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만들기 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는 해외의존도가 높다. 지난 10여년 줄곧 지적했던 문제다. 일본 수출규제는 한국 기업의 약점을 부각했다. <디지털데일리>는 소부장 육성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 유망기업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최근 반도체 업계의 키워드는 ‘분업화’다. 제조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한 업체가 모든 작업을 처리하기 힘들어진 영향이다. 반도체 설계(팹리스)와 수탁생산(파운드리) 간 협업은 어느 때보다 활발한 시기다.
정보기술(IT) 시장 전반의 수요가 늘면서 파운드리는 초호황을 맞이했다. 특히 7나노미터(nm) 이하 기술력을 갖춘 대만 TSMC와 삼성전자는 애플, AMD, 퀄컴, 엔비디아 등 글로벌 팹리스의 주력 제품을 담당하면서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디자인하우스라는 협력사가 등장한다.
양사는 각각 가치사슬협력자(VCA),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라 부르는 업체에 업무를 분담한다. 이들은 고객사의 반도체 설계를 지원하고 파운드리 업체와 다리를 놓아주는 역할을 한다. 패키징, 테스트 공정 등을 외주업체에 맡기는 과정에서 관여하기도 한다.
VCA에서는 대만 글로벌유니칩(GUC), DSP에서는 코아시아가 대표적인 업체로 꼽힌다. TSMC가 파운드리 1위인 만큼 GUC도 세계 최대 규모의 디자인하우스다. 파운드리 후발주자 삼성전자는 코아시아와 함께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단계다.
지난달 만난 코아시아 관계자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태계를 만드는 데 일조하면서 GUC를 넘어서겠다”고 강조했다.
코아시아는 삼성전자 출신 이희준 회장이 1997년 설립했다. 대만에서 반도체를 유통하는 코아시아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로 시작했다. 초기에는 이미지센서, 카메라모듈 등의 유통 및 솔루션을 담당했다. 제품 판매는 물론 설치와 사후서비스(AS) 등까지 맡은 것이다. 이후 삼성 메모리사업부, 시스템LSI사업부 등과 협력하다가 삼성이 파운드리 시장 진출을 준비하자 지난 2019년 자회사 코아시아세미를 설립하고 2020년 DSP로 편입했다.
코아시아의 가장 큰 장점은 대만 네트워크다. 대만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 생태계를 갖춘 국가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 근무 당시 대만 주재원을 맡아 현지 사정에 능통하다. 이는 반도체 유통사업은 물론 대만 인력 영입 등에 도움이 되고 있다.
코아시아 관계자는 “DSP가 되기 전부터 대만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스템반도체 산업 정보 획득과 고객 발굴이 된 상태”라며 “삼성 엑시노스 등 개발에 참여한 넥셀을 인수하면서 설계 역량도 키웠다”고 설명했다. 코아시아넥셀은 현대기아차, LG전자 등의 레퍼런스를 보유한 회사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및 파운드리 출신 인력을 대거 영입한 코아시아는 다른 DSP와의 협업을 통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에코시스템(SAFE)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GUC에 대항하기 위해 하나텍, 가온칩스 등과 손잡았다. 코아시아 관계자는 “GUC 엔지니어 규모는 약 700명이다. 국내는 아직 인력이 부족해 연합군을 결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는 2022년까지 코아시아세미 자체 인력 700명을 확보할 계획이다.
코아시아는 디자인하우스 외에도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자회사 코아시아씨엠비나를 통해 카메라모듈 시장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A 시리지 등 중저가 모델 위주로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스마트폰 카메라렌즈 업체 디오스텍을 인수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향후 디오스텍 광학렌즈 기술을 의료기기용, 전장용 등으로 넓힐 방침이다.
삼성전자 무선이어폰 갤럭시버즈 등에 부품을 납품하는 비에스이, 현대차 아이오닉5에 조명용 발광다이오드(LED)를 공급한 코아시아잇츠웰 등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코아시아 관계자는 “자회사 매출은 DSP 사업에 기반이 되고 있다. 코아시아 세미의 성장으로 선순환 구조를 이뤄낼 것”이라면서 “삼성전자와 TSMC 간 기술력 차이는 사실상 없다고 본다. 코아시아는 대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삼성 파운드리 성장을 도울 것”이라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