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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업계 "'오더북 공유 금지' 규제로 국부 유출될 것"

박현영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오는 2021년 3월 가상자산사업자를 규제하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가운데, 특금법 상 교차거래 금지 조항, 즉 오더북(거래장부) 공유를 금지하는 조항이 국부 유출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1일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온라인으로 개최한 특금법 시행령 공청회에서 업계 대표로 참석한 황순호 두나무 대외협력팀장은 “(오더북) 제휴를 금지할 경우 투자자들은 외국 거래소로 빠져나간다”며 국내 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FIU “자금세탁방지 목적 달성 어렵다”…오더북 공유 금지한 이유

특금법 개정안 제 13조 제 4호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가 다른 가상자산 사업자와 제휴를 통해 자사 고객이 다른 가상자산 사업자의 고객과 가상자산을 거래하도록 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이는 곧 거래소 간 오더북 공유를 뜻한다.

국내 거래소들은 그동안 유동성이 부족한 가상자산의 거래가 체결되게끔 하기 위해 해외 거래소와 오더북을 공유하곤 했다. 바이낸스KR은 바이낸스 본사와, 후오비코리아는 후오비 본사와 오더북을 공유하며 업비트도 해외 거래소 비트렉스와 오더북을 공유하다 중단한 바 있다.

황 팀장은 “거래소 간 제휴는 유동성 급등락을 방지할 수 있다는 순기능도 있다”고 말했다. 여러 가상자산이 상장된 거래소의 특성 상, 특정 코인의 유동성이 부족한 경우가 발생한다. 이 때 다른 거래소와 오더북을 공유할 경우 부족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고, 회원들도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특금법에서는 ‘자금세탁방지’라는 법의 목적을 지키고자 이를 금지했다. 국내 거래소는 특금법에 따라 영업 신고를 마치더라도, 국내 거래소와 오더북을 공유하는 해외 거래소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자금세탁을 완전히 방지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전요섭 FIU 기획행정실장은 “교차거래(오더북 공유)를 금지한 건 해외 거래소, 즉 다른(신고하지 않은) 가상자산사업자의 고객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이라며 “고객 정보를 모르므로 의심거래보고 등이 힘들고, 자금세탁방지 목적 달성도 힘들다”고 설명했다.

◆국내 투자자는 해외행…‘국부 유출’ 문제 지적

문제는 오더북 공유가 막히면 해외 거래소로 빠져나가는 투자자들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란 점이다. 투자자들은 유동성이 풍부한 거래소를 찾아 떠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바이낸스KR의 오더북 공유가 중단되면 바이낸스에서 거래하는 식이다.

황 팀장은 “KYC(고객실명인증)하는 사업자 간 제휴나 타국 정부로부터 인가받은 사업자와의 제휴는 특금법의 목적인 자금세탁방지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모든 오더북 공유를 금지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해외 사업자의 미신고로 인한 피해를 국내 사업자가 떠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금법 상 국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사업하려면 해외 거래소라도 법을 준수해야 한다. “국외에서 이루어진 거래 행위라도 그 효과가 국내에 미칠 경우 법을 적용한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외 사업자들이 국내 법을 지킬 가능성도 낮고, 해외 거래소로 빠져나가는 투자자들을 막을 방법도 없다. 따라서 오더북 공유 금지 조항으로 피해를 보는 건 온전히 국내 거래소라는 지적이다.

FIU는 해외 거래소들도 국내 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실효성을 키운다는 입장이다. 전요섭 실장은 “해외 FIU와 협업관계에 있기 때문에 협력을 통해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청회는 특별한 진척 없이 마무리됐다. 현재는 특금법 시행령 입법예고 기간이며, FIU는 오는 14일까지 시행령 관련 의견서를 받는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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