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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운명 어디로?…이번엔 ‘장려금 차별’ 도마위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시행 6년차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개선에 관한 법’(이하 단통법)의 운명이 21대 국회 들어 다시 기로에 섰다.

현재 여야는 단통법 ‘개정’과 ‘폐지’를 놓고 씨름하고 있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일단 개정을 전제로 분리공시제 도입을 밀어붙이고 있다. 여기에 유통시장에 만연한 장려금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까지 최근 발의되면서 본격적인 논의를 예고하고 있다.

25일 국회에 따르면 윤영찬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0인은 최근 ‘장려금 차별 금지’를 담은 단통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법안은 이동통신사가 판매·대리점에 장려금을 부당하게 차별적으로 지급하는 것을 막는 것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이동통신사업자는 대리점 또는 판매점으로 하여금 이용자에게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을 지급하도록 지시·강요·요구·유도하는 행위’ ‘가입경로, 가입시간대, 가입지역 등의 사유로 부당하게 차별적인 장려금을 제공하는 행위’ ‘이용자에게 특정 부가서비스 또는 요금제 등을 부당하게 차별적으로 권유하도록 하는 특약 또는 조건을 정하는 행위’ 등을 금지행위로 지목하고 있다.

현행 단통법은 부당한 지원금 차별에 대해서는 금지행위로 규정하고 있지만, 판매자가 받는 장려금에 대해서는 뚜렷한 규제가 없다. 허나 일선 유통망에서는 판매수수료인 장려금을 가입자에게 불법지원금으로 지급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통신사가 집단상가나 폐쇄형 온라인 밴드 등 소수 유통채널에만 과도한 장려금을 몰아주는 식으로 법망을 피해 불법지원금 지급을 유도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영세 판매점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장려금을 지급해 시장의 공정경쟁을 해친다는 비판이 따른다. 이에 전국 이동통신 대리점주 및 판매점주로 구성된 이동통신유통협회는 규제기관의 행정조치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개정안은 정부의 단통법 개정 방향과도 궤를 같이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지난 7월까지 관련업계 및 시민단체·전문가와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개선 협의회’를 통해 장려금 규제 방향을 논의해왔다. 당시 ‘장려금 연동제’ ‘장려금 차등제’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됐다. 이번 안이 통과될 경우 정부의 단통법 추진 움직임도 물살을 타게 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분리공시제’ 도입을 골자로 조승래, 김승원,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잇따라 발의한 단통법 개정안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한 바 있다. 분리공시제는 통신사와 단말 제조사 지원금을 각각 공시하는 것으로, 가령 휴대폰 지원금이 30만원일 때 제조사 10만원, 통신사 20만원으로 구분하는 방안이다. 이로써 사업자간 지원금 경쟁을 촉진할 수 있으며, 제조사의 단말기 출고가 인하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제도의 취지다.

하지만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통신사들도 분리공시제보다는 오히려 장려금 규제 도입에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지난달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SK텔레콤과 KT 측은 “구체적 내용이 나와야겠지만 일단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찬반 답변을 유보하면서도 “장려금 규제를 만든다면 특성에 따라 유통망이나 시점에 따라 설계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사업자 일각에서는 통신사와 유통점간 사적계약인 장려금을 규제하는 것은 시장 자율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자칫 장려금까지 감시할 경우 결과적으로는 이용자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온라인 특수채널에서 뿌리는 장려금을 규제하려면 네이버나 카카오 등 플랫폼 사업자의 협력도 제도적으로 끌어내야 한다는 지적도 언급된다. 장려금을 어디까지 어떻게 손볼지도 관건이다.

이번 개정안에서도 부당한 차별행위에 대한 세부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위임해, 구체적인 방향성을 놓고 다시 정부·국회 및 이해관계자간 의견 조율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장려금 차별 금지 법안은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 등이 이미 발의한 바 있지만 통과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더욱이 야당은 단통법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어 쉽지 않은 협의가 예상된다. 김영식 의원(국민의힘)은 이달 초 단통법 폐지와 함께 이용자 보호를 위한 필수 규정만 기존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사실 단통법은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이지만, 현 국민의힘은 “실패한 단통법을 보완하기보다는 전면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내걸고 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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