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실패 사례만 남게 된 국내 ‘거래소 토큰’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정부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거래소 토큰’을 사실상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국내에서는 거래소 토큰의 실패 사례만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 바이낸스의 바이낸스코인(BNB), FTX의 FTT 등 거래소 토큰이 성행하는 것과 다른 행보다.
정부가 지난 28일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통해 발표한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거래소 토큰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을 추진한다.
해당 방안에서 정부는 ‘가상자산사업자(거래소 등)가 자체 발행한 가상자산의 매매 및 교환을 중개하는 행위’를 금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거래소가 거래소 토큰을 발행하고, 해당 토큰을 상장시키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의미다.
◆국내 거래소 토큰의 역사는? ‘실패 사례뿐’
국내에서 거래소 토큰은 코인제스트가 자체 토큰 ‘코즈(COZ)’를 발행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해외에서 에프코인이라는 거래소의 ‘채굴형 거래소’ 사업 모델이 크게 유행했고, 코인제스트도 이를 들여온 것.
채굴형 거래소 사업이란 사용자들이 낸 수수료를 자체 거래소 토큰으로 돌려주고, 거래소 수익의 일부를 해당 토큰 보유량에 따라 사용자들에게 배당하는 사업 모델을 말한다. 사용자 입장에선 거래를 하면 할수록 토큰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거래가 곧 채굴’인 셈이다. 거래소 입장에선 토큰을 얻기 위해 거래를 하는 사용자가 늘어나므로, 거래량을 늘리기에 적합한 운영 방식이다.
하지만 이 채굴형 거래소 사업 모델은 한계가 있다. 사용자가 거래를 할수록 매일 새로운 토큰이 채굴되므로 토큰의 공급량은 꾸준히 증가하는데,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토큰 가격이 떨어진다. 즉, 토큰의 수요 대비 공급이 많아지면서 가격이 하락하는 구조다.
결국 에프코인은 거래소 토큰의 가격 하락을 겪으며 파산했다. 코인제스트를 비롯해 에프코인의 사업 모델을 답습한 국내 거래소들이 위기를 맞는 건 예정된 수순이었다.
코인제스트는 한 때 빗썸과 업비트의 거래량을 넘어섰으나, 코즈(COZ) 가격이 폭락하는 사태를 맞았다. 결국엔 사용자들의 자금을 돌려주지 않는 등 각종 논란을 일으키며 폐업 수순을 밟았다.
코인제스트와 더불어 채굴형 거래소 모델로 토큰을 발행했던 캐셔레스트, 비트소닉 등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비트소닉의 경우 자체 토큰인 BSC에 스테이킹(예치) 개념을 도입하는 등 일반적인 채굴형 거래소 모델에 색다른 배당 방식을 추가했지만, 역시 BSC의 수요를 창출하지 못하며 거래소 토큰의 실패 사례가 됐다.
◆정부 “거래소가 상장 코인에 개입 못하게”…국내판 BNB는 앞으로도 없다
한편 해외에선 채굴형 거래소 사업 모델을 벗어나, 다양한 사용처를 창출하는 거래소 토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채굴형 거래소에서 거래소 토큰은 수수료를 낼 때 쓰이는 정도였지만, 이후 나온 거래소 토큰들은 이전 실패 사례를 참고해 사용처를 크게 확장했다.
예를 들어 바이낸스의 BNB는 ▲바이낸스 스마트체인의 기축통화 ▲바이낸스 토큰 판매 플랫폼 ‘런치패드’의 참여 수단 ▲바이낸스 카드 및 각종 결제 업체의 결제수단 ▲탈중앙화거래소 ‘바이낸스 덱스’의 기축통화 등으로 쓰인다. 이 같은 사용처와 지속적인 토큰 소각(토큰의 공급량을 줄이는 행위)을 통해 현재 글로벌 시가총액 순위 5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선 앞으로 이런 사례가 나오기 힘들 전망이다. 정부가 추진하는대로 특금법이 개정되면 거래소 토큰 자체가 불법화될 수 있어서다.
거래소들의 사업 모델이 하나 더 줄어드는 셈이지만, 정부 입장에선 거래소들이 상장된 가상자산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토큰을 자체 발행하고 ‘셀프 상장’할 경우 거래소가 시세 조종 등으로 가격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도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거래소의 ‘셀프 거래’까지 원천차단함으로써 거래소의 시세 조종 행위를 막는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정부 측은 “가상자산사업자(거래소 등)와 임직원이 해당 사업자를 통해 가상자산 거래를 하는 행위도 금지하는 방향으로 특금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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