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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 엇갈린 단통법 운명…이번엔 與 ‘개정’ 野 ‘폐지’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이 본격적으로 국회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개정이냐 폐지냐 여부를 두고 기로에 섰다.

단통법은 지난 박근혜 정부와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산물이지만, 이번엔 야당이 된 후신인 국민의힘이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반대로, 현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폐지보단 개정에 무게를 실었다. 시행 6년 만에 공수가 뒤바뀐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1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에 따르면 21대 국회는 오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단통법 개정 또는 폐지 여부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현행 단통법을 유지하되 보완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제조사 장려금을 따로 구분하도록 하는 분리공시를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이미 2건의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지난 16일 김승원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10인이, 앞선 9일에도 조승래 의원 등 13인이 이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이는 단통법 개정을 추진하는 정부 방침과도 궤를 같이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최근까지 관련업계 및 시민단체·전문가와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개선 협의회’를 통해 개정방향을 논했다. 다만 협의회에선 분리공시보다 시쟁경쟁 촉진방안과 장려금 규제에 더 초점을 뒀다.
김승원 의원 대표발의 단통법 개정안 주요 내용
김승원 의원 대표발의 단통법 개정안 주요 내용

반대로 야당인 국민의힘은 단통법 전면 폐지에 힘을 쏟고 있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단통법 폐지와 함께 이용자 보호를 위한 필수 규정만 기존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하는 법안을 조만간 발의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정부와 제조사 및 이동통신사업자, 유통업계와 학계 등의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이에 따라 21대 국회에서는 단통법 운명을 둘러싸고 여야간 의견대립이 예상된다. 지난 2014년 4월 단통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약 6년 만이다.

원래 단통법은 조해진 의원 대표로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이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반값 통신비 실현을 위해 정부와 여당이 적극적으로 법안을 추진했고, 2013년 5월 제정안이 나왔다. 당시 야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은 단통법을 집중적으로 반대하진 않았지만, 방송법 개정안 등을 둘러싼 정쟁 탓에 1년여 동안 법안 통과에 힘을 실어주지 않았다.

단통법 통과 이후에는 또 상황이 바뀌었다. 당시 정부가 하위법령인 고시에 분리공시제를 도입하려 했지만 삼성전자 등 제조사 반대로 실패하게 되면서 야당이 들고 일어났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시민단체들과 함께 분리공시 도입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나섰지만, 새누리당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해지면서 끝내 무산됐다.

이번에는 다시 국민의힘이 단통법 폐지를 주장하고 나서면서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단통법 발원지인 야당이 사실상 실패를 인정한 꼴로,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20대 국회에서는 단말기 구매와 요금제 가입을 분리하는 완전자급제 도입을 골자로 김성태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사실상 단통법 폐지를 추진했었다.

21대 국회 첫 단통법 폐지안을 내민 김영식 의원은 “현행 단통법은 ‘투명한 유통질서 확립’과 ‘이용자 공공복리 증진’이라는 두 가지 입법목적 모두 달성에 미달했다”면서 “실패한 단통법을 보완하기보다는 전면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단통법 개선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만큼 폐지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더불어민주당이 180석 의석을 가지고 있는 점도 관건이다. 다만 정부와 여당 사이에서도 방법론이 다른 데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분리공시 자체도 업계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도입에 난항이 예상된다.

통신사들은 단통법 유지를 원하고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단통법 이후 지원금이나 요금할인율이 상승한 효과가 분명 있기 때문에 아예 뒤집기보다 보강부터 하는 게 순서”라고 언급했다. 물론 유통업계 시선은 곱지 않다. “공시지원금 경쟁 대신 장려금 차별 정책으로 소비자와 유통시장 피해가 극심하다”는 지적이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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