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나는 게임에 돈을 많이 썼으니까 진정한 소비자로서 말할 자격이 있어. 하지만 넌 돈도 안 쓰고 공짜로 게임하니까 자격이 없어.”

윤태진 연세대학교 교수는 15일 글로벌 게임 전시회 ‘지스타2024’에서 스마일게이트가 개최한 ‘2024 플레이 펀 앤 굿’’ 포럼 무대에 올라 ‘게임소비자 지상주의’에 빠진 이들의 속내를 해석하며 이같이 예시를 들었다.

게임소비자 지상주의란 게임 이용자가 게임 관련 의견을 개진하는데 있어 과금을 얼마나 했는지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고액 과금 이용자가 게임에 애정을 가지고 쓴소리를 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으나, 이들이 소과금 내지는 무과금 이용자 의견은 무시하고, 그들만의 카르텔을 만드는 행태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누가 진정한 소비자인가 생각하는 과정에서 돈을 소비한 순서대로 소비자 계층화가 생긴다”며 “결과적으로 게임사가 고액 과금 이용자에게서 나오는 편향된 의견만 수용하게 되면서 과금모델(BM)도 기형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게임사가 이같은 구조에 익숙해져서 고액 과금 이용자 말만 게임에 반영하다보면, 게임 산업 전체가 성장을 멈추고 정체될 수 있다”며 “주류 소비자만을 위한 산업은 결코 성장할 수 없다. 그러니 잠재적인 소비자, 즉 무과금 이용자나 소과금 이용자를 겨냥한 사업 전략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윤 추구가 최대 목표인 기업에게 ‘과금 진성 게이머’ 의견을 묵살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중장기적으로 잠재적인 소비자까지 모두 포용할 수 있어야 산업 생태계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그는 “당장은 게임을 위해서 돈을 쓰지 않지만, 게임 문화에 대해서 굉장히 우호적인 사람들을 우리 편으로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고액 과금 이용자 의견만 집중했다가는 그 외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게임은 ‘즐거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금을 통한 게임 소비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고 설명하며 “게임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줘야 되는데, 점점 고액 과금 이용자 등 소수한테만 즐거움을 주는 산업으로 바뀌고 있다”며 “고액 과금 진성 게임머에게만 집착하는 전략을 탈피했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윤 교수에 이어 ▲이순주 데브시스터즈 오븐게임즈 이사 ▲박재희 희망스튜디오 팀장 ▲박재형 올드아이스 대표 등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지속 가능한 게임 산업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