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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아이폰12 미니 좌표 알려주세요” 사라지지 않는 불법보조금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애플 5G 전략 스마트폰 ‘아이폰12’ 시리즈가 통신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자급제 시장 활성화와 함께 알뜰폰 가입자 증대를 이끌었고, 통신3사도 주춤했던 5G 가입자 확대를 꾀할 수 있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아이폰12 시리즈는 최근 한 달만에 60만대를 팔아치우는 아성을 보여주고 있다.

기대 이상 흥행을 보여준 아이폰12는 통신3사에게 주효한 ‘키(Key)’다. 통신3사가 아무리 탈통신을 외쳐도 가장 큰 수익원은 통신이다. 매출 절반 이상이 통신분야에서 창출되고 있다. 비통신분야에서 성장가도를 달린들, 무선시장을 지키지 못하면 실적을 담보할 수 없다. 특히, 5G는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을 올릴 수 있는 주요 요인이다. 5G 가입자 확대는 무선사업 실적 우상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이와 관련 통신3사는 5G 가입자 1500만명을 달성하겠다는 방침이었으나,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심리가 침체되면서 1200만명으로 목표치를 조정했다. 지난 10월말 기준 통신3사 5G 가입자 수는 998만3978명으로, 1000만명에 육박한 상태다. 연말까지 200만명 이상 5G 가입자를 끌어와야 하는 상황에서, 단단한 충성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아이폰 신제품 출시는 반가운 소식이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 확산세 지속은 변수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연말을 맞아 단말교체 수요를 기대하며 통신3사는 아이폰12 판매 강화에 나서고 있다.

통신3사는 아이폰12 시리즈 중 가장 저렴한 ‘미니’에 집중하고 있다. 미니는 64GB 기준 94만6000원이다. 통신3사는 모두 아이폰12 시리즈 중 미니에 공시지원금을 집중했다. 통신3사는 아이폰12 미니 공시지원금을 최대 40만원대로 상향했다.

아이폰12 미니는 해외에서는 가장 인기가 없지만,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출고가와 작은 화면 선호도와 맞물려 아이폰12 프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찾는 모델이다. 통신3사는 아이폰12 미니를 중심으로 5G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공시지원금 카드를 들고 나왔다. 아이폰12 미니 공시지원금이 오르자 갤럭시S20 울트라를 비롯해 갤럭시Z플립, 갤럭시Z폴드2, LG윙 등 삼성전자‧LG전자 주력 프리미엄 단말 지원금까지 확대됐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이러한 통신3사 간 공시지원금 경쟁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용자 차별 없이 소비자 혜택을 확대하는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취지에 맞는 경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쟁은 공시지원금에서 끝나지 않고 있다. 공시지원금이 확대되자, 불법보조금도 꿈틀대고 있다. 아이폰12 미니를 10~20만원대로 판매하고 있다는 후기글도 커뮤니티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판매를 높여야 하는 단말에는, 장려금 규모도 커지게 된다. 100만원 이하 출고가에서 공시지원금을 40만원대까지 높였기 때문에, 일부 유통망에서 장려금을 불법보조금으로 투입해 소비자를 저렴한 가격으로 유인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경우 소비자는 3~6개월간 고가 요금제와 각종 부가서비스를 유지해야 하는 의무를 받게 된다. 비싼 요금제를 사용할수록 공시지원금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최대 10만원대 5G 요금제 사용까지 강요받는다. 평소 대용량 데이터 사용으로 고가 요금제를 선택해 온 이용자라면 불법보조금을 받는 것이 이득이겠지만, 보통 3~5만원대 요금을 지불하고 있었다면 불필요한 요금을 더 내게 되는 셈이다.

불법보조금과 관련해 방통위도 행정지도에 나서고 있으나, 코로나19 확대로 인해 현장점검 등에 나서기엔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이러한 불법보조금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때마다 벌어지는 불법보조금을 완전히 뿌리뽑기란 어렵다. 결국, 단통법 실효성 논란은 여전히 도마 위에 있다. 단통법이 실패했다는 자조섞인 이야기도 오간다. 이에 일각에서는 분리공시를 주장하고 있으나, 통신업계에서는 오히려 제조사 재원이 유통망 장려금으로 흘러가 불법보조금으로 악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단통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고, 정부도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개선 협의회를 통해 단통법 개정안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모쪼록 시장경쟁을 촉진하면서 소비자 혜택을 강화하는 합리적 방안을 도출하기를 바란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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