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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2020] “통신비 비싸! 5G 안터져” 예상된 때리기, 근거는 글쎄…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역시나 5G와 가계통신비 정책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화두로 떠올랐다. 통신비 인하와 함께 5G 품질 관련 질의가 예상대로 쏟아졌지만, 산업계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5G와 통신산업 이해도 부재, 통계 오류 등 “때리기 위한 때리기” 질의가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국정감사를 통해 5G 커버리지, 과도한 요금 등을 집중 질의했다. 통신비 인하는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이었던 만큼, 여당이 국감에서 가계통신비를 공략하는 시나리오는 예견된 바 있다.

이와 관련 우상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5G 서비스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고가 13만원 요금까지 받는 것은 지나친 폭리다. 미국은 LTE 요금제에 10달러를 더해 5G 요금제를 받는다”며 “현재 불합리한 통신요금 체계를 단순 구간화하고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통신사 LTE, 5G 등 공급원가는 3만원 중반대며,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5만원 초반대다. 통신사들이 수치가 잘못됐다고 하지만, 그들이 작성했는데 안 맞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당 한준호 의원은 1GB당 요금 단가가 없다는 점을 꼬집으며, 통신요금제 산정기준을 문제 삼았다. 한 의원은 “국민정서에 맞는 저가 요금제로 구성해야 한다”고 말을 보탰다.

이와 관련 통신업계는 통계 오류를 지적했다. 공급비용 원가는 요금제와 무관하게 2G부터 5G까지 포함시켰는데, 수익으로 제시한 금액에는 저렴한 청소년‧실버 요금제와 선택약정‧결합할인 등 할인금액, 부가세를 반영하지 않아 과다하게 부풀려졌다는 설명이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3만원 중반대 원가라고 돼 있는 부분은 실제 5G‧LTE만 아니고 다른 통신서비스도 포함하고 있다”고 대답하자, 우상호 의원은 통신사를 대변하는 부적절한 답변이라며 통계에 대해 부정하지 말라고 말을 막기도 했다.

현재 5G 통신서비스는 월 4만5000원부터 최대 13만원까지 요금제가 구성돼 있다. 미국처럼 LTE에 10달러를 더하는 방식으로 5G 요금제를 개편하면, 오히려 현재보다 5G 요금제가 비싸지는 구간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KT는 월 4만5000원에 기본데이터 5GB를 제공하는 5G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내놓았다. 기본데이터 3GB를 제공하는 LTE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데이터온 톡’은 월 4만9000원으로, 5G 요금제보다 비싸다.

전혜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5G 서비스가 안정될 때까지 대리점과 판매점에서 5G 단말 구매 때 LTE 가입을 혼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은 5G 상용화 초기 LTE 가입을 허용한 사례를 보면, 한국이 이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것은 통신사 의지 문제”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5G 자급단말의 경우, LTE 신규가입을 허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통신사가 LTE 사용을 허용하는 것보다, 근본적으로 제조사가 LTE 전용 단말을 출시하는 노력이 함께 선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제조사 주요 전략 단말은 5G로만 출시되고 있다.

5G 커버리지 논란도 계속됐다. 아직 5G 전국망이 갖춰져 있지 않은 만큼, 일부 지역과 실내 커버리지 구축 현황이 부실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여당 공세에 민간사업자가 경쟁하는 통신서비스를 정부의 공공재로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신사는 수천억원대 주파수 할당대가를 납부하고, 사업자 재원으로 통신망을 구축하고 있다. 원가개념을 단순 적용해 시장에서의 가격정책을 따지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KT에서 4만원대 중저가 5G 요금제도 출시한 상황이다.

또한 5G 투자확대를 꾀하라면서, 동시에 통신사 수익과 직결되는 신규 통신서비스 요금을 낮추라는 요구는 과도하다는 설명이다. LTE를 보면 2011년 상용화, 2013년 전국망 구축을 완료했다. 5G는 한국이 세계최초 상용화하고 커버리지면에서도 가장 앞서고 있는데, 인프라 구축이 더디다며 책임만 통신사에 떠넘기는 모양새다.

이날 야당은 공공와이파이 확대 사업 및 통신비 2만원 지원정책에 대해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허은아 의원(국민의힘)은 통신비 2만원 지원을 여당의 밀어넣기로 인한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고 비난했다. 과기정통부는 통신비 2만원 지원 사업을 취약계층을 위한 디지털 정보격차 해소 지원 사업으로 편성했다. 이와 관련해 최기영 장관은 정치적 압박과 상관 없이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 도움을 주기 위한 노력이라고 답변했다.

허 의원은 “통신3사가 장애인과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 연간 7869억원 통신비를 감면하고 있다. 정부는 전국민 통신비 2만원이 아니라, 취약계층 통신비 감면을 더 지원했어야 한다”며 “위계도 맞지 않는 사업체계에 억지로 끼워넣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같은 당 박성중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이 내세운 공공와이파이 사업에 대해 혈세를 낭비하는 세금 먹는 하마 사업이라고 힐난했다. 정부는 3년간 5800억원을 투자해 5만3300곳에 공공와이파이를 구축할 방침이다. 그러나, 실제 와이파이 사용 비중은 지난 7월 기준 전체 2%에 불과하다.

한편, 이날 최 장관은 “공공와이파이를 사용한 적 없다”고 답해 실효성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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