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만들기 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는 해외의존도가 높다. 지난 10여년 줄곧 지적했던 문제다. 일본 수출규제는 한국 기업의 약점을 부각했다. <디지털데일리>는 소부장 육성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 유망기업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올해 산업계의 주요 화두 중 하나는 전기차다. 세계 각국에서 저탄소 정책을 펼치면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테슬라를 필두로 GM 폭스바겐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배터리와 소재 업체도 합류했다. 전기차 – 배터리 – 소재로 이어지는 ‘낙수효과’가 일어났다.
30년 넘게 동박(일렉포일) 사업을 영위해온 일진머티리얼즈도 수혜 기업이다. 동박은 구리를 얇게 만든 막이다. 크게 인쇄회로기판용 동박(ICS), 배터리용 동박(I2B) 등으로 나뉘며 정보기술(IT) 기기 전반에 사용된다.
일진머티리얼즈 관계자는 “동박은 과거 일본에서 독점하던 분야다. 1978년 일진그룹에서 연구개발(R&D)에 나섰고 1987년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1989년에는 전북 익산 공장을 짓고 생산을 본격화했다”고 설명했다.
1989년까지 전량 일본에서 수입했었지만 일진머티리얼즈가 국산화하면서 일본 의존도를 낮춰갔다. 일진머티리얼즈는 황산에 녹인 도금액을 전기분해법으로 회전드럼에 얇게 도금해 말아내는 방법으로 동박을 만든다. 동박은 얇고 넓고 균일할수록 성능이 높아진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초기 ICS 위주였다. 인쇄회로기판(PCB) 회로를 구성하는 역할이다. PCB는 반도체, 콘덴서, 저항기 등 각종 부품을 구리배선이 가늘게 인쇄된 곳에 끼울 수 있도록 하는 제품이다. PCB 재료인 동박적층판(CCL)에도 쓰인다. CCL은 절연체인 합성수지 표면에 동박을 입힌 것이다. PCB 업체가 CCL 상에 인쇄회로를 설계 및 가공해 삼성전자, LG전자 등 완성품 업체에 납품한다. 사실상 대부분 가전에 동박을 투입되는 셈이다.
배터리 4대 소재 중 하나인 음극재 원재료로 활용되는 I2B는 2001년부터 개발 및 생산을 시작했다. 본격 판매는 2004년부터다. 이 역시 일본 업체들이 주도했었다. 환경 이슈가 부각되면서 친환경자동차 수요가 생겼고 일진머티리얼즈도 이러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010년대 돌입해서는 I2B에 무게중심을 뒀다.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CATL 등 주요 배터리 제조사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ICS와 I2B에서 각각 시장점유율(2019년 기준) 0.9% 9.7%를 차지하고 있다. I2B 비중을 늘리면서 상대적으로 ICS 생산량이 줄었다. I2B에서는 중국 장춘(12.9%)에 이어 2위다.
생산기지는 익산에 이어 말레이시아 쿠칭에 구축했다. 지난해 1월 동박 공장을 준공해 양산에 돌입했다. 해당 공장은 연산 2만톤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내년 하반기에는 4만톤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두 번째 해외 공장은 헝가리에 들어선다. 일진머티리얼즈는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인근 괴돌레에 부지 2만평을 확보했다. 삼성SDI 괴드 공장과 약 20킬로미터(km) 거리로 접근성이 좋다. LG에너지솔루션(폴란드) SK이노베이션(헝가리) 노스볼트(스웨덴) 등 대형 고객사가 근처에 다수 포진돼 있기도 하다.
일진머티리얼즈는 헝가리를 투자를 두 단계로 나눠 진행한다. 1단계는 동박 가공(슬리팅) 전용라인 구축이다. 국내 익산공장과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만든 동박을 자르는 공정을 수행한다. 완공 시 연산 1만톤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향후 용해 및 제박 라인을 마련하는 2단계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한편 일진머티리얼즈는 현재 허재명 양점식 각자 대표 체제다. 허 대표는 1997년 일진다이아몬드 사원으로 입사한 뒤 일진제강 영업담당 상무 등을 거쳐 2006년 일진머티리얼즈 부사장에 올랐다. 지난 2010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양 대표는 일진머티리얼즈 말레이시아법인장 등을 거쳐 지난 8월 대표로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