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IT클로즈업] 화웨이, 반도체 자립 가능할까

윤상호
- 美 배제 반도체 공장 ‘비현실적’…생산해도 시장 경쟁력 없어

[디지털데일리 윤상호 기자] 화웨이가 반도체 자립을 추진한다는 외신 보도가 관심을 받고 있다. 현재 화웨이는 반도체 관련 미국 제재로 미래가 불투명하다. 자립이 가능하다면 화웨이가 자생할 수 있지 않느냐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중국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지원을 한다고 예상했기 때문. 하지만 반도체 업계는 전제가 틀렸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기술과 장비 없는 반도체 생산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 일치된 의견이다.

지난 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화웨이가 중국 상하이에 미국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 반도체 공장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2021년 말까지 28나노미터 2022년 말까지 20나노 통신칩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이 공장은 상하이 IC R&D가 운영한다. 상하이시 정부가 지원하는 업체다. 상하이 IC R&D는 중국 화홍그룹이 대주주로 알려졌다. 화홍그룹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0년 3분기 세계 점유율 9위다.

업계는 미국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 반도체 공장 구축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중국 정부가 전폭적 지원을 해도 안 되는 것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SW)와 제조 장비를 대부분 미국과 일본 기업이 선점했기 때문이다. 중국산 SW와 장비를 이용해도 알맹이는 이들의 지적재산권(IP)을 피하기 어렵다. 가능하려면 중국 정부의 묵인이 있어야 한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중국에 대한 본보기 성격이 강하다. 미국은 중국과 무역전쟁을 시작하며 ▲중국 기업 지원 금지 ▲IP 보호 법제화 ▲기술이전 강요 금지 ▲환율 개입 금지 ▲금융서비스 시장 개방 등을 요구했다. 금융을 제외한 요구사항을 위배한다. 화웨이 외 다른 기업으로 미국이 제재를 확대할 명분을 줄 수 있다.

전 세계를 적으로 돌릴 가능성도 높아진다. ▲중국 기업 지원 금지 ▲IP 보호 법제화 ▲기술이전 강요 금지 등은 다른 국가와 기업도 가진 불만이다. 미국이 총대를 맸을 뿐이다. 이들이 잠자코 있는 것은 중국 시장을 버릴 수 없어서다. 중국이 자국 기업을 우대하는 정책을 강화할수록 중국 시장의 매력은 떨어진다. 중국과 척을 진 국가나 철수한 기업은 늘어나는 추세다.

중국 정부가 무리수를 던질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자립을 최우선으로 할 경우다. 중국은 다양한 산업을 이 방법으로 육성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그래도 화웨이가 이전처럼 사업을 할 수 있는 확률은 낮다.

28나노 통신칩은 세계적 기업과 경쟁하기는 쉽지 않은 수준이다. 세계는 5세대(5G) 이동통신으로 전환 중이다. 주요 기업은 5나노 5G 통신칩을 상용화 한 상태다. 내년 말 28나노 칩이 나오면 상품은 내후년에나 나온다. 경쟁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 미국이 놔둘 리 없다. 미국 정부는 인텔 AMD 삼성디스플레이 등에 화웨이와 거래를 해도 된다고 했다. 이들에게도 화웨이에게도 실익은 없다는 평가다. 정보통신기술(ICT) 기기는 중앙처리장치(CPU)와 디스플레이만 있다고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1개만 없어도 제품을 만들 수 없다. 목줄을 죈 상황은 그대로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윤상호
crow@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