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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총출동 이끈 '최태원' vs 모습 보이지 않은 '이재용⋅전영현'…왜? [CES 2025]

라스베이거스(미국)=배태용 기자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전시관에서 최태원 SK 회장(중앙)이 SK부스를 찾아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전시관에서 최태원 SK 회장(중앙)이 SK부스를 찾아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CES 2025는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온도가 극명하게 드러난 자리였다.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은 반도체 수장들과 함께 CES에 총출동, AI 시대를 주도하기 위한 전력투구를 이어간 반면,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을 비롯해 반도체 수장 전영현 부회장까지 불참, 상반된 모습을 자아냈다.


◆ 젠슨 황의 CES 2025 기조연설, 글로벌 협력의 장 = CES는 과거부터 글로벌 기업 간 주요 협력과 합의를 이끌어내는 자리로 주목받아왔다. 올해도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직접 기조연설에 나서며 차세대 AI 반도체 기술과 비전을 제시했다. 특히, AI와 반도체 기술의 융합은 업계의 새로운 협력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중요한 논의 주제로 자리 잡았다.

그간 젠슨 황은 AI 반도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뒷받침할 HBM(고대역폭 메모리) 기술의 발전과 글로벌 협력을 촉구해왔다. HBM 시장에서의 경쟁은 단순히 기술력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협력과 신뢰가 핵심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이번 CES는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 중요한 무대로 평가됐다.

앞서 엔비디아는 AI와 고성능 컴퓨팅(HPC)을 위한 GPU 로드맵을 공개하며, 차세대 제품 개발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이 중에, 차세대 GPU '루빈'은 AI 연산 속도와 에너지 효율에서 대폭적인 성능 향상을 목표로 설계된 제품으로, 2026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5 기조연설에서 블랙웰 기반의 지포스 RTX 50 시리즈를 소개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5 기조연설에서 블랙웰 기반의 지포스 RTX 50 시리즈를 소개하고 있다.

루빈은 TSMC 3나노미터 공정에서 생산되며 HBM4가 8개 탑재된다. AI와 HPC 제품군에서 데이터 처리량을 혁신적으로 끌어올릴 핵심 요소로 평가된다. 그러나 HBM4의 공급망은 아직 완전히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와 오랜 기간 협력 관계를 이어왔으며, SK하이닉스가 주요 공급사로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물론 엔비디아 공급망에서 고배를 마신 삼성전자도 HBM4에선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어 최종 선택은 여전히 미지수다.

상황이 이러한 만큼, C레벨 및 회장단의 협력의 중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이들의 협력은 단순한 기술 교류를 넘어 글로벌 시장의 방향성을 함께 설정하는 역할을 한다. 공급망 안정성을 강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며, 각자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파트너십을 체결하거나 공동 연구개발(R&D) 논의를 통해 업계의 흐름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 젠슨 황 대화 나눈 최태원…협력 논의 = 이러한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선두주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CES에서 극명한 온도차를 보였다. 그간 HBM 공급망을 잡아온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은 반도체 수장인 곽노정 사장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인사들과 함께 CES에 총출동시켰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SK그룹의 전력투구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실제로 CES 2025 현장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만나 HBM 기술 개발 경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최 회장은 "그동안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의 요구에 맞춰 기술을 따라가는 상황이었지만, 최근에는 SK하이닉스의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를 앞서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한, HBM 공급과 관련한 실무적 협의가 완료된 상태임을 확인하며 양사의 협력 관계를 재확인했다.

이재용 회장이 25일 항소심 결심공판에 참석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이 25일 항소심 결심공판에 참석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황 CEO는 CES 기조연설에서 언급한 '피지컬 AI'와 디지털 트윈을 포함한 차세대 플랫폼에 대해 의견을 나눴으며, 최 회장은 "한국의 제조업 강점을 바탕으로 SK와 엔비디아가 함께 혁신을 만들어갈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HBM 기술 선두주자로 자리 잡은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의 협력은 AI와 HPC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을 비롯해, 반도체 사업 명운을 쥐고 있는 전영현 부회장도 참석하지 않았다. 특히 전 부회장은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을 맡으며 조직 쇄신과 기술 혁신을 강조해왔는데, 그런 그가 CES와 같은 글로벌 무대에 나타나지 않은 것에 대해 업계에선 아쉽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CES는 글로벌 기업 간 협력을 논의하는 중요한 자리이기도 한데, 삼성전자가 주요 수장이 참석하지 않은 점은 전략적 실기"라며 "특히, 엔비디아와의 관계 회복과 HBM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미국)=배태용 기자
tyb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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