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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IT] M1 탑재한 맥북 프로 환승해볼까…윈도 사용자 체험기

이안나
- 애플 생태계 편의성 '만점'…문서 작업 시 적응 시간 필요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졸업·입학 시즌을 맞아 노트북 신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전부터 한결같이 화면은 크고 무게는 가벼우면서 다양한 작업이 가능한 고성능 PC를 찾아왔다. 그러나 후보 중 맥북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과거 아이맥PC로 책 만드는 프로그램 인디자인을 건드려 보다 복잡한 키보드 설계로 포기한 적이 있기 때문.

다시 맥북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맥북 프로 13인치다. 디자인 면에선 전작과 달라진 것이 없다. 대신 PC 두뇌로 불리는 중앙처리장치(CPU)가 바뀌었다. 인텔 CPU 칩 대신 애플이 직접 만든 M1칩이다.

한 번도 맥OS를 써본 적이 없는 윈도 유저에겐 맥북 성능보다 먼저 적응해야 할 단계가 산적해 있다. 일주일간 맥북 프로를 사용해보면서 이 제품의 진가를 느끼기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던 이유다. 대신 짧은 기간에도 맥북은 무엇보다 사용자 편의성을 위해 디자인이 설계됐다는 걸 체감하기도 했다.

노트북 화면이 대형화되는 추세에서 맥북프로 13인치다. 테두리(베젤)이 얇은 편도 아니고 무게는 1.4킬로그램으로 들어보면 묵직하다. 다행히 평소 13인치 노트북을 사용하던 터라 화면 크기는 불편함이 없었다. 대신 유·무선 마우스를 연결할 포트가 없다는 것이 처음 당황한 요인이다. 맥북 트랙패드에 가장 먼저 익숙해져야 했다.

맥북 트랙패드는 일반 노트북에 비해 크기가 훨씬 크다. 엄지 손가락을 뺀 네 손가락으로 거의 모든 동작이 가능하다. 가령 두 손가락으로 좌우를 넘기면 뒤로 가기와 앞으로 가기, 스마트폰처럼 확대 축소가 된다. 제스처를 익히고 난 뒤엔 노트북에서 사용하지 않던 세 손가락 위로 올려 모든 창 확인하기, 네 손가락으로 오므려 애플리케이션 모음 창 띄우기를 의외로 많이 사용했다.

특히 키보드 상단에 위치한 터치바와 조합하면 동영상 편집 같은 정교한 작업도 모두 마우스 없이 가능해 보인다. 사용자가 무엇을 이용하고 있는지에 따라 터치바에 단축해 사용할 수 있는 기능들이 실시간으로 등장한다. 사진 넘기기, 인터넷 창 전환, 전화 받기, 텍스트 자동 완성 등. 음량 조절과 화면 밝기도 터치식으로 가능하다. 맥북 에어보다 프로를 고민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각종 홈페이지 로그인을 할 때도 비밀번호를 기억할 필요 없이 터치ID로 해결할 수 있다.

편의성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다른 애플 기기들을 가지고 있을 때 극대화된다. 맥북프로와 아이폰12프로를 함께 사용해봤다. 아이폰에서 찍은 사진을 맥북에서 바로 볼 수 있다는 점은 기본이다. 아이폰에 무선랜(Wi-Fi, 와이파이)를 연결하면 같은 애플ID로 로그인돼있는 맥북도 자동 연결된다. 전화가 올 땐 맥북과 아이폰 동시에 전화가 울린다. 맥북에서 바로 전화를 수신하고 메시지 답장을 할 수 있다. 직장인 혹은 학생들이 맥북을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웬만해선 마우스나 스마트폰 모두 필요 없이 맥북 하나만으로 작업이 가능한 셈이다.

평소 맥북 사용을 주저하는 이들의 주된 요인은 키보드 조작법과 한컴오피스 등 윈도PC용 프로그램과의 호환성, 공인인증서 활용 등이다. 키보드는 일주일이라는 기간 동안 익숙해지기 쉽지 않은 영역이었다. 윈도 컨트롤키 대신 맥에선 커맨드키를 활용해 복사+붙여넣기 등 기본적인 기능들을 이용했다. 대신 딜리트(Delete) 키가 없고 상황에 따라 컨트롤키와 옵션키, 커맨드키를 바꾸거나 동시에 사용하기엔 복잡해 시간이 더 필요했다.
키보드가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라면 한컴 오피스 등 호환성은 아직까지 과제로 느껴진다. 혼자서 작업하는 일이 많을 경우 애플 기기들과의 연동성을 활용하면 생산성이 크게 향상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외부로 파일을 내보내는 경우가 많을 때, 특히 상대가 윈도PC 중심이라면 맥북 사용자는 한컴 뷰어를 깔아야한다. 한컴 웹페이지용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긴 하지만 프로그램을 설치해 사용하는 것과는 느낌이 달라 어색하다.

우선 공인인증서가 폐지되고 앞으로 웹표준 기반 보안이 활성화되는 것은 맥북 사용자에게 긍정적이다. 평소 공인인증서를 사용할 땐 스마트폰에 저장된 인증서를 불러와 사용했지만 맥북에선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다. 정부24에서 간편인증 로그인을 활용했다. 카카오톡과 연동해 이름과 생년월일, 휴대폰 번호를 입력 후 인증번호를 입력하니 바로 주민등록등본을 출력할 수 있었다.

M1칩 성능을 실감하기 위해 고용량 게임이나 포토샵, 영상 작업을 다루지 못한 건 아쉬운 점이다. 다만 웹페이지를 20~30여개 열어놔도 버벅거림이 없고 배터리 수명이 유독 길다는 점에서 조금이나마 칩 성능을 예상할 수 있었다. 애플은 M1칩이 탑재된 맥북 프로를 공개했을 당시 기존 인텔 칩 탑재 맥북보다 2배 늘어난 최대 20시간 배터리 수명을 지녔다고 밝혔다. 노트북을 덮었다 폈을 때 잠자기 모드에서 오류·지연 없이 바로 깨어나는 것도 소소하지만 실사용시 큰 장점이다.

맥북 프로의 경우 스마트폰으로 찍은 초고화질(4K) 영상 3~4개를 동시에 겹쳐 사용해도 문제없고 8K 영상 작업도 무리 없이 이용 가능하다. 고사양 게임을 할 때도 웬만해선 온도조절 해주는 팬이 작동되지 않는다는 평이다. 팬에 문제가 생겨서가 아니라 팬 자체가 돌지 않아도 소요되는 전력이 적고 발열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애플 기기 사용자라면 노트북 역시 윈도에서 맥북으로 ‘환승’을 고려할볼 수 있다. 13인치 동일한 크기로 맥북 에어와 맥북 프로가 동시에 출시됐는데 2종 중 선택지 기준은 자신의 사용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영상 작업 후 렌더링을 오래 하거나 대용량 저장공간이 필요한 사람의 경우 맥북 프로가 더 적합하다. 최대 밝기도 차이가 나고 스피커와 마이크도 프로 모델이 더 좋다. 일반 노트북에서 영상회의나 통화할 시 주변 잡음도 들리지만 맥북 프로에 탑재된 마이크는 노이즈를 잘 걸러주는 편이다. 시중 약 15만원 정도 마이크급에 해당한다. 다이내믹 레인지를 제공하는 스피커를 탑재하고 있어 통화 시 음질이 깨끗하다. 터치바가 주는 편의성도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한다. 제품 가격은 169만원부터이지만 학생·교직원·학부모 등 일부 대상자들은 3월16일까지 교육할인을 통해 156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이안나 기자>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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