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전 세계적인 반도체 품귀 현상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원재료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 탓이다. 생산단가 상승으로 인한 반도체 가격 인상도 불가피하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사들은 질산·탄산·시너·아지노모토 빌드업 필름(ABF)·동박적층판(CCL) 등 원재료 수급 불안을 겪고 있다.
이번 사태는 코로나19 및 자연재해로 인한 석유화학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초래됐다. 가령 탄산은 정유사가 원유를 정제하면서 나온 부산물인데 이 과정 자체가 이뤄지지 않자 생산량이 축소된 것이다. 시너는 미국에 한파가 덮치면서 원료 공급사 다우케미컬 텍사스 공장이 가동 중단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질산과 탄산은 반도체 웨이퍼에 묻은 이물질을 제거하는 세정, 시너는 노광 공정 이후 불필요하게 남은 포토레지스트(PR)를 없애는 역할을 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질산·탄산·시너 등은) 핵심 소재는 아니지만 없으면 불편해지는 제품들이다. 쉐이빙폼 대신 비누를 쓰면 면도가 잘 안 되는 것과 같은 식”이라고 설명했다.
ABF와 CCL의 경우에는 필수 부품으로 꼽힌다.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부족하게 된 상태다. 각각 회로 간섭 없이 전류가 흐르게 하는 절연 필름, 반도체 패키지 회로기판용 소재다.
ABF를 통해 ABF 기판을 만드는데 핵심 소재인 ABF는 일본 아지노모토가 독점 공급한다. 절연성 향상이 쉽지 않아 뚜렷한 경쟁사가 없다. ABF의 생산능력에는 한계가 있고 이 때문에 대만 유니마이크론 등 ABF 기판 제조사도 양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CCL은 동박 조달 난항으로 수요 대응이 안 되고 있다. 동박은 얇은 구리 막이다. 최근 배터리 시장 확대로 동박 물량이 나뉜 영향이다. 국내 솔루스첨단소재, 일진머티리얼즈가 반도체용 동박 국산화에 성공했지만 구리 자체가 모자라 대량생산은 힘든 것으로 전해진다.
가뜩이나 반도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원재료까지 정상 납품이 되지 않으면서 정보기술(IT) 업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TV 등 완제품은 부품 하나만 없어도 만들 수가 없고 데이터센터는 반도체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
다른 관계자는 “반도체와 원재료가 부족하다는 것은 가격 상승이 이뤄진다는 의미”라면서 “결국 스마트폰, 가전제품까지도 몸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