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

KT, 부동산만 9조원…이석채 시절 땅만 안팔았어도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토지, 건물 등 KT의 부동산 자산 가치가 9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KT 2020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KT가 보유한 토지는 총 613만5306㎡(185만5930평), 건물 362만7250㎡(109만7243평)으로 나타났다. 토지는 공시지가로 7조2128억원, 건물은 장부가액으로 1조5262억원에 달한다.

KT의 부동산 가치는 최근 몇 년간 매년 수천억원씩 상승 중이다. 5년 전인 2015년 연말 기준으로 KT 토지의 공시지가는 5조668억원이었다. 매년 땅값이 4300억원씩 늘어난 셈이다.

토지 자산가치 상승의 원인은 서울에 위치한 땅값이 최근 몇년간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KT는 서울에 28만5585㎡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 전체 보유 토지의 4.6%에 불과하지만 공시지가는 3조8222억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5년전과 비교하면 땅값이 1조1325억원이나 상승했다.

가만히 앉아서 자산이 크게 늘어났지만 KT 입장에선 아쉬움이 남는다. 10여년전 이석채 전 회장 시절 서울에서의 대규모 토지 및 건물 매각이 없었더라면 자산규모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석채 회장이 취임하던 2009년말 KT가 보유한 토지는 802만6769㎡(242만8097평)이었다. 당시 토지 공시지가는 5조5052억원이었다. 서울에 보유한 토지는 지금의 2배 이상인 60만1382㎡(18만2922평)에 달했다.

당시 이 전 회장은 경영효율화 명목으로 국사 통폐합, 구시가지 자산 정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2011년까지 토지 80만㎡를 매각했다. 이 전 회장이 연임하기 전인 2011년에 매각된 부동산은 20개에 달했다. 특히, 이 전 회장은 가치가 높았던 서울 토지 및 건물을 집중적으로 매각했다. 핵심시설로 평가받던 목동 정보전산센터조차 구시가지로 분류돼 매각되는 신세가 됐다. 부동산 매각 광풍이 끝난 2012년말 KT의 토지 자산은 3조9505억원으로 쪼그라 들었다.

당시 이 전 회장은 부동산 매각 금액을 갖고 비통신분야에 투자해 지속성장을 약속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내지 못했다. 오히려 매각한 부동산을 비싼 가격에 재임차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부동산 매각 반대급부로 키웠던 KT렌털은 황창규 회장 시절 매각됐다. 부동산을 팔아 실적을 맞추고 고배당정책을 펼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당시 KT 주가는 3만원 남짓에 불과했지만 배당금은 2000원이나 했다.

여기에 이 전 회장은 매각 부동산이 감정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시민단체로부터 배임혐의로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2018년 아현국사 화재가 이석채 전 회장 시절 이뤄진 지나친 국사 통폐합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KT는 과거 한국통신 시절 전국 주요 거점에 전화국사를 보유하고 있어 다른 통신사 및 대기업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토지, 건물을 보유하고 있다. 경영 효율화,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부동산 자산을 매각할 수는 있지만 특정 시기, 석연치 않은 이유, 그리고 성과조차 내지 못한 결과로 이어지면서 이석채 전 회장 시절 KT의 부동산 매각은 큰 아쉬움으로 남게 됐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채수웅
woong@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