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랜선인싸] 곤충덕후 유튜버 ‘정브르’, 영화배우 데뷔한 사연은?

권하영

왼쪽부터 김광현 샌드박스 선임PD, 유튜버 정브르, 김아람 샌드박스 선임매니저
왼쪽부터 김광현 샌드박스 선임PD, 유튜버 정브르, 김아람 샌드박스 선임매니저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어릴 적부터 곤충 채집을 좋아해 얼굴이 까맣게 타곤 했던 소년이 ‘곤충 덕후 유튜버’가 되더니 이제는 ‘영화배우’로 데뷔했다. 무슨 사연일까?

멀티채널네트워크(MCN) 샌드박스 소속 유튜버 ‘정브르’(본명 이정현)는 스스로를 ‘생물인’이라고 소개한다. 주로 곤충과 파충류를 비롯한 희귀동물들을 소개하며 ‘생물’ 전문 크리에이터로 자리잡은 까닭이다. 어릴 때부터 곤충에 푹 빠졌다는 그는 취업을 걱정할 나이가 됐을 즈음 유튜브에 뛰어들었다. 당시 ‘반려곤충’ 분양·사육을 다루는 사업장과 온라인 커뮤니티 카페 운영자로 이미 돈을 벌고 있던 그는 유튜브를 통한 수익이 본업을 뛰어넘기 시작하자 본격적으로 유튜버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정브르는 흔히 인기 있는 강아지나 고양이 대신, 카멜레온·타란툴라·전갈 등 이색동물부터 대왕지네·아르마딜로·크레스티드게코 등 몸값만 수천만원이라는 희귀동물들을 조명한다. 콘텐츠 자체가 차별화될 수밖에 없는 그의 유튜브 채널은 2016년 무렵 1000여명 구독자에서 출발해 최근 90만명을 돌파하고 ‘골드버튼’(100만 구독채널) 달성을 앞두고 있다. 이제는 원하는 생물들을 부담 없이 분양받을 만큼은 벌게 됐다는 그는 몇년간 수입을 모아 분양에만 최대 1억원 가까이 투자한 적도 있다고.

정브르는 최근 영화 주인공(?)으로도 발탁됐다. 지난달 24일 전국 88개 CGV 상영관에서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정브르의 동물일기’를 통해서다. 코로나19로 가족들의 동물원 나들이를 잘 볼 수 없게 된 요즘, 정브르가 영화 속 동물원 사육사로 분해 동물들과의 교감을 대신 전달하겠다는 취지다. 기획과 투자 전반을 맡은 샌드박스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첫 도전이다. 김아람 샌드박스 콘텐츠 비즈니스팀 선임매니저는 “매니지먼트 사업 외에 커머스와 콘텐츠 사업으로 외연을 확장하려는 시도”라며 “극장이라는 새로운 플랫폼, 그리고 추후 IPTV를 비롯해 OTT까지 넓혀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지난 2월22일 서울 용산구 샌드박스 본사에서 진행한 유튜버 정브르, 김아람 샌드박스 콘텐츠 비즈니스팀 선임매니저, ‘정브르의 동물일기’ 영상제작 담당 김광현 샌드박스 선임PD와의 인터뷰.



Q.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특별히 ‘생물 크리에이터’가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정브르. 어릴 적 친구들이 딱지치기를 할 때 혼자 곤충 채집을 했다. 고등학생 때도 수의사나 사육사를 꿈꿨고, 취업을 준비할 즈음 반려곤충 분양과 사육을 다루는 사업장을 차렸다. 처음에는 영상 저장소라는 느낌으로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유튜브 수익이 본업 매출을 뛰어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유튜브를 했다.

Q. 자신만의 채널 경쟁력과 구독자를 많이 모으는 비결은?

A. 정브르. 콘텐츠 자체가 희귀하다는 게 차별화 포인트다. 희귀한 동물들은 수천만원에서 1억원을 호가하는 것들도 있어 쉽게 볼 수 없다. 또 구독자들을 모으려면 썸네일과 제목이 가장 중요하다. 가령 뱀 관련 콘텐츠라면 뱀이 이빨을 벌리는 순간을 포착한다든지 생물들의 생김새에 따라 부각되는 면을 클로즈업해 썸네일을 만든다.

그리고 채널 성향에 맞는 콘텐츠를 찾아야 한다. 기존 구독자들은 흔히 보는 강아지나 고양이 영상을 오히려 안 좋아하더라. 그래서 새 구독자 유입을 위해 어느 정도 친숙한 동물을 보여주고, 마니아들을 위한 자극적인 생물도 소개하는 식으로 했다.

Q. 특별히 기억에 남는 콘텐츠는 무엇인가?

A. 정브르. 우리 주변에서 알게 모르게 하수구에 갇혀 있는 동물들이 많다. 시기가 되면 대이동을 하는 맹꽁이들이 그런데, 한번은 하수구에 빠진 맹꽁이를 구출한 영상을 올린 적이 있었다. 그때 같이 안타까워 하고 또 본인도 위험에 처한 동물들을 발견한 적이 있다며 공감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았다. 이런 영상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면 관련 시설들이 개선되고 대책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Q. ‘정브르의 동물일기’는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A. 김아람 매니저. CGV 측에서 먼저 정브르 측에 제안을 주셨고, 이어 에버랜드와 협의해 그곳 사파리를 간접 체험하는 콘텐츠를 샌드박스가 기획·투자하게 됐다. 소속 크리에이터 콘텐츠를 영화로 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극장 개봉 3주 뒤에 IPTV 3사에 VOD가 공급될 예정이며, 일부 OTT 업체와도 공급을 타진하고 있다.

A. 김광현 PD. 정브르가 어릴 때부터 동물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지금의 위치에 올라섰다는 점에서 세상이 말하는 공부가 전부가 아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도 주고 싶었다. 코로나19로 동물원에 가는 가족 단위 나들이가 줄었기 때문에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CGV 4DX로도 준비했다.

Q. MCN이 유튜브를 벗어나 플랫폼를 확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김아람 매니저. 크리에이터들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면서 유튜브 외에 다른 플랫폼에서도 콘텐츠 니즈가 만들어지고 있다. 샌드박스도 처음에는 어린이 채널이나 VOD로 출발을 해서 점차 기획적인 시도를 많이 하고 있고, 실제 여러 분야에서 협업 제안도 많이 들어온다. 출판, 음반 발매, 카카오톡 이모티콘 등 매니지먼트 사업 외에 커머스와 콘텐츠 사업으로 외연을 넓히고자 한다. 이번 영화 사업도 그 일환이다.

A. 정브르. 유튜버로서 극장 영화가 상영되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다는 것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구독자들이 동물원 나들이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관람했으면 좋겠다.

Q.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A. 정브르. 많은 분들이 본업을 제끼고 유튜브에 뛰어들어서 조급해한다. 시작부터 영상에 대한 압박감을 많이 느끼고, 그에 반해 반응이 적다 하면 빨리 실망한다. 간단한 취미 생활로 시작하다가 반응이 서서히 좋아진다면 천천히 전향을 하는 게 좋다. 지금 유튜브는 너무 레드오션이다. 자기만의 뚜렷한 캐릭터가 있어야 한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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