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최첨단 자랑하던 도쿄증권거래소, 전산사고… 한국증권거래소는 문제없나?

박기록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세계 3위 규모를 자랑하는 도쿄증권거래소(TSE)가 지난 1일 하룻동안 전산장애로 개장하지 못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지난 2005년 11월, 대규모 전산장애로 반나절 동안 거래가 중단된 적이 있지만 아예 통째로 하루를 날려버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콩 사태로 인한 반사이익을 통해, 글로벌 금융허브 전략을 더욱 강화해왔던 일본으로서는 이번 도쿄증권거래소의 치명적인 전산장애로 체면을 구기게 됐다.

역설적이게도 도쿄증권거래소는 일본 정부가 지난 수년간 가장 역점을 두고 시스템 개선에 전력을 기울여온 곳이었다는 점에서 일본이 받는 충격은 상당히 커 보인다. 노후화된 시스템에서 발생한 사고가 아니라 최첨단 시스템에서 발생한 장애라는 점에서 사안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일본 금융청은 이날 사고가 발생하자 ‘도쿄증권거래소의 거래 정보를 전달하는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했고, 이에 대한 원인 규명과 복구를 지원할 것’이라며 사태 수습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번 사고에 대한 일본 언론들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이번 도쿄증권거래소 전산사고의 1차 원인은 데이터저장 장치인 디스크의 오류에서 시작됐다.

개장전인 1일 오전 7시쯤, 도쿄증권거래소 1호 서버의 데이터(주식정보) 처리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그런데 이럴 경우에 대비해 이를 대신 처리할 2호 서버로 데이터가 넘어가지 않아 거래 자체가 불능상태에 빠졌다는 것이다. 즉, 병렬처리시스템에서 장애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병렬처리시스템의 장애는 국내 금융권에서도 간혹 발생한다. 그러나 그 원인은 다양하다. 하드웨어의 오작동, 또는 데이터값이 잘못 입력되거나 데이터관리 소프트웨어의 오류 등이 원인일 수 있다.

◆후지쯔 ‘애로우헤드’(Arrowhead) 아키텍처에 문제있나?

도쿄증권거래소의 전산사고가 발생하자 이날 일본의 IT기업인 후지쯔도 경영진이 직접 공식 사과에 나섰다.

후지쯔는 지난 2010년 도쿄증권거래소와 공동으로 ‘애로우헤드’(Arrowhead)로 명명된 차세대 증권거래시스템을 개발했다. 당시 말썽 많았던 도쿄증권거래소 전산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강렬하게 반영된 사업이었다. 그리고 이 아키텍처를 중심으로 꾸준한 업그레이드를 거쳐왔다.

이후 후지쯔는 지난해 11월, 거래 속도를 기존보다 획기적으로 개선한 ‘애로우헤드’ 신버전을 도쿄증권거래소에 장착한 바 있다. 하지만 새버전을 장착한지 1년이 채 안된 시점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도쿄증권거래소의 전산사고 원인과 관련, 일본 금융당국의 조사는 시스템의 속도를 기존보다 획기적으로 올렸을 때 과연 데이터(정보)의 전달(흐름)이 안정적으로 확보되느냐의 여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도쿄증권거래소의 새 ‘애로우헤드’(증권거래시스템)의 주문 응답 시간은 기존 0.3밀리 초에서 0.2밀리 초로 빨라졌으며, 정보 전달 시간도 1,0 밀리 초에서 0.5 밀리 초로 대폭 향상됐다. 밀리 초(millisecond)는 1000분의 1초를 의미한다.

◆한국증권거래소(KRX)의 시스템은 안정적인가?

금융 전산시스템은 그 복잡성과 민감성, 또 데이터 처리의 폭증 때문에 항상 알 수 없는 장애발생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도쿄증권거래소 전산사고는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한 반면교사다.

지난 2014년부터 가동에 들어간 한국증권거래소(KRX) 시스템인 ‘엑스츄어 플러스’도 넓게보면 속도의 개선이라는 동일한 이슈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시스템 개통이후 현재까지 치명적인 전산사고는 발생한 적이 없다.

다만 한국증권거래소의 ‘엑스츄어 플러스’도 도쿄증권거래소처럼 x86서버 기반, 개방형 OS(리눅스)를 채택하고 있으며 또 속도의 증가와 함께 업무 처리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야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고에 각별히 주목해야한다는 지적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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