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비트코인 오르자 자취 감춘 GPU…엔비디아·AMD 공급 확대 '난항'

김도현
- PC·콘솔 기기 수요도 급증…GPU 못 구한 소비자 ‘발만 동동’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 부족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비대면(언택트) 생활로 노트북 등 정보기술(IT) 기기 수요가 늘어난 데 이어 암호화폐 가격이 폭등한 영향이다. GPU 양대산맥은 엔비디아와 AMD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당장 문제가 해소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엔비디아 ‘지포스 RTX30’ 시리즈와 AMD ‘라데온 RX6000’ 시리즈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 세계적으로 GPU 공급량이 부족한 상태”라며 “여러가지 이슈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이를 해소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와 암호화폐 호황이 맞물리면서 GPU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개인 소비자들도 GPU를 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우선 코로나19로 PC·노트북 및 서버 수요가 급등했다.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신규 콘솔 기기를 출시한 점도 한몫했다.

더 큰 문제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가격이 폭등한 부분이다. 비트코인은 올해 들어 3만달러(약 3260만원) 시대를 열었다. 3주도 지나지 않아 1만달러가 상승했다.

암호화폐가 살아나자 채굴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채굴은 컴퓨터로 문제를 풀고 보상으로 일정량의 암호화폐를 받는 작업이다. 컴퓨터 성능을 높이기 위해 GPU가 필요하다. ‘채굴장의 GPU 납치 사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채굴 업계에서 GPU를 쓸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 부족은 상당기간 지속 전망이다. GPU 생산량을 대량으로 늘리기 어렵다. 엔비디아와 AMD는 설계만 담당한다. 생산은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에 맡기는 구조다. 각각 삼성전자와 TSMC가 GPU를 만든다. 파운드리 업계가 전례 없는 호황을 맞이하면서 삼성전자와 TSMC 생산라인은 풀가동 체제다. 다양한 고객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업체 물량에 생산라인을 집중할 수 없다.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에 GPU 추가 주문을 넣으면서 한시름 덜었지만 여전히 시장 수요를 따라기는 버겁다. AMD는 상황이 심각하다. TSMC의 첨단공장 라인은 애플이 1순위이며 AMD 할당 물량의 80% 내외를 콘솔 프로세서에 배정했다. 나머지 20%로 중앙처리장치(CPU)와 GPU를 소화해야 하는데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TSMC는 삼성전자보다 거래처가 많아 추가 주문도 어렵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쇼티지 현상이 이어지면서 GPU 가격도 오름세다. 10% 내외로 상승 폭을 보인다”며 “당분간 이러한 흐름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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