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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점검-⑤] 티몬·컬리·11번가…쿠팡 바통 이을 e커머스 기업은?

이안나
미국 상장으로 단숨에 시총 100조원 기업에 오른 ‘쿠팡 신화’를 기점으로 국내 주요 플랫폼 기업들의 기업공개(IPO)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양대 인터넷 기업을 비롯해 전자상거래 기업과 게임업체에 이르기까지 증시 진출을 앞두고 기업 가치 높이기에 한창이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주요 IPO 후보들의 상장 전략을 비교 분석하고 향후 전망을 살펴본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국내 e커머스 기업들이 국내외 기업공개(IPO)를 위해 분주하다. 인터넷쇼핑 시장이 커져가지만 대부분 적자 행렬로 매각 가능성도 언급되던 분위기가 최근 반전된 것. 지난 3월 쿠팡이 100조원 몸값을 인정받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한 게 기폭제가 됐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한 대규모 자금도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 상장 이후 국내 e커머스 업체 추가 상장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쿠팡이 대규모 투자금으로 빠르게 시장을 선점해가고 있는 만큼 경쟁사들도 IPO를 통해 안정적 자금 확보가 불가피하다. 1~2년 전까지 관련 업체들은 외형성장에 집중하며 출혈경쟁도 불사했지만 성공적인 상장을 위해선 성장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티몬의 경우 지난해 초 코스닥 상장 추진을 공식 발표했다. 같은 해 4월 미래에셋대우를 상장 대표주관사로 선정,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IPO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2월 티몬은 상장 전 지분 투자를 통해 3050억원 유상증자를 완료했다. 초·분 단위로 특가상품을 선보이는 ‘타임커머스’와 유료 멤버십 ‘슈퍼세이브’ 혜택을 강화하며 매출 및 1인당 구매 단가를 높여가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티몬 연내 IPO 성공 여부를 두고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티몬은 적자 기업이라도 잠재력 있다면 상장 가능한 ‘테슬라 요건 상장’을 추진 중인데 지난해 매출 1512억원으로 전년대비 12% 감소하며 목표했던 흑자전환에 실패했다. 코로나19가 여행·공연티켓 비중이 높던 티몬에 타격이 됐다. 티몬은 지난 3년간 연속적으로 영업손실을 줄여온 점을 피력하고 있다. 최근 ‘판매 수수료 –1% ’ 정책 연장과 배달 서비스 사업도 준비하며 외형확장 중이다.

티몬은 지난해 11월 재무부문장으로 영입한 전인천 재무부분 부사장을 이달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활동했던 인물인 만큼 티몬이 IPO 준비를 위한 재무전문가로 수장을 교체한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연내 목표로 IPO를 준비 중인 또다른 한 곳은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다. 회사는 지난 3월경 올해 안에 IPO를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기업공개 절차를 시작한다는 내용을 사내 임직원들에게 전했다. 컬리는 오후 11시 전 식품을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문 앞에 배송하는 ‘샛별배송’이 큰 인기를 얻었다. 차별화된 신선식품 서비스로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달성하며 전년(4289억원) 대비 2배가량 늘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1162억원으로 전년(1012억원)대비 150억원가량 확대됐지만 매출액 증가에 비해 영업적자 확대폭은 크지 않다는 점에서 내부에선 선방했다는 평가다.

현재 컬리는 샛별배송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과 함께 취급 상품 범위도 넓히고 있다. 비식품 판매 비중은 지난해 20%에서 현재 25%로 증가했다. 식재료·간편식품 전문 온라인몰 성격이 강했지만 이것만으론 외연 확장에 한계를 느꼈을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주방·생활용품 판매를 늘리는 와중 최근 가격대가 높은 리조트·액티비티 상품까지 판매 목록에 추가했다. 신규고객 유입과 1인당 평균 구매금액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전략으로 보인다.

초반 컬리는 미국 증시 상장을 목표로 하는 듯했지만 현재 국내외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준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까지 컬리가 매각을 할 것이라고 보고 있었는데 쿠팡이 미국 상장을 하고 난 후 컬리 역시 상장 준비로 분위기가 전환됐다”며 “다만 미국 상장 시 최소 5조원 정도 큰 비용이 들어가는데 현재 컬리가 그러한 규모로 단기간에 커질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11번가는 좀더 시간을 두고 2023년까지 상장이 점쳐진다. 모기업 SK텔레콤이 2018년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5년 내 상장’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11번가 매출·영업손실이 소폭 개선하는데 그치고 있어 IPO를 위해선 자체 경쟁력 강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물류센터를 직접 갖고 있지 않는 11번가는 올해 SSG닷컴과 GS프레시몰, 우체국에 이어 더 많은 업체들과 제휴하며 배송서비스를 고도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또한 상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업간 업무제휴협약(JBP)을 작년 30개에서 올해 70여개로 확대 예정이다. 유명인들을 활용한 예능형 라이브커머스도 인기를 얻는 추세다.

주목할 점은 오는 7월 예정된 아마존의 협업이다. 11번가는 이를 통해 독립법인이 되면서부터 강조해온 성장성과 수익성을 모두 잡는 걸 목표로 한다. 지난 3월 SK텔레콤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상호 11번가 사장은 “성공적인 IPO 추진을 위한 성장성과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며 “특히 아마존 직구 서비스에선 언어·결제·배송·CS 등 네 가지 영역에서 고객들이 아마존 상품을 가장 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이겠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11번가 행보는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에 주안점이 맞춰져 있다. 현재 시장 매물로 나온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참여한 데 이어 최근 인수합병(M&A) 분야 인력을 확충 중이다. 올해 초 사내 IPO추진팀을 새롭게 구성했다고 알려졌다. 다만 11번가는 “기존 인력을 재구성한 것으로 크게 진전된 사항은 없다”고 전했다.

e커머스 업체들이 이전과 달리 상장 준비에 적극적인 건 쿠팡의 행보가 기대감과 우려를 동시에 가져온 점과도 연관 있다. 쿠팡의 처음 시장가치는 30조원 정도로 추정됐지만 공고가는 72조로 확정, 상장 첫날엔 종가 기준 100조원으로 평가 받았다. 이는 쿠팡을 넘어 적자기업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던 국내 e커머스 기업들이 잠재가치를 인정받은 사례로 꼽힌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 됐을 때 다른 기업들 역시 높은 가치로 상장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동시에 내부적으론 초조함도 엿보인다. 현재 국내 e커머스 시장은 네이버와 쿠팡이 2강 구도를 형성해가고 있는 단계. 뉴욕 증시에 성공한 쿠팡이 대규모 투자금을 시장에 투입하게 되면 현재보다 시장지배력이 막대해진다. 실제 쿠팡은 올해도 물류센터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와 배달앱 ‘쿠팡이츠’ 확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에선 내년 쿠팡과 중위권 업체들 간 규모 차이가 더 극명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쿠팡 행보에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다른 업체들의 공격적인 투자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규모 자금조달을 위해서라도 성공적인 IPO가 동반돼야한다.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상장 시장에선 적자 기업에 대한 부정적 관점이 많았는데 쿠팡이 높은 가치를 부여받으면서 다른 기업들에 대해 보는 눈도 달라지고 긍정적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쿠팡을 그대로 좇기보다 좋은 실적이 상장 조건 중 하나이기 때문에 회사 성장과 수익성도 균형있게 맞추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안나 기자>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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