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미국이냐 중국이냐…삼성, 美 파운드리 검토 속 숨은 고민은?[IT클로즈업]

윤상호
- 美 생산라인 추가, 경제적 실익 낮아…거래처 확보 불확실·생태계 비용↑
- 삼성전자, TSMC 대비 다양한 사업분야…中 불만 부담


[디지털데일리 윤상호 기자] 삼성전자의 미국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투자가 임박했다. 지역과 조건을 최종 조율 중이다. 삼성전자 지난 1월 ‘2020년 4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 최윤호 사장은 “3년 내에 전략적 시설투자를 확대하겠다”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가 목표다. 파운드리 생산시설 확충은 1위 달성을 위한 인프라다.

8일 삼성전자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투자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수감 등으로 판단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 2020년 기준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24조7300억원이다. 순현금은 104조51000억원이다.

반도체 설계(팹리스)는 미국 기업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매출액 상위 5개 팹리스는 ▲퀄컴 ▲브로드컴 ▲엔비디아 ▲미디어텍 ▲AMD다. 미국 회사 4개 대만 회사 1개다.

미국 정부는 제조업 미국 복귀에 힘을 쏟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반도체도 마찬가지다. 미국에 생산시설이 있는 파운드리가 미국 팹리스와 관계를 맺기 유리할 것으로 여겨진다.

파운드리 1위 TSMC는 작년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을 신설키로 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 증설과 새로운 거점 마련을 두고 저울질 중이다.

파운드리 업체 미국 생산시설은 경제적 측면에서는 비효율적이다. 물류비용이 급증한다.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원재료 등의 생태계는 한국 중국 대만 일본 등 아시아권에 집중해있다. 완성한 제품을 구입해 사용할 곳도 대부분 중국과 베트남 등이다. 생태계를 새로 구축해야 한다. 임금 등은 부차적 사안이다. 미국 팹리스 대부분은 TSMC와 거래한다. 미국에서 다른 지역 고객사 제품을 생산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정치적 부담도 증가한다. 미국은 중국과 갈등하고 있다. 미국은 작년 중국 정보통신기업(ICT) 화웨이와 세계 반도체 업계의 거래를 차단했다. 화웨이는 생존 위기다. 중국은 미국의 손을 잡은 업계에 경고를 보냈다. 해외 제재에 협조해 중국 기업에게 피해를 준 제3국 업체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미국 파운드리 확대는 중국 대신 미국을 선택했다는 신호로 보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기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불매’로 응징했다. 삼성전자는 TSMC와 사업구조가 다르다. TSMC는 중국 없이 사업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중국이 없으면 위험하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와 완제품 사업도 있다. 중국 시장을 잃을 경우 세계 선두 유지가 불가능하다.

한편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분사 필요성도 높아졌다. 삼성디스플레이처럼 독립하는 방식이다.

각 사업부별 이해관계 충돌이 심화하고 있다. 미중 관계 등 대외변수만이 아니다. 팹리스 고객사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외 사업부와 경쟁 관계가 다수다. TSMC에 비해 고객 유치가 불리하다.

그러나 파운드리사업부 재무 건전성 확보 시점이 관건이다. 분사로 별개 회사가 되면 메모리에서 벌어 파운드리에 투자할 수 없다. 파운드리에서 벌어 파운드리에 투자해야 한다. 아직 어렵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윤상호
crow@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