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중간지주사 노리는 SKT, 조직개편 숨은 의미…수익창출‧가치 극대화
-성장정체 ‘통신’에서도 돈 벌겠다…중간지주사 포석 ‘IPO’ 박차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3일 SK그룹이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중간지주사 전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에 대응해 SK텔레콤은 중간지주사 포석을 깔기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번 조직개편 핵심은 ‘수익 창출’과 ‘가치 극대화’다. SK텔레콤은 이날 조직개편을 통해 가장 덩치가 큰 통신(MNO)사업 부문을 대대적으로 손질했다. 기존 MNO사업부를 9개 사업에 주력하는 마케팅컴퍼니로 재편하고, 비즈니스 성과에 초점을 맞췄다. 동시에 인공지능(AI)을 전면에 배치했다. SK 정보통신기술(ICT) 패밀리 내 모든 상품‧서비스를 상대로 AI 기술을 도입한다는 목표다.
코퍼레이트센터 산하에는 기업공개(IPO) 추진담당을 신설했다. MNO, 미디어, 보안, 커머스, 모빌리티 5대 사업부문 내 주요 자회사 IPO가 계획된 가운데, 성장 가능성 있는 사업부 독립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한다.
이는 중간지주사와 연관 지을 수 있다.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로 전환하려면 SK하이닉스 9.93%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7조원 이상을 투입해야 한다는 의미다. 원스토어를 비롯해 SK브로드밴드, 11번가, 티맵모빌리티 등 주요 자회사 IPO도 중간지주사 계획과 무관치 않다. 통신사업에서 매출을 극대화하고, 성장사업을 추가 상장하고, 일부 사업 매각까지 더해진다면 중간지주사를 위한 자금 확보에 유리해진다.
◆MNO사업부→마케팅컴퍼니, 전 사업 상품화 꾀한다=가장 큰 매출을 담당하고 있는 MNO사업부는 유영상 사업대표가 계속 이끈다. MNO사업부는 9개 핵심 사업∙프로덕트(Product)에 주력하는 마케팅 컴퍼니로 크게 재편됐다. 9개 컴퍼니는 ▲모바일 ▲구독형상품 ▲혼합현실(MR)서비스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메시징 ▲인증 ▲스마트팩토리 ▲광고‧데이터다. 각 조직명에는 CO(Company)가 붙는다.
통신사업은 9개 컴퍼니로 세분화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친다. ‘마케팅’ ‘컴퍼니‘라는 이름으로 유추할 수 있듯 이들 사업조직은 비즈니스 성과에 집중해야 한다. 상품과 서비스 매출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또한 SK텔레콤은 온라인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언택트CP(Camp)‘를 신설했으며, 김지형 전 유통2본부장이 총괄한다. 5G 인프라 투자‧운용을 위한 별도 조직 ’ICT인프라센터‘도 MNO사업부 산하로 이동했다. 강종렬 ICT인프라센터장이 계속 담당한다.
SK텔레콤 무선사업 실적은 경쟁 통신사와 마찬가지로 정체 상태다. 무선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가장 크지만, 성장성은 가장 낮다. 지난해 3분기 무선사업 매출은 2조94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 늘었을 뿐이다. 포화된 통신시장과 정부 규제, 25% 선택약정할인까치 겹쳐 수익 악화를 겪어온 무선사업은 그나마 5G 상용화로 상승 전환했다. 반면, 미디어, 보안, 커머스 부문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8.9%, 영업이익은 40.3%나 급증했다. 본연의 통신사업에서도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수익모델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AI 빅테크 기업, SK ICT패밀리 모든 상품‧서비스에 AI 도입=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로 시장을 공략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기술력이 요구된다. 이에 SK텔레콤은 기존 핵심기술 담당 조직을 AI중심으로 재편했다. 사업부 뒤에서 기술개발을 맡아온 부서들이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AI 빅테크 기업을 선언한 SK텔레콤은 자사 기술과 서비스를 SK ICT패밀리 모든 상품과 서비스에 도입하면서 수익모델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AI서비스단은 ’AI&CO(Company)‘로 조직명을 변경한다. AI&CO는 이현아 AI서비스단장이 역임, 고객의 편리한 생활을 돕는 ‘AI에이전트’ 서비스 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다.
T3K는 ▲딥러닝 기반 대화형 AI ‘한국어 GPT-3’ ▲AI 가속기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에지컴퓨팅(MEC) 클라우드 개발에 집중하는 4대 프로덕트 컴퍼니로 구성됐다. 국내 첫 AI 반도체 ‘사피온(SAPEON)’을 고도화하고 글로벌시장에 출시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T3K는 김윤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맡는다. 조동환 클라우드 트랜스포메이션 센터장은 전사 클라우드 전환을 가속화한다.
◆초협력‧IPO 가속화, 중간지주사 전환 박차=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코퍼레이트센터 산하에 IPO추진담당을 신설한 점이다.
코퍼레이트센터는 MS‧아마존‧우버 등 글로벌기업 협력, 해외 사업기회를 발굴한다. 여기에 IPO추진담당을 새롭게 만들어, 자회사 IPO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최환석 IPO추진담당이 선임됐다.
IPO 기능을 별도 조직으로 분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IPO 대상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예정된 IPO 대상 자회사 가치를 극대화하고, 각 컴퍼니에서 성장성을 인정받아 티맵모빌리티처럼 신설법인으로 분사시켜 IPO 준비에 나설 수도 있다. 중간지주사로 전환하려면, 자회사 상장을 통해 기업가치를 키워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도 SK텔레콤 조직에 포함됐다. SK텔레콤은 ESG혁신그룹을 구성하고, 유웅환 SV이노베이션 센터장을 그룹장으로 배치했다.
◆5대 사업부문 유지, 여성임원 2명 포함 10명 승진=5대 사업부문 체제는 유지된다. 유영상 MNO사업대표를 비롯해 ▲최진환 SK브로드밴드 대표 겸 SK텔레콤 미디어사업부문장 ▲박진효 ADT캡스 대표 겸 SK텔레콤 보안사업부장 ▲이상호 11번가 대표 겸 SK컴즈 대표 겸 SK텔레콤 커머스사업부장 등 4대 사업 부문장은 유임됐다. 오는 29일 출범하는 티맵모빌리티 대표는 이종호 티맵모빌리티 단장이 임명됐다.
SK텔레콤은 이번 인사에서 지난해와 동일한 규모로 10명의 임원을 새로 임명했다. 이 중 2명은 여성리더로, 최소정 구독미디어담당 겸 드림어스컴퍼니 전략그룹장과 안정은 11번가 포탈기획그룹장이다. SK그룹 내에서 여성리더 비중을 상대적으로 높였다는 설명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핵심 사업과 프로덕트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했으며, AI가 모든 사업의 기반 플랫폼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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