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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중간지주사 전환, 올해 ‘타이밍’…분할 방식은?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 카드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내년부터 공정거래법이 시행되는 만큼 올해야말로 지배구조개편 적기다. 앞서, 지난 2일 SK텔레콤이 이사회를 열고 중간지주사 안건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해당 안건은 이사회에서 빠졌다. 이에 3월 정기 주주총회 때 중간지주사 전환 공식화 기대감도 낮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SK텔레콤 지배구조개편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SK텔레콤은 기업가치 상승을 전제로 한 방식으로 분할을 포함한 지배구조개편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윤풍영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20년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무선(MNO)사업뿐 아니라 신사업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여러 이해관계자와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다”며 “분할을 포함한 지배구조개편 관련해 결정된 바 없으나, 개편을 추진한다면 기업가치 상승을 전제로 주주들이 만족하는 방안으로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내년부터 지주사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 요건이 상향된다. 개정안에서는 자회사의 지분 요건을 현행 상장 20%, 비상장 40%에서 각각 30%, 50%로 올렸다. SK텔레콤 중간지주사 전환 시기가 올해로 점쳐지는 이유다.

현재 지주회사 SK㈜는 SK텔레콤 지분 26.8%를 보유하고, SK텔레콤이 SK하이닉스 지분 20.1%를 확보한 상태다. SK하이닉스는 지주회사 손자회사인만큼, 인수합병(M&A) 때 대상 기업 지분을 100% 소유해야 한다. 중간지주사 전환을 통해 SK하이닉스가 자회사 위치로 변하게 될 경우, 공격적인 M&A가 가능해진다.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로 전환하면 반도체를 비롯해 통신, 미디어, 커머스, 보안, 모빌리티 등 정보통신기술(ICT) 자회사를 거느리게 된다. 이미 SK텔레콤은 5대 사업체제를 구축해 밑그림을 그렸다. 특히, 중간지주사 전환을 수차례 언급해 온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SK하이닉스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지배구조개편 본격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문제는 분할 방식이다. 물적분할을 택할 경우, SK텔레콤은 투자지주회사와 통신사(MNO)로 분리된다. SK텔레콤 투자지주사는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고, MNO부문을 100% 자회사로 둔다. SK하이닉스, SK브로드밴드, 11번가, ADT캡스도 투자지주회사 아래 자회사로 편입된다. 이 경우,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10%가량 지분을 더 확보해야 한다. 현재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91조원이 넘는다. 최근 SK하이닉스 주가는 12만원대로 올랐다. 9조원 이상 현금이 필요한 상황인데, SK텔레콤 현금성 자산은 지난 3분기 기준 3조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인적분할 방식도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SK텔레콤 사업회사(MNO)와 SK텔레콤 투자회사로 분리하고, 주주에게 기존 지분만큼 분배한다. SK하이닉스, SK브로드밴드, ADT캡스, 11번가 등은 투자회사 자회사로 위치한다. 장기적으로 투자회사는 SK㈜와 합병도 가능하다. 이 경우, 오너일가 지배력 강화 차원에서 효율적이다. 다만 대주주 지분율 희석, 정부 승인 문제는 남아있다.

인적분할을 놓고 증권업계 시각도 엇갈리고 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인적분할 때 성장성 높은 자회사 가치가 재평가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돼 분할 이후 합산 시가총액은 분할 전 대비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처럼 보유자산 대비 극단적 저평가를 받는 기업의 경우 인적분할로 보유자산이 따로 상장되는 효과를 얻게 돼, 자연스레 시가총액 확장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인적분할 주된 목적은 SK하이닉스를 지주사가 지배하는 것이다. 순진하게도 일부 투자가들은 SK텔레콤 인적분할이 기업가치 향상 목적이라고 주장한다”며 “SK텔레콤을 보유할 이유가 없어진 SK㈜와 스왑을 통해 중간지주사로 지분을 몰아넣고, 이후 SK㈜와 중간지주사가 합병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간지주사 시가총액이 10조원 형성도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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