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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통신장비시장 흔들…화웨이 ‘주춤’ 에릭슨 ‘반사이익’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구도에 균열의 조짐이 보인다. 올해 3분기 들어 선두에 선 화웨이가 흔들리고 에릭슨이 껑충 뛰었다. 반(反)화웨이 배수진을 친 미국의 제재가 장기화된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7일 시장조사기관 델오로가 집계한 2020년 3분기 세계 이동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에 따르면, 에릭슨은 32%로 화웨이(30.5%)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이어 3위부터 노키아(19.8%) ZTE(10.4%) 삼성전자(4.6%)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 2분기만 해도 화웨이는 37.5% 점유율로 글로벌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해왔다. 에릭슨은 24.8%로 이에 못 미치는 2위에 머물렀고, 노키아(16.8%) ZTE(12.4%) 삼성전자(5.8%)가 비슷한 자리를 유지했다. 3분기 들어 에릭슨은 점유율 6%p를 끌어올렸고, 화웨이는 7%p가 하락하면서 순위를 내줬다.

특히 5G 장비 시장 점유율이 크게 흔들렸다. 화웨이는 3분기 32.8% 점유율로 1등을 지켰지만, 2분기(43.7%)보다는 크게 하락했다. 반면 에릭슨은 같은 기간 20.7%에서 30.7%로 급상승해 격차를 좁혔다. 중국업체인 ZTE는 16.4%에서 14.2%로 내려갔고, 노키아는 10.1%에서 13%로 올라섰다. 삼성전자는 7.5%에서 6.4%로 떨어졌다.

이는 상반기에 중국발 5G 투자가 크게 늘면서 중국업체들이 수혜를 입었다가, 다시 하반기 들어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강화되면서 낙폭이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주춤한 1~2분기에 정부 주도로 대규모 5G 투자를 집행해왔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중국의 5G 투자 규모는 현재까지 글로벌 시장의 약 65%를 차지할 정도다. 여기에 화웨이와 ZTE는 자국 시장에서 점유율 약 87%를 이끌고 있다. 실제 중국 통신3사의 5G 장비 입찰은 두 업체가 약 86%를 수주했고, 해외 업체 중에서는 에릭슨이 유일하게 나머지를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힘입어 화웨이는 글로벌 5G 통신장비 점유율이 1분기 35.7%에서 2분기 43.7%로 급증했고, ZTE도 1분기 9.3%에서 2분기 16.4%로 5위에서 두 계단 상승한 3위에 올랐다. 반대로 에릭슨, 노키아, 삼성전자는 모두 하락했었다.

분위기는 하반기 들어 반전되고 있다. 미국이 화웨이에 추가 제재를 가한 시점이다. 지난 9월15일 화웨이와 거래시 미국 상무부의 사전 허가를 취득하도록 한 새로운 화웨이 제재가 발효됐고, 이에 따라 미국의 소프트웨어와 기술을 이용해 개발하고 생산한 반도체는 정부 허락 없이는 화웨이에 납품할 수 없게 됐다. 미국 정부의 압박에 따라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화웨이 배제 움직임도 계속됐다.

반사이익은 에릭슨과 노키아가 거뒀다. 미국 통신업계는 사실상 화웨이를 배제한 상황에서 주로 에릭슨과 노키아 장비를 써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번 분기 반등에 실패했지만, 조만간 미국 버라이즌으로부터의 대규모 수주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미국 최대 통신사 버라이즌과 7조9000억원 규모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앞으로 5년간 5G 장비를 비롯한 네트워크 솔루션을 공급하게 된다.

하반기 들어 미국의 5G 투자도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에릭슨과 삼성전자 등의 상승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은 약 300조원이 오가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 시장으로, 특히 전체 기지국 투자의 20~25%를 차지하는 핵심 장비 시장이다. 최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민간 통신사업자들에 3.5㎓ 주파수 경매를 완료했고, 내년 1월이면 미국 C-밴드 주파수 경매가 종료된다.

다만 반화웨이 정책에 앞장섰던 미국 트럼프 행정부 다음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는 만큼, 미국의 새로운 대중 정책 수위가 변수가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장비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는 중국의 5G 투자로 중국업체들 점유율이 급상승한 측면이 있고, 하반기에는 대선이 끝난 미국에서 5G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각국 5G 투자와 미중 상황 등에 따라 점유율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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