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마이크론에 기술 역전?…삼성전자, '200단 낸드'로 반격

김도현
- 싱글 스택으로 128단 적층 가능…세계 최초 타이틀 탈환하나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경쟁사의 공격적 행보로 자존심을 구긴 삼성전자가 반격에 나선다. 차세대 제품을 통해 메모리반도체 1위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의도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0단 이상 낸드플래시 제조공정을 테스트하고 있다. 연내 생산할 7세대 수직구조(V)낸드와 차차기 8세대 V낸드 중 어느 제품에 적용할지는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낸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메모리다. 단층으로는 고용량을 감당할 수 없어 반도체 업체들은 복층 구조로 이를 해결하고 있다. 선두주자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 1세대(24단) V낸드를 시작으로 매번 가장 먼저 단수 올리기에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미국 마이크론이 세계 최초 타이틀을 빼앗으면서 묘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당시 마이크론은 176단 3차원(3D) 낸드를 싱가포르 팹에서 생산해 고객사에 납품했다고 밝혔다. 한 달 뒤 SK하이닉스는 176단 4D 낸드 개발 소식을 전했고 지난 2월에는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이 공동으로 162단 3D 낸드 기술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에 금이 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기술 차이가 2년에서 6개월 내외로 줄었다고 평가했다.

대내외적으로 위기론이 제기됐지만 삼성전자는 개의치 않았다. 시장 수요에 맞춰 일정을 조율하고 있을 뿐 신제품 개발을 못 한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열린 투자자포럼에서 “7세대 V낸드부터는 더블 스택 공정을 적용할 예정”이라며 “현재 6세대 V낸드는 싱글 스택을 적용해 128단을 쌓는데 더블 스택을 적용하면 단순 계산으로 256단 적층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셈이다.

더블 스택은 회로에 전류가 흐르는 구멍을 두 번에 나눠서 뚫는 방식이다. 싱글 스택 대비 공정 수와 재료가 늘어난다는 단점이 있다. 시간과 비용 증가한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 등은 최대 96단까지만 싱글로 처리할 수 있다. 단일 공정으로 100단 낸드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곳은 삼성전자뿐이다.

삼성전자는 구축 중인 경기 평택 P2 공장에서 7세대 V낸드를 양산할 계획이다. 단수나 시점 등을 구체화하지는 않았지만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의 176단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삼성전자가 200단 이상 낸드로 직행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경쟁사 대비 우수한 적층 기술을 갖춘 만큼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김도현
dobest@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