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LG vs SK, 美 ITC 1차소송 ‘LG 승리’…SK, 남은 전략은?[IT클로즈업]

윤상호
- ITC, “10년 SK배터리 미국 수입 및 유통 금지”
- LG, “납득할 협상안 없을 경우 민사소송 지속”
- SK, 조지아주 공장 매개 美 대통령 거부 기대


[디지털데일리 윤상호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에서 LG에너지솔루션 손을 들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등을 10년 동안 미국에 수입하지 말라고 판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합당한 협상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민사소송까지 진행하겠다고 위협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이 위기에 놓였다.

10일(미국시각) ITC는 지난 2019년 4월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침해로 고소한 사건(337-TA-1159, 1차 소송)의 최종판결을 발표했다.

ITC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등 10년 미국 수입금지 및 현재 수입 품목 미국 생산 유통 판매 금지 10년을 내렸다. 다만 포드 폭스바겐 기아 일부 배터리 등은 유예기간을 뒀다.

LG에너지솔루션은 “납득할 수 있는 합의안이 제시되지 않는 경우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임해 나갈 수 밖에 없다”라며 “LG에너지솔루션이 배임 논란에서도 벗어나기 위한 필요 조치”라고 강조했다. 또 “이제라도 계속적으로 소송 상황을 왜곡해 온 행위를 멈추고 ITC 최종결정에 부합하는 제안을 함으로써 하루빨리 소송을 마무리하는데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아직 소송이 끝난 것은 아니다. ITC 최종판결 효력은 60일 이내 대통령 재가로 발생한다. 대통령이 거부하면 효력은 사라진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이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로다.

2013년 ITC는 삼성전자가 애플에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에서 애플 제품 미국 수입금지 최종판결을 했다. 하지만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의미가 없어졌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 명분으로 ‘미국 소비자 권익 침해’를 들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1공장은 2022년 1분기 2공장은 2023년 3분기 가동 예정이다. ICT 최종판결대로면 공장 가동은 불투명하다.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면 배터리 생태계 전체를 가져와야 한다. 비용과 시간이 든다.

조지아주는 이 공장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기대가 크다. 작년 10월 조지아주는 지역언론에 “조지아주 북동부 전역에 상당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경제 게임 체인저”라며 “공장 건설로 인한 일자리 창출 효과에 이어 곧 2600여명의 직원과 직접 장기 고용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전한 바 있다.

조지아주는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와 상원의원 선거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한 곳이기도 하다. 공화당 강세 지역이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당을 지지했다.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이 되는데도 일조했다. 친환경 산업 육성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기도 하다.

SK이노베이션도 이 공장을 지렛대로 이용할 분위기다. SK이노베이션은 “남은 절차를 통해 SK배터리와 미국 조지아 공장이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친환경 자동차 산업에 필수적이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 수천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 등 공공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거부권 행사로 수입금지를 막더라도 영업비밀침해 소송 패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ITC는 증거인멸을 이유로 SK이노베이션 조기패소와 최종판결을 내렸다. SK이노베이션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제대로 시시비비를 가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주장은 법정에서는 먹히지 않는다. 델라웨어 지방법원에서 이어질 민사소송이 부담이다. 미국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있다. ITC 최종판결 영향을 받을 경우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발동하지 않을 경우엔 상황은 더 안 좋다. 60일 후에는 정상적 미국 사업이 쉽지 않다. 연방항소법원에 항소를 할 수 있지만 수입금지 효력은 그대로다. 심리 기간 피해를 피할 수 없다. 판결이 뒤집힌다는 보장도 없다.

협상 시계가 빨라질 가능성은 있다. 문제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자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협상에 고압적 태도를 유지할 확률이 높다. SK이노베이션이 어디까지 양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SK이노베이션 작년 배터리사업 매출액은 1조6102억원이다. 2022년 흑자전환 목표다. LG에너지솔루션 요구액에 따라 상당기간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

영업비밀침해 인정 여부를 둘러싼 입장도 변수다. SK이노베이션은 그동안 ‘LG화학 임직원 입사는 직업 선택의 자유’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이 ‘십여년동안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배터리 사업을 육성했다’는 입장도 고수했다. 이를 바꾸면 실리에 이어 명분까지 잃는 셈이다.

협상을 60일 이내 마치지 못하면 SK이노베이션도 이판사판이다. ITC 소송은 2건이 더 남았다. 2차 소송(337-TA-1179)은 SK이노베이션 3차 소송(337-TA-1181)은 LG에너지솔루션이 원고다. 서로를 특허침해로 고소했다. 2차 소송 예비판결은 7월30일 3차 소송 예비판결은 7월19일 예정이다. ‘양패구상’을 무기로 벼랑 끝 전술을 펼칠 가능성도 남아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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