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SK하이닉스, 파운드리 호황 합류…中 공장 2022년 상반기 가동

김도현
- ‘8인치 시장’ 호황에 주목…낸드 이어 D램 의존도 낮춰줄 카드로 낙점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SK하이닉스가 위탁생산(파운드리) 업계 호황에 합류하기 위해 분주하다. 자회사 이설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지난해 간접 투자한 키파운드리 활용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 M8 공장의 8인치(200mm) 웨이퍼 설비를 중국 우시 공장으로 옮기는 과정을 2022년 상반기 내 마무리할 예정이다. 당초 목표인 하반기에서 수개월 앞당겨진 시점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개최한 ‘2020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8인치 호황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 2년에 걸쳐 진행하려던 이설 작업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 끝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8년 7월 우시 정부 투자회사 WIDG와 합작사를 세워 중국 진출을 준비했다. 지난해 1분기 현지 공장을 준공한 뒤 장비 이전을 진행하고 있다. 청주와 우시가 동시 가동 중이며 2022년부터는 우시가 전담할 예정이다.

중국으로 향하는 이유로는 원가절감과 현지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와의 거래 확대 등이 꼽힌다. 팹리스 규모가 작은 국내와 달리 중국에는 1000개 이상 기업이 상주하는 만큼 고객사가 많다. 조인트벤처(JV) 설립 등 다양한 협업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파운드리 업계는 초호황이다. 12인치(300mm)보다 한 단계 아래로 평가받는 8인치 파운드리의 경우에도 이미지센서, 전력관리반도체(PMIC) 등 수요가 급증하면서 풀가동 상태다. 그럼에도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해 주요 업체들은 생산 가격 인상에 나설 정도다.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사업은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가 맡고 있다. 파운드리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낼 정도의 규모는 아니지만 시장 성장세와 맞물려 실적이 상승세다. 다만 설비를 옮기다 보면 생산에 일부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작업을 빠르게 끝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의도다.

이번 컨퍼런스콜에서 의미심장한 내용이 언급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유한책임투자자(LP) 투자로 간접 보유 중인 키파운드리 자산을 향후 8인치 시장 상황에 따라 고객 가치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키파운드리를 공식적으로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키파운드리는 매그나칩반도체의 파운드리 사업부가 분사해 출범한 회사다. 새마을금고중앙회, SK하이닉스 등이 출자하면서 분리가 이뤄졌다. SK하이닉스는 약 2000억원을 투입했다.

이 회사는 8인치 웨이퍼가 주력이다. M8 공장과 인접한 곳에 생산라인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SK하이닉스가 향후 키파운드리를 직접 운영하는 것 아니냐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당시 SK하이닉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했지만 파운드리 호황으로 해당 소문이 현실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는 넘치는 주문으로 고객사 물량을 소화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키파운드리는 월 9만장 내외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어 SK하이닉스 파운드리 사업 강화에 힘을 보탤 수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 사업 인수로 D램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면서 “8인치는 장비 구하기가 어려운데 키파운드리가 가세하면 이를 상쇄할 수 있다. 실적 기여가 미미했던 파운드리 분야까지 몸집을 키우면 매출 기복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김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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