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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부지 폰값 잡는 분리공시? “불법보조금만 양산”

최민지

-정부·국회, 단통법 개정 분리공시제추진…출고가 인하 기대
-통신업계 싸늘한 반응
실효성 없어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정부와 국회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개정을 놓고 제조사와 통신사 지원금을 구분해 안내하는 분리공시제를 추진하고 있다. 단말 출고가 인하를 유도해 궁극적으로 통신비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기대와 달리, 업계 반응은 싸늘하다. 소비자 전체 편익은 줄고, 불법보조금 시장만 양산돼,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우려다.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여당 조승래, 김승원, 전혜숙 의원(더불어민주당)들은 분리공시제를 골자로 한 단통법 개정안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도 단통법 개정 방안 주요 내용 중 하나로 분리공시를 꼽고 있다. 국회 과방위 수석전문위원도 법률검토를 통해 분리공시가 출고가 인하 경쟁을 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 2014년 단통법 제정 때 제외됐던 분리공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당시 정부는 분리공시를 도입하면 이용자가 지원금 출처를 알 수 있게 돼, 보조금 투명성을 확보하고 과도한 경쟁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마케팅 영업비밀 공개에 따른 글로벌 경쟁력 저하를 이유로 삼성전자 등이 반발하면서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까지 제조사 편을 들고 부처 간 갈등으로 양상됐다. 결국 방통위는 규제개혁위원회 심사에 따라 분리공시제를 제외한 단통법 고시안을 최종 확정했다.

이때 통신3사는 삼성전자 등과 달리 분리공시제 도입에 동조했으나, 이번엔 다르다. 지난 국정감사 때 통신3사는 분리공시제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유영상 SK텔레콤 MNO 사업대표는 분리공시를 하면 공시지원금은 투명해지지만, 반대로 차별적 장려금으로 흘러가 시장혼탁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강국현 KT 커스터머부문장은 분리공시는 외국계 제조사에게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했고,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은 분리공시 취지는 단말 가격 부담을 줄이는 것으로, 이를 위해 수반돼야 할 구체적 사항들이 결정돼야 한다고 말을 보탰다.


통신업계 내부에서는 이미 단통법이 시행된 지 6년이 지난 상황에서, 분리공시제를 통한 통신비 인하 유도는 이론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분리공시로 인해 제조사 지원금은 줄고, 유통망에 들어가는 장려금만 늘어나 불법보조금을 양성하게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지원금에 상응하는 선택약정할인 규모도 줄어드는 등 전체 소비자 편익이 낮아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A단말 공시지원금은 30만원으로 책정됐다. 그러나 분리공시제가 도입된 후에는 통신사 25만원, 제조사 5만원으로 안내해야 한다. 5만원에 해당하는 제조사 지원금 부분이 출고가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다. 그러나, 통신업계에서는 분리공시를 하게 되면 오히려 제조사가 지원금에 재원을 투입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 제조사는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에서 단말을 판매하는 만큼, 해외와 출고가 비교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분리공시로 한국만 출고가를 인하할 가능성은 적다는 주장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제조사가 지원금을 많이 쓴다면, 그만큼의 출고가 인하 압박을 겪게 되고, 사업자 간 지원금 차등 지급 부분도 난감할 것”이라며 “단말 판매 확대가 목적인 만큼, 지원금 대신 유통망 장려금 명목으로 재원을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판매점은 이를 불법보조금으로 악용할 것이며,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경우 패널티는 또다시 통신사만 받게 될 것”이라며 “분리공시제를 도입하면 전산확보와 행정비용이 수반되는데, 그에 따른 실익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이러한 통신업계 주장에 방통위는 과도한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고낙준 방통위 단말기유통조사담당관은 “제조사가 재원 노출을 꺼려해 지원금을 낮추고, 선택약정규모도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를 알고 있다”며 “그러나 제조사 지원금이 줄어들면, 단말 가격이 상승하게 되는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이는 판매량과 직결된다. 이에 제조사가 지원금을 쓰지 않는다는 말은 급진적인 생각”이라고 반박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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