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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의 ‘믿을맨’ 박정호, 부회장 승진…중간지주사 신호탄

최민지
-SKT 박정호 사장, 부회장 승진…SK하이닉스 공동대표 겸임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복심 박정호 신임 부회장을 전진배치하면서, SK텔레콤 중간지주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SK그룹은 3일 오전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각 관계사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 임원인사와 조직개편 사항을 최종 협의했다고 밝혔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SK하이닉스 부회장을 겸한다. 이를 통해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인 박 부회장과 인텔 출신 반도체 전문가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간 시너지가 주목된다. 박 부회장은 관계사 최고경영자(CEO)로 구성된 수펙스추구협의회 내 ICT 위원회 위원장도 맡는다.

박 부회장에 힘이 실리면서, 중간지주사 전환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재 SK텔레콤은 ‘텔레콤(통신)’에서 벗어난 사명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지배구조개편과 중간지주사를 염두에 둔 걸음이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해 중간지주사 전환을 완료하려고 했으나 덩치가 커진 SK하이닉스 주식, 반도체 사이클 하락, 계류된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으로 난항을 겪기도 했다.

이에 박 부회장은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시장과 주주, 구성원이 원할 때 (중간지주사 전환을) 진행할 것이며, 노조와 시장, 구성원과 협의를 통해 실시하겠다”며 “걸림돌은 SK하이닉스 지분 30% 확보 문제인데, 재원 마련에 대한 완벽한 계획이 서야 한다. 빈틈없이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박 부회장은 중간지주사 전환을 위해 물적분할 시나리오는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SK텔레콤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자로 물적분할한 후, 투자회사를 SK그룹 중간지주사로 만드는 방안이다. 중간지주사가 SK텔레콤 사업회사, SK하이닉스, SK브로드밴드 등을 자회사로 두는 형태로 볼 수 있다. SK텔레콤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 후 투자회사를 SK㈜와 합병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가 된다면 SK하이닉스는 SK㈜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변한다. 증손회사 100% 지분인수 조건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M&A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박 부회장은 그룹 내 대표적인 인수‧합병(M&A) 전문가로 정평이 났다. SK그룹의 한국이동통신 인수를 비롯해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했다. 현재 각각 SK텔레콤, SK하이닉스라는 이름으로 그룹 내 핵심계열사로 성장했다. 도시바 메모리사업부와 ADT캡드 인수 등도 그의 손을 거쳤다.

관건은 중간지주사 전환을 위한 추가 지분 확보다.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지분 20.07%를 보유하고 있는데, 현행법상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로 전환하려면 9.93%를 더 확보해야 한다. 이는 7조원 이상을 더 투입해야 한다는 의미다. 자회사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순차적으로 물적분할 후 상장시키는 방안이 추진되는 이유 중 하나다. 자금확보를 위해 상장 후 주요 사업부문 매각도 진행 가능한 부분이다.

밑그림은 그렸다. 박 부회장은 이동통신(MNO), 미디어, 커머스, 보안에 이어 모빌리티까지 더한 5대 핵심사업부 체제를 완성했다. 박 부회장은 원스토어를 시작으로 SK브로드밴드, ADT캡스, 11번가, 티맵모빌리티에 이르기까지 순차적인 기업공개(IPO)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하면서, 중간지주사 포석을 깔겠다는 복안이다.

관련해 SK텔레콤은 미디어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는 케이블TV 티브로드와 합병을 완료하고, 지상파3사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웨이브’를 출범했다. 보안사업부문 양대 축인 ADT캡스와 SK인포섹은 합병을 발표했다. 티맵모빌리티는 오는 29일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와 함께 박 부회장은 SK텔레콤을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한 초협력 행보도 눈에 띈다. 박 부회장은 삼성전자, 카카오와 인공지능(AI) 동맹을 맺었고 해외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을 비롯해 우버까지 손을 잡았다.

자회사 11번가는 커머스 사업 확대를 위해 아마존과 지분참여 약정을 체결하고, 신설법인 티맵모빌리티는 우버 투자를 끌어냈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IT공룡들과 연이어 협력하며, SK텔레콤 또한 탈통신을 통해 ICT종합기업으로 변모하겠다는 의지다.

한편, 박 부회장은 1989년 선경 입사 후 SK텔레콤 뉴욕지사장, SK그룹 투자회사관리실 CR지원팀장, SK커뮤니케이션즈‧SK텔레콤 사업개발부문장, SK C&C 사장 등 그룹 내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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