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스타트업 법률상식 59] 자유이용허락표시 저작물과 저작물의 공정이용

엄윤주

[법무법인 민후 엄윤주 변호사] 많은 스타트업에서 서비스나 제품 홍보를 위하여 직접 영상, 일러스트, 기사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있듯, 이러한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는 일반적으로 이미 존재하던 음악, 이미지, 폰트 등을 이용하거나 참고하는 과정이 수반되는데, 저작권자의 이용허락을 받지 않고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할 경우 자칫 저작권 침해 문제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하지만 이용하고자 하는 모든 저작물마다 일일이 저작권자의 이용허락을 구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에 이하에서는 개별적인 이용허락 없이도 타인의 저작물을 적법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한다.

□ 자유이용허락표시(CCL) 저작물과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표시(KOGL) 저작물

자유이용허락표시(CCL) 저작물이란 ‘저작물을 사용할 때마다 일일이 저작권자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는 이용자들의 수고를 덜고, 저작권자의 권리를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저작물을 자유롭게 공유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저작(권)자가 미리 일정한 조건 하에 자신의 저작물을 타인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허락을 표시한 저작물이다.

자유이용허락 조건은 ‘저작권정보 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동일조건변경허락’의 4가지 기본원칙 중 2가지 혹은 3가지 원칙을 조합한 총 6가지 유형의 이용조건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들 중 사용하고자 하는 저작물에 ‘비영리(NC)’조건이 부가되어 있는지에 특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만약 이용하고자 하는 저작물이 저작권정보 표시-변경금지(CC BY ND) 조건이 부가된 CCL 저작물이라면, 저작물․저작자명 및 출처, CCL 조건을 표시하고, 저작물을 변경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서 저작권자의 개별적인 이용허락 없이 영리적으로도 해당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표시(KOGL) 저작물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저작권을 가진 공공저작물에 특화된 자유이용허락표시인 ‘공공누리’가 적용된 저작물이다. 위 공공누리는 ‘출처표시’, ‘변경금지’, ‘상업적 이용금지’의 3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한 총 4가지 유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유이용허락표시(CCL) 저작물과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표시(KOGL) 저작물은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공유마당’웹사이트(https://gongu.copyright.or.kr/)와 한국문화정보원의 ‘공공누리’ 웹사이트 (https://www.kogl.or.kr/)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으며, ‘공유마당’ 웹사이트에서는 위 저작물 이외에도 저작권 보호기간이 만료된 만료저작물과 저작자가 저작권을 기증한 기증저작물 또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 저작물의 공정이용(저작권법 제35조의5)

저작권법 제35조의5는 저작권법상 열거된 저작권 제한 규정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아니하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저작물의 이용이 위 조건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하여 ① 이용의 목적 및 성격, ②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 ③ 이용된 부분이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그 중요성, ④ 저작물의 이용이 그 저작물의 현재 시장 또는 가치나 잠재적인 시장 또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 4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위 규정은 비교적 최근에 신설된 규정이기에 그 적용에 관한 법리가 확립되지 않은 상황이나, 관련 규정에 대한 판례를 참고하여 보면 ▲이용된 저작물이 새로 제작한 콘텐츠에서 차지하는 양적·질적 비중이 낮을수록, ▲새로 제작한 콘텐츠가, 이용된 저작물에 대한 시장 수요를 대체하지 않을수록(만약 책을 만들면서 다른 책 내용 일부를 복제하는 경우라면, 이용된 원저작물에 대한 시장 수요가 상당 부분 대체될 것이기에 공정이용으로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다), ▲타 저작물을 이용하여 창작된 콘텐츠가, 이용된 기존 저작물과는 별개의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일수록 공정이용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다만 판례에 따르면 영리적 목적의 이용인 경우에도 공정이용으로 인정될 여지는 있으나, 이 경우 비영리적인 목적의 이용에 비하여 자유이용이 허용되는 범위가 좁아지게 된다. 따라서 저작권의 양도나 이용허락이 없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타인의 저작물을 영리적으로 이용하고자 할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아울러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아니하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아니하는 경우’에 대한 해석은 최종적으로 법원의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는바, 저작물의 이용이 공정이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해서는 법률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엄윤주 변호사> 법무법인 민후

<기고와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무관합니다>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