파뿐만 아니라 그나마 성장해오던 CJ ENM이나 JTBC도 최근 역성장이 시작될 정도로 국내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송사들의 기본수익 구조는 붕괴하고 있고, 광고시장도 VOD 시장도 무너지는 상황인데 IPTV사들은 넷플릭스 제휴에 목매는 상황”이라면서 “OTT 경쟁력 제고도 중요하지만 그 밑의 뿌리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CP의 경쟁력 제고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뚜렷한 컨트롤타워 없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3개 소관부처로 나뉜 정책 현실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김희경 성균관대 교수는 “방통위는 규제를 준비하고 있고, 문체부와 과기정통부는 제각각 OTT 주도권을 주장하고 있다”면서 “OTT 시장에 방해되지 않으려면 현재 추진 중인 OTT정책협의체를 통해 세 기관이 함께 저작권 분쟁이나 시장조사, 글로벌 진출을 위한 사전검토에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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