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 기자] 세계가 반도체 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반도체 카드를 꺼냈다. 코로나19 세계적 유행(팬데믹)은 반도체 산업 중요성을 환기했다. 자동차 제조사의 차량용 반도체 수요 예측 실패는 세계 경제 회복 지연 위험요소로 부상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이 전체 시스템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확산할 조짐이다. 업계는 물론 각국 정부까지 반도체 수급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시스템반도체 수급 불안은 산업 생태계 불안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제품은 수많은 부품의 조합으로 이뤄진다. 부품 1개만 없어도 생산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제조업체는 부품 공급사를 복수로 선정한다. 하지만 시스템반도체는 다르다. 대체품을 구하기 어렵다. 생산을 중단하면 다른 부품 수급도 멈춘다. 고용 부담도 커진다. 해당 기업은 물론 협력사도 영향권이다. 경제 타격으로 이어진다.
자동차 제조사는 올해 차량용 반도체 주문을 줄였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판매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차량용 반도체 회사와 파운드리는 정보기술(IT)용 반도체 생산을 늘렸다. 올해 소비는 업계 예측과 달리 흘렀다. ‘보복소비(펜트업)’가 예상보다 빨리 경기를 살렸다.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다시 확대하기엔 IT용 수요가 폭발했다. 자연재해도 겹쳤다. 지진 가뭄 화재 한파 등으로 차량용 반도체 업체와 파운드리는 조업 중단까지 겪었다.
반도체는 제품 생산과 증설이 바로 이뤄지는 산업이 아니다. 업계가 투자를 확대했지만 가시화 하는 시점은 1~2년 뒤다.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가격 인상, 반도체 장비 상승, 원자재 품귀로 이어졌다. 자동차 생산은 중단과 재개를 거듭하고 있다. IT업계 신제품 출시는 늦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시스템반도체 부족은 애써 살아난 경기를 꺾을 대형 악재”라며 “치밀한 공급망관리(SCM)와 장기적 수급 전략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시스템반도체 위력을 보여준 사례. 미국은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과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체 거래를 차단했다. 퀄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구매도 막았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량은 2019년 2억4050만대에서 2020년 1억8820만대로 급감했다. AP 관련 매출만 줄어든 것이 아니다. 메모리반도체, 센서 등 업계가 추정한 화웨이 제재로 인한 반도체 업체 손실은 31조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