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일본 언론은 대한(對韓) 수출규제 이후 상황을 보도하면서 자조적인 목소리를 냈다. 닛케이신문은 ‘작년 한국이 일본에서 수입한 불화수소 규모는 938만달러(약 105억원)로 전년(3633만달러)대비 74.2% 급감했다’는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인용하기도 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9일 공개한 사업보고서에서도 나타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반도체 원재료 주요 매입처로 SK실트론과 솔브레인이 등장했다. 각각 반도체원판, 원판가공 분야를 담당한다. 해당 목록에 올랐다는 것은 삼성전자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일정 수준을 넘어섰다는 의미다.
SK실트론은 실리콘웨이퍼를 공급하는 업체다. 웨이퍼는 식각, 증착 등 여러 공정을 거친 뒤 자르고 포장하면 반도체가 된다.
웨이퍼 시장에서 SK실트론은 5위권이다. 1~2위는 일본 섬코와 신에츠다. 양사의 시장점유율 50% 이상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섬코로부터 가장 많은 물량을 수급했다.
작년은 달랐다. SK실트론은 처음으로 주요 매입처에 이름을 올린 것은 물론 섬코를 밀어내고 최대 조달처로 등극했다. 삼성전자 웨이퍼 국산 비중을 높였다.
화학물질 분야에서도 국내 기업이 1위로 올라섰다. 삼성전자의 2019년 원판가공 주요 매입처로는 일본 스미토모 100% 자회사 동우화인켐만 거론됐다. 2020년에는 솔브레인이 동우화인켐보다 먼저 언급됐다.
솔브레인은 웨이퍼 세정과 식각 공정에 쓰이는 불화수소 등을 납품하는 회사다. 불화수소는 일본이 제재한 3대 핵심소재 중 하나다. 솔브레인은 일본 수출규제 이후 삼성전자와 거래량을 늘리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했다.
한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소재 국산화에 나서자 일본 기업은 관계 유지를 위해 한국행을 택하고 있다.
▲반도체 웨이퍼 연마 소재 납품하는 쇼와덴코 ▲고유전재료를 제공하는 아데카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공급하는 도쿄오카공업 ▲특수가스 황화카르보닐을 만드는 간토덴카공업 ▲반도체 장치용 석용 유리 제조하는 토소 등이 주요 제품 생산이나 개발을 국내에서 수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