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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쿠·카’ 삼국지를 바라보는 이커머스업계 두 시선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주류가 이른바 ‘네·쿠·카’(네이버·쿠팡·카카오)로 집결되고 있다. 업계 1위 네이버는 오프라인 강자 이마트와 혈맹을 준비하고, 경쟁자 쿠팡은 성공적인 미국 상장으로 자금 실탄을 장전했다. 이들의 아성을 위협하는 카카오는 연거래액 20조원이 오가는 이베이코리아를 탐내는 상황이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현지시간)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기점으로 국내 주요 이커머스 기업에 대한 기업가치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곳은 네이버다. 메리츠증권은 네이버쇼핑의 재평가가 기대된다며 지난 12일 네이버 목표주가를 47만원에서 52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네이버쇼핑의 가치도 기존 20조8000억원에서 28조원으로 34.6% 높였다. 쿠팡의 기업가치가 공모가 밴드(구간) 기준 71조8000억원 수준으로, 올해 예상 GMV(총거래액) 대비 PSR(주가매출비율) 2.3배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한 계산이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쿠팡 대비 70% 할인된 값을 30~50%로 축소할 경우 네이버쇼핑의 가치는 46조7000억원~65조3000억원으로 상향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네이버의 경우 특히 신세계그룹 핵심 계열사인 이마트와 지분교환 방식의 전략제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은다. 업계에서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쿠팡에 대항한 이른바 반(反)쿠팡 전선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가 이미 CJ그룹(CJ 대한통운·CJ ENM)과 지분 혈맹을 맺은 상황에 오프라인 유통 잔뼈가 굵은 신세계까지 합류할 경우 플랫폼·물류·콘텐츠 삼박자가 갖춰지게 된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3자 연합의 전략은 그들이 구축하지 못한 경쟁력을 공유한다는 측면에서 묘수”라며 “온라인 시장에서 또 한번의 경쟁력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쿠팡은 상장 첫날 공모가 35달러보다 약 41% 오른 49.25달러로 거래를 마감하면서 시가총액 100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쿠팡의 기업공개(IPO)는 2014년 알리바바 이후 아시아 최대, 2019년 우버 이후 뉴욕 증시 최대 규모다. 쿠팡은 이번 IPO에서 45억5000만달러(약 5조1678억원)를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이 자금을 토대로 한국 시장을 겨냥한 “공격적이고 지속적이며 계획적인 투자를 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어 또 다른 영역 확장이 예상된다.

대형 매물 이베이코리아도 변수다. 지금까지 이베이코리아의 인수가는 4~5조원 규모로 다소 비싸다는 평이 많았다. 하지만 공모가 기준 쿠팡의 기업가치가 72조원에 달하자 분위기가 달라질 조짐도 보인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는 신세계·롯데를 비롯해 사모펀드 등 여러 인수후보들이 모이고 있지만 가장 유력한 곳으로는 카카오가 거론된다. 네이버 연합군과 쿠팡에 맞서 플랫폼 영향력을 확대하려면 쇼핑 부문 강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최근 카카오는 국민메신저 앱 카카오톡에 네 번째 탭으로 ‘카카오쇼핑’ 탭을 전진배치하는 등 커머스 경쟁력 강화에 돌입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까지 성사될 경우 카카오는 연거래액 24조원 수준으로 몸집을 키워 단숨에 쿠팡을 제치고 네이버를 위협하게 된다.

한편에서는 그러나 이같은 흐름이 대형 플랫폼 위주의 영향력 확대와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추후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업체들 표정도 착잡하다. 전반적인 기업가치 재평가 추세로 상장 자체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이른바 네·쿠·카 구도가 굳어지면 그만큼 경쟁력 확보가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쿠팡이 IPO를 통해 5조원 자금을 새롭게 수혈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저마진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쿠팡이 쏘아올린 상장 신화로 국내 이커머스 판이 다소 고평가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기업가치(PSR)는 4.8배로, 미국 최대 이커머스 기업인 아마존(4.4배)보다도 높다. 이는 중국의 알리바바(9.3배)보다는 낮은 숫자지만, 직매입 비중이 높은 쿠팡의 경우 대형 물류 투자로 인한 4조원치 누적 적자를 안고 있어 개선 과제가 남은 상황이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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