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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도 ‘비틀’…차량용 반도체 부족 심화, 언제 풀리나 [IT클로즈업]

윤상호
- 현대차, 아이오닉5·코나EV 일시 생산중단
- 차량용 반도체 부족, 완성차 업체 주문 축소 발단
- 차량용뿐 아닌 세계 반도체 공급 차질…장기화 불가피


[디지털데일리 윤상호 기자] 차량용 반도체 부족이 세계 자동차 산업을 흔들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감산을 검토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 예측 실패가 자동차 제조사 발등을 찍었다. 연내 해결은 쉽지 않은 상태다. 차량용 반도체 업체는 이번 기회를 통해 수익성 제고에 나섰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전기자동차(EV) ‘아이오닉5’와 ‘코나EV’ 생산을 일시중단할 예정이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안이 원인이다. 세계 주요 자동차 제조사는 대부분 올해 들어 생산을 줄였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1분기 세계 자동차 생산 차질 규모를 100만대로 예상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은 정해진 수순이다. 자동차 제조사는 올해 차량용 반도체 주문량을 줄였다. 반도체뿐 아니라 부품 재고 전체를 줄였다. 완성차 업체는 올해도 코로나19로 차량 판매가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망관리(SCM)를 비용 절감에 무게를 실었다. 차량용 부품 업체는 살길 찾기에 나섰다. 차량용 반도체 제조사의 경우 증설을 미뤘다. 기존 라인은 정보기술(IT) 반도체 생산으로 전환했다.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주문을 축소했다.

하지만 선진시장 중심 ‘보복소비(펜트업)’과 EV 전환이 자동차 시장을 견인했다. SCM을 강화한 곳부터 충격이 왔다. 특히 반도체는 필요하다고 바로 생산량을 늘릴 수 없는 제품인 탓에 수급 불안이 더 도드라졌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은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메리츠증권 김준성 애널리스트는 “2020년 12월 이후 완성차 업계 반도체 부족 상황이 지속 중”이라며 “반도체 수급 영향은 낮은 수익성 차량 생산라인에 먼저 반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량용 반도체 제조사가 IT에서 차량용으로 라인을 전환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파운드리 생산도 쉽지 않다. 새로 차량용 반도체 생산라인을 만드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불안요소가 있다. 라인 구축은 수조원과 수년이 필요하다. 양산 준비를 마친 시점에 자동차 제조사가 보수적 SCM 전략으로 회귀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들이 파운드리 업체를 이용하기도 어렵다. 파운드리 업체는 기존 주문을 소화하기도 바쁘다. 반도체 부족은 자동차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차량용 반도체 주문을 받으려면 기존 고객 주문을 포기해야 한다.

미국 텍사스주 한파에 따른 ▲삼성전자 ▲NXP ▲인피니언 등 반도체 생산 중단, 대만과 일본 지진, 일본 르네사스 화재 등 돌발 변수도 악재로 작용했다.

한편 차량용 반도체 제조사와 파운드리 업체는 이번 일을 가격 인상 기회로 삼는 분위기다. 그동안 차량용 반도체는 IT에 비해 싼 값에 팔렸다. 그러나 개발비는 IT에 비해 비싸다. 수명과 내구성 기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탓이다. 자동차 1대에 들어간 반도체 가격은 자율주행 레벨2~3은 280~350달러 레벨4는 1150달러 이상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작년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450억달러다. 2026년까지 연평균 7%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IHS마킷은 같은 기간 연평균 성장률을 10.1%로 추정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미 작년 말부터 파운드리 중심 가격 인상이 진행 중”이라며 “차량용뿐 아니라 전체 시스템반도체 공급 부족이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시스템반도체 업체와 파운드리 업체 제품 가격 인상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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