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D램 이어 낸드도 '3파전'으로…마이크론·WD, 키옥시아 인수 검토

김도현
- 인텔 낸드 품은 SK하이닉스와 2위 경쟁 예고
- 日 정부 반대·키옥시아 기업가치 산정 변수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지난해 이어 올해도 낸드플래시 시장 ‘빅딜’이 이뤄질까. 현실화하면 D램과 마찬가지로 3강 구도로 재편된다. 선두 삼성전자에 대한 추격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31일(현지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및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은 키옥시아(구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검토 중이다.

WSJ는 “상반기 내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이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 지배하는 키옥시아 인수 추진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키옥시아 기업가치는 300억달러(약 33조8500억원) 정도”라고 전했다.

키옥시아는 지난 2017년 일본 도시바가 적자 누적으로 인해 낸드 사업을 분사하면서 만들어진 회사다. 2018년에는 지분 59.8%를 한·미·일 연합에 넘겼다. 미국 투자운용사 베인캐피털이 주도하는 컨소시엄과 일본 광학장비업체 호야가 각각 49.9%, 9.9% 지분을 차지했다. 해당 컨소시엄에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애플, 델 테크놀로지, 시게이트 등이 참여했다.

현재 키옥시아는 지난해 4분기 기준 낸드 점유율 19.5%로 세계 2위다. 작년 2차례 증설 소식을 전하면서 2위 수성에 나선 상태다. 3위 웨스턴디지털(14.4%)과 5위 마이크론(11.2%)은 키옥시아를 품게 되면 단숨에 2위로 도약할 수 있다.

웨스턴디지털은 이미 키옥시아와 관계가 깊다. 일본 등에 합작 공장을 운영하는 등 주요 제품 개발 및 양산을 협업하고 있다. D램 의존도가 높은 마이크론은 지난해 11월 업계 최초로 176단 3차원(3D) 낸드를 공개하면서 관련 시장 확대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앞서 4위 SK하이닉스(11.6%)가 6위 인텔 낸드 사업부(8.6%)를 인수하면서 지각변동을 예고한 가운데 두 업체 중 한 곳이 키옥시아를 인수할 경우 낸드 역시 3파전 양상으로 흘러간다. D램의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체제가 굳어졌다. D램 대비 낸드는 점유율이 분산된 분야인데 합종연횡이 이뤄지면 1위 삼성전자(32.9%)와의 격차가 좁혀진다.

변수는 일본 당국과 기업가치 협상 여부다. 최근 몇 년 새 일본 반도체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키옥시아는 사실상 유일한 희망이다. 일본 입장에서는 쉽게 넘겨줄 수 없다는 의미다.

키옥시아의 몸값으로 추산되는 33조8500억원은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한 금액의 3배 이상이다. 키옥시아의 점유율과 기술력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큰 차이다.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컨소시엄에 참여하면서 전환사채(CB) 방식으로 총 3조9160억원을 투자했다. 키옥시아가 상장되거나 팔리면 지분 15%에 대한 소유권을 요구할 수 있다. 이번 거래가 이뤄지면 SK하이닉스는 투자 이익을 볼 수 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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