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어벤저스] 네이버 안에서 3D 세계여행을?…‘웹 XR’이 온다
국민 포털로 출발한 네이버가 다양한 플랫폼과 서비스들로 영역을 대폭 확장하고 있다. 이용자 경험을 위한 체질 개선뿐만 아니라, 중소상공인(SME) 및 창작자들과 이용자들을 연결해 디지털 비즈니스 시너지를 도모하는 데 골몰하는 모습이다. 이용자가 보는 앞단의 변화가 이 정도라면, 개발 뒷단에선 보다 과감하고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네이버를 움직이는 기술 리더들을 마블 캐릭터에 빗대 ‘네이버 어벤저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들의 연속 인터뷰를 통해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의 속 깊은 고민과 핵심 경쟁력의 원천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네이버가 1999년 최초의 검색 포털 사이트로 출발한 지 22년이 흘렀다. 그동안 네이버는 ‘지식IN’ 서비스로 검색의 새 지평을 열었고, 최근에는 모바일 앱에서 장소 추천과 이미지 검색 등 인공지능(AI) 엔진이 탑재된 ‘그린닷’을 선보이며 검색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마디로 네이버 검색의 진화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렇다면 네이버 검색의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네이버는 그 해답을 확장현실(XR)에서 찾는다. XR은 이미 우리에게 친숙한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 몰입감 있는 경험(Immersive Experience)을 제공하는 기술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네이버는 최근 이러한 실감형 콘텐츠 기반의 검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검색 영역이 기존 텍스트에서 이미지·음성·동영상으로 다변화한 데다, 특히 최근에는 360도 이미지·영상에 대한 니즈가 커졌기 때문. 현재 네이버에서 이러한 기술개발을 맡고 있는 곳이 바로 ‘검색 FE(Front Engineering)’ 팀이다.
이와 관련해, 검색 FE의 전용우 리더<사진 왼쪽>와 김민규 엔지니어<사진 오른쪽>가 ‘네이버 어벤저스’ 인터뷰에 나섰다. 이들은 네이버의 오픈소스 프론트 엔드 컴포넌트를 개발하는 역할을 한다. 네이버 메인 페이지부터 각종 서비스 하나하나 이들이 만든 컴포넌트가 적용되지 않은 페이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전체 서비스 페이지 개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들이 최근 주력하는 연구 중 하나가 바로 ‘웹 XR’이다.
◆ 검색, 어디까지 진화할까?
웹 XR은 웹 VR과 웹 AR을 통칭하는 것으로, 쉽게 말해 웹에서 구현하는 VR·AR 기술을 의미한다. 현재 검색 FE에서는 360도 뷰어(Viewer)인 ‘뷰 360’과 해당 뷰어의 VR 기능을 개발, 네이버TV·네이버부동산·네이버블로그 등 다양한 서비스에서 360도 콘텐츠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 웹에서 사용 가능한 3D 모델 뷰어 ‘뷰 3D’를 통해 어떤 서비스에나 AR 기능을 제공한다.
전용우 리더는 “현재 이용자는 네이버 블로그·TV·쇼핑·부동산 서비스에서 360도의 이미지와 영상을 활용해 훨씬 풍부한 검색 경험을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콘텐츠들이 많아지면 검색 결과에서도 바로 사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3D 모델의 경우 지금과 다르게 AR 환경을 경험할 수 있어 더욱 생동감 있는 콘텐츠를 검색을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에서 만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웹 XR을 통해 네이버 검색은 실감형 서비스로 한 차원 더 진화할 수 있다. 전용우 리더는 “5G와 같은 인프라가 더 많이 보급되고, 360도 콘텐츠와 3D 모델 생산도 쉬워져야 한다”고 전제하며 “예를 들어 사용자들이 작성한 블로그 여행 글에 360 이미지나 동영상이 첨부돼 훨씬 현장감 있는 콘텐츠 경험이 가능하게 된다던지, 인테리어 소품이 우리 집에 잘 어울릴지 가상으로 배치해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 웹 XR, 제대로 구현하려면
하지만 당장은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일단 3D 모델은 글이나 이미지보다 용량이 매우 크기 때문에, 콘텐츠를 불러오기까지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이 용량을 최대한 줄이는 것부터가 첫 번째 과제가 되는 것이다.
검색 FE는 이를 개선하기 위한 핵심 기법으로 3D 모델에 특화된 압축 방법인 ‘드레이코(Draco)’, 그리고 자체 개발한 ‘LOD(Level of Detail)’ 기술을 꼽는다. 김민규 엔지니어는 “웹 3D 모델을 화면에 표시할 때 가장 큰 문제는 로딩 시간”이라며 “LOD는 품질이 각기 다른 3D 모델을 준비해놓고, 낮은 디테일의 3D 모델부터 먼저 표시한 뒤 순차적으로 높은 디테일의 원본 3D 모델을 표시하는 방법으로 로딩 시간을 줄이는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웹에서 블러 처리된 미리보기 이미지를 먼저 표시한 이후 원본을 로드하는 방식의 이미지 기술과 비슷한 맥락이지만, 실제 3D 모델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정점 데이터 개수를 줄인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두 번째 당면한 과제는 웹상에서 XR을 구현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김 엔지니어는 “웹 XR 구현을 위해 핵심적으로 사용되는 API는 현재 지원하지 않는 환경이 대다수”라며 “iOS에선 실질적으로 사용이 불가능하고 안드로이드의 경우 크롬이나 삼성 인터넷과 같은 브라우저에서만 해당 기능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최대한 많은 사용자들을 포용하기 위해, 검색 FE는 우선 웹 XR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도 AR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각 운영체제마다 제공되는 기본적인 AR 3D 뷰어가 있는데, 안드로이드의 경우 구글의 ‘신 뷰어’(SceneViewer), 애플의 경우 iOS12버젼 이상에서 지원되는 ‘AR 퀵 룩’(AR Quick Look)이라는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AR 기능을 대신해서 제공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다만 이와 같은 대체 방법들의 경우, 웹 XR과 완전히 동일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김 엔지니어는 “사실상 3D 모델을 감상하는 것에 한정된 기능만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이후에 각 OS 및 브라우저별로 웹 XR 기능을 차차 업데이트해 동일한 기능을 모든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 VR·AR로 넓어지는 검색 경험
검색 FE는 계속해서 기술 업데이트도 하고 있다. 김민규 엔지니어는 “현재 AR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뷰 3D 컴포넌트는 신생 컴포넌트이다 보니 아직 기능이 미흡한 부분들이 있다”면서 “일반적인 3D 뷰어들에서 제공하는 렌더링된 이미지에 사진 필터 기능처럼 효과를 더하는 후처리 효과를 추가할 예정이고, 웹상에서 박물관과 같이 3D 모델에 설명을 덧붙일 필요가 있는 경우를 대비해 버튼 클릭으로 설명을 표시하는 기능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색 FE의 올해 목표는 이러한 3D 모델을 검색 결과는 물론 다양한 서비스에서 VR·AR로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사용자의 행동을 분석해 데이터 기반 FE를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으로 꼽는다. 전용우 리더는 “이 플랫폼으로 개발한 검색은 검색 경험과 UX를 전반적으로 개선할 것이고, 향후에는 직접 비행기를 타고 해외에 가지 않아도 네이버 안에서 3D 세계 여행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 리더는 “검색은 사용자의 요구에 맞는 검색 결과를 잘 보여주는 서비스지만, 이 사용자의 요구는 우리의 시대상을 반영하며 계속 변화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글로벌 검색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을 넘어 다양한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검색 FE의 경험은 더욱 깊고 넓어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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