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삼성전자 '반도체 초격차'는 옛말인가 [IT클로즈업]

김도현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삼성전자는 일본, 미국, 대만 등 반도체 업체들과의 치킨게임에서 승리하면서 메모리 시장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이를 이끈 권오현 삼성전자 고문이 ‘초격차’라는 책을 발간한 뒤로 초격차는 삼성 반도체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표현이 됐습니다. 초격차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격차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수십 년간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양과 질 모두 압도적이죠. 차세대 제품 관련 세계 최초 타이틀도 항상 삼성전자가 차지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묘한 기류가 흐릅니다. 시발점은 지난해 11월. 당시 메모리 3위 미국 마이크론은 176단 낸드를 업계 최초로 공개했습니다. 한 달 뒤 SK하이닉스도 176단 개발 완료 소식을 전했고 지난달에는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이 공동으로 162단 낸드를 선보였습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아직 조용합니다. 더블 스택 기술을 적용한 7세대 V낸드를 연내 생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단수 등 이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낸드보다 시장점유율이 높은 D램에서도 마이크론이 한발 앞서 4세대 10나노급(1a) 제품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내놓는 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삼성전자의 1등 이미지에 금이 간 것은 사실입니다. 마이크론이 단순 기술개발 수준이 아닌 양산화에 돌입했음에도 삼성전자의 차기 제품 출시일정은 베일에 싸여있기 때문이죠.

대내외적으로 삼성 반도체의 위기론이 제기됩니다. 기술 공개든 제조든 누구보다 빨랐던 삼성전자였기에 그동안의 걱정과는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업계에서는 마이크론 등이 삼성전자와의 기술 격차를 6개월 내외로 좁힌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공식적인 입장은 ‘시장 상황과 수요에 맞춰 일정을 조율 중’이라는 겁니다. 128단 낸드 및 3세대 10나노급(1z) D램으로의 전환이 본격화한 시점에서 차세대 메모리 수요가 충분하지 않다는 거죠.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한다는 뜻입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싱글 스택으로 100단 이상 낸드 생산이 가능하고 D램에 처음으로 극자외선(EUV) 공정을 도입한 곳이 삼성전자입니다. 표면적인 시기상 뒤처진 것 같아도 여전히 최고의 기술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죠. 삼성전자 한진만 전무는 “6세대 V낸드는 싱글로 128단을 쌓는데 단순 계산으로 더블을 적용할 경우 256단 적층이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총수 부재, 노조 활성화, 미·중 무역분쟁 등이 겹치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많아진 게 사실입니다. 높아진 공정 난이도로 과거 대비 신기술 개발이 어려워진 점도 경쟁사의 추격을 허용하는 데 한몫했습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초격차 DNA는 치열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기대감을 주는 요소라고 말합니다. 삼성전자가 초격차 일지를 다시 쓰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김도현
dobest@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