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단건배달’ 경쟁 불붙는다…배달업계 출혈 시작되나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한 번에 한 집만’ 배달하는 이른바 ‘단건 배달’ 경쟁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배달앱 후발주자인 쿠팡이츠가 단건배달로 빠르게 성장하자, 배달의민족과 위메프오 등 경쟁업체들도 잇따라 뛰어드는 모양새다. 커지는 고객 수요에 맞추기 위함이지만 업계 일각에선 출혈경쟁으로 번질까 우려도 크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단건배달 서비스 ‘배민1(이하 배민원)’의 신규 계약 점주를 대상으로 쿠폰 지원에 이어 울트라콜 광고비를 할인해주는 등 공격적인 프로모션에 나섰다.

가게당 12만원 상당의 3종 할인쿠폰 총 60매를 지원하고, 울트라콜 1개당 광고비를 25% 할인(환급 방식), 또 울트라콜 1개당 부가세 제외 최대 2만원을 할인해주는 내용이 골자다. 지난달 12일부터 사전계약했거나 지역별 서비스 오픈일로부터 30일 이내 배민1과 계약한 점주를 대상으로 한다. 기존 12%였던 주문 중개 이용료는 건당 1000원, 6000원이었던 배달료는 5000원으로 할인 프로모션도 진행했다.

이는 오는 6월 배민원 서비스 정식 출시를 앞두고 신규 가게를 최대한 끌어모으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앞서 배민은 배민라이더스 신규 가입을 중단하고 배민원 출시를 결정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단건배달을 앞세워 점유율을 빠르게 키우고 있는 ‘쿠팡이츠’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쿠팡이츠의 경우 단건배달로 지난 3월 기준 강남3구에서 배달의민족을 밀어내고 업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기세에 힘입어 쿠팡이츠는 2019년 5월 서비스 출범 이후 불과 2년 만에 2위 업체인 요기요를 바짝 쫓는 상황이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국내 배달앱 시장 점유율은 배달의민족 66.0%, 요기요 17.9%, 쿠팡이츠 13.6%, 위메프오 0.9% 등이다.

배민 관계자는 “특정 업체의 점유율 상승 때문이라기보다는 단건배달을 경험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커지고, 단건배달 자체가 대세가 되다보니 새로운 시장 트렌드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내놓게 된 것”이라고 배민원 출시 배경을 밝혔다.

위메프오도 단건배달 경쟁에 가세한다. 지난달 15일 위치기반 서비스를 개발하는 전문기업 LK ICT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음식 주문과 배달 라이더를 1대1로 매칭하는 시스템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연내 단건배달 서비스를 선보인단 방침이다.

그러나 단건배달 경쟁이 본격화될수록 업계 시름은 커질 전망이다. 단건 배달은 배달 기사(라이더)가 여러 주문을 받지 않고 한번에 한 주문만 받아 배달하는 만큼 통상 30분 이내로 빠르게 배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같은 시간에 배달할 수 있는 건수가 줄어들어 중개업체가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한다. 도입 초기인 현 시점에서는 고객 확보를 위해 싫든 좋든 프로모션 경쟁을 해야하고, 출혈이 심해지는 만큼 궁극적으로는 배달료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1인1배달 방식의 단건배달은 라이더 수급도 더 어렵게 만든다. 수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라이더 입장에선 장거리 배달을 꺼리다 보니 중개업체와 마찰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배달업체들이 한편으로 일반인 라이더 모집과 인공지능(AI) 기반 배차 효율화에 목매는 이유다. 배민의 일반인 라이더 프로그램인 배민커넥트 가입자 수는 약 5만명에 달한다. 요기요도 올해 상반기 일반인 라이더 배달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

요기요의 경우 이 같은 이유로 단건 배달 도입 자체에 부정적이다. 대신 AI 배차 서비스 ‘요기요 익스프레스’로 효율화를 꾀하겠다는 방침이다.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는 지난해 7월 서초·강남구 지역에서 자체 AI 로지스틱스 솔루션 ‘허리어(Hurrier)’가 적용된 배차 시스템으로 평균 주문 처리 시간을 20분까지 단축한 바 있다. 배민 역시 AI 추천배차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동선이 최적화된 배달경로를 추천받아 배달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배달업계 한 관계자는 “단건배달로 시장이 개편되면 결국 ‘돈싸움’이 될 것”이라며 “단건배달 시스템을 계속 운영하려면 기업 입장에선 차액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올해도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꼭 프로모션이 아니더라도 단건배달할 때 라이더가 편하게 배달할 수 있는 환경을 경쟁적으로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라며 “배달 라이더들의 앱 고도화, AI 기반으로 동선을 효율적으로 짜주는 시스템 등은 기업들이 꾸준히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권하영
kwonhy@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