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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업계, 온오프라인 결합에서 답을 찾다…‘창고형 매장’의 재발견

강민혜

LG생활건강이 운영하는 네이처 컬렉션. 자사 브랜드 제품을 통합해 판매하는 곳이다. 사진은 현재 국내에 있는 화장품 일부 오프라인 매장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일뿐 기사 내용과 직접 연관된 바 없다. (사진=강민혜 기자)
LG생활건강이 운영하는 네이처 컬렉션. 자사 브랜드 제품을 통합해 판매하는 곳이다. 사진은 현재 국내에 있는 화장품 일부 오프라인 매장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일뿐 기사 내용과 직접 연관된 바 없다. (사진=강민혜 기자)

[디지털데일리 강민혜 기자] “화장품은 디지털 전환에 어려움이 있죠. 시대적 과제이긴 한데 화장품은 아무래도 직접 발라봐야 하니까요.”

본 기자가 디지털 혁신 관련 연재를 하면서 뷰티업계 관계자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한계다. 뷰티업계의 디지털 혁신은 코로나19 이후 가속화됐다.

아모레퍼시픽이 디지털 혁신 조직을 전사 차원서 확대했고 LG생활건강은 전사관리시스템 확장을 예고했다. 에이블씨엔씨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합 개편했다. 다만 아직까진 그로 인한 이커머스 확장 측면서 수익을 내기보다는 중국 내 유통 채널을 통한 수입에 만족하는 수준이다. 디지털 혁신의 대상이 중국 외 시장에서 ‘잘 먹힌다’는 판단을 내기 어려운 이유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얘기다.

13일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때문에 뷰티업계 관계자들은 오프라인 체험형 시범 공간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체험형 매장 아모레스토어 광교점 등에서 키오스크 활용 제품 추천이나 건강기능식품을 고객에게 맞춤형 솔루션 기반 기술 활용 등을 이어가고 있다.

에이블씨엔씨는 자사 쑥라인 제품을 강조하며 서울 인사동에 카페 웅녀의 신전을 한정 기간 여는 등 고객 오프라인 체험 경험을 넣으려 시도했다. 다만 아직 홍보가 부족해 에이블씨엔씨와 웅녀의 신전과의 연관관계를 아는 고객이 소수라는 점이 아쉽다.

또한, 일부 대기업에 한해 기술 기반 체험 공간 마련을 통한 소비자 구매 자극 등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도 한계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화장품 산업은 지난 2019년 책임판매업체 1만5707개, 제조업체 2911개로 소규모영세 기업이 다수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이 전체 생산의 60%를 차지한다. 중국, 홍콩 등 중화권이 전체 수출의 약 60%를 차지하는 것도 저변 확대의 한계로 지적되는 점이다. 중국이 50.3%고 홍콩이 9.4%로 중화권 점유율서도 사실상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주력하게 되는 이유다. 사드 등의 정치적 이슈가 터지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다면 화장품 체험형 공간을 국내에 다수 만들면 소비자가 늘어날까.

화장품 매장은 한정된 상품을 갖고 있다. 일부는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게 훨씬 저렴하다. 제품 관련 콘텐트가 부족하며 고객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받거나 온라인 기반으로 스스로 검색해야 하는 등 아직은 직관적 구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이후로는 직접 발라보는 것도 어려워져 품질 검증이 어려우므로 기존에 존재하던 제품 외 신제품 등은 불리하다.

역설적으로, 이 때문에 디지털 기술 도입에 주목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뷰티업계 관계자들이 디지털 혁신은 ‘직접 발라봐야 하는’ 화장품 특성상 디지털 전환이 어렵다고 평하나 실제로는 디지털 기술을 통한 ‘맞춤형’ 솔루션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안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을 통해 ‘나만을 위한 서비르’를 창출하고 증강현실(AR)이나 가상현실(VR)에서 체험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진단이다. 이렇게 만든 온라인 기술 환경에 오프라인 유통 체인이 뒷받침해야 뷰티업계의 새 혁신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옴니채널(omnichannel, omni+channel, 모든 것+채널)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 모델로는 알리바바의 허마셴셩이 꼽힌다. 지불 방식을 간편화하고 AR, VR 시스템이나 QR코드를 활용해 경험 서비스, 피부 진단, 색 연결, 구독 서비스 등을 제공해 소비자에게 상품 서비스 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

온라인서 진단받은 상품을 오프라인 창고형 매장에서 바로 주문받는 등 온오프라인 연계도 과거와 조금 달라진다. 오프라인의 역할이 창고형 매장으로 더 확장되는 것이다.

실제 이랜드그룹은 최근 전사 체질을 디지털로 혁신하며 일부 매장을 창고형에 더 집중하도록 바꿨다. 고객들이 온라인서 구매하는 양이 늘었고 이에 따라 오프라인 배송이 더 빨라질 수 있도록 뒷받침하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오프라인 공간은 물류 거점이 된다.

실제 해외서는 월마트가 지난 2020년 아마존에 이어 온라인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했다. 그 뒤로는 이베이, 애플이 따랐다. 월마트가 옴니 채널로 변신을 선언한 후의 일로 오프라인 매장은 창고형 역할을 더 강화하게 되는 것이다.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기업으로 역할을 공고히 했다는 평이다.

허마셴셩 역시 중국 대표격인 옴니채널로 창고형 매자이다. 중국 1위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신선식품 판매 채널로 대형 마트처럼 생겼으나 결제 방식이 다르다. 오프라인 고객 체험공간, 물류, 온라인 서비스, 구매를 융합한 형태로 온오프라인 구분이 없다.

허마셴셩 앱을 다운받고 오프라인 매장서 본 물건을 스마트폰으로 결제한다. 현장 직원들이 고객 구매 물품을 장바구니에 담아 매장 내 컨베이어 벨트에 달아두면 배송 공간으로 이동, 오토바이 등을 거쳐 고객에게 전달된다. 장을 본 후 물건을 다 이고갈 필요 없이 스마트폰 하나로 집 앞에 데려다 주는 새 전략인 셈이다. 과거에도 마트에서 배달 서비스를 하긴 하지만 허마셴셩은 자사 앱으로만 결제해야 할 뿐 현금, 카드 등이 안 된다는 점이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체험형 공간에 만족 중인 국내 뷰티업계의 디지털 혁신도 허마셴셩 사례를 잘 봐야 한다”며 “국내 수출 역시 허마셴셩을 통해 많이 이뤄지는 만큼 우리 기업들도 허마셴셩의 정보통신(ICT) 기술 집약 물류, 배송 서비스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민혜 기자> minera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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