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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망 사용료’ 인정 판결, 글로벌CP 책임있는 자세 필요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망 사용료를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재판부 판결이 나왔다. 넷플릭스의 완패다. 글로벌CP ‘공짜망’ 논리가 깨지게 되면서 역차별이 줄어들고 디즈니플러스, 아마존프라임, 애플TV플러스 등 한국시장 진출을 예고한 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및 구글‧유튜브 등에도 망 사용료를 요구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마련됐다. 이제 필요한 건 글로벌CP의 책임 있는 자세다.

2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김형석 부장판사)는 넷플릭스 한국법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지급해야 할 채무가 있다고 본 것이다. 다만, 양측 협상에 대해서는 법원이 강제하지 않기로 했다.

재판부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연결에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넷플릭스는 자사 콘텐츠가 서비스 이용자에게 전송될 수 있도록 SK브로드밴드와 직접 연결돼 있다. SK브로드밴드 국제선 망에는 넷플릭스 트래픽만이 취급되기에, 독점적 지위를 부여받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

이는 넷플릭스에게 양질의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고객에게 전송할 수 있는 이익을 준다.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에 경제적 가치가 있는 역무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에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다.

판결문에서는 “SK브로드밴드가 무상 제공 의사 없이 역무를 제공한 상대방(넷플릭스)은 대가 지급을 면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SK브로드밴드에게 대가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현재 전 세계 어느 ISP에도 SK브로드밴드가 요구하는 방식의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2014년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에 제출한 확인서 등에 따르면 미국 ISP인 컴캐스트, AT&A, 버라이즌, TWC에 ‘착신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었다. 재판부는 착신망 이용대가를 낸 해외 ISP와 SK브로드밴드 망 전송 구조가 같다고 진단했다.

넷플릭스는 컴캐스트와의 관계에서 다른 ISP를 거치지 않고 넷플릭스 캐시서버(OCA)와 컴캐스트 망을 직접 연결해 곧바로 서비스 이용자에게 콘텐츠를 전송했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전송 구조와 동일하다.

또한, 재판부는 ‘전송은 무상’이라고 주장하는 넷플릭스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망 중립성 원칙이란, 통신사가 자사망에 흐르는 합법적 트래픽을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뜻하는 만큼 전송의 유상성에 관한 논의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 봤다.

이번 판결은 글로벌CP의 한국 망 무임승차를 사실상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SK브로드밴드 승소로, KT와 LG유플러스에서도 넷플릭스 등에 망 사용료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 진출 예정인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OTT도 망 사용료에 대한 대책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급속도로 성장했으나, 이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지불하지 않아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넷플릭스 국내 가입자뿐 아니라 한국 콘텐츠는 아시아 시장을 넘어 전세계 시장에서 흥행성까지 가져다줬다. 세금도 회피했다.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800억원 세금을 추징당했으나, 넷플릭스는 불복 의사를 내비쳤다.

지난해 4분기 정부 조사 결과 넷플릭스는 전체 트래픽 4.8%를 차지하며 구글 25.9%에 이은 2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넷플릭스 서비스 트래픽은 2018년 5월 50Gbps에서. 2020년 6월 600Gbps로 12배가량 증가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부담해야 할 망 사용료를 2017년 15억원, 2020년 272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네이버는 연간 약 700억원, 카카오는 약 300억원 망 사용료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조차 협상을 통해 국내 ISP에 망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겠다며 소송까지 내걸었다.

넷플릭스는 재판부 판결문을 살펴보고 항소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넷플릭스는 망과 관련된 사안은 기업과 기업이 협의해 결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명시한 부분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재판부도 망 사용료를 인정했으나, 협상에서 여지를 열어놨다.

재판부는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에게 국제망 및 국내망 구간의 증설, 운영에 관한 비용 분담을 요구하면서도 넷플릭스가 제안하는 OCA 설치 방법에 관해 긍정적 답변을 했고, 여러 차례 협상을 통한 약정의 체결을 요구했다”며 “넷플릭스도 SK브로드밴드에게 OCA 설치를 제안하면서 협상을 명시적으로 거부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복수 지역에 CP의 캐시서버(OCA)를 설치해 ISP 망에 발생하는 트래픽을 경감시키거나, 각종 공사비용과 설비 업그레이드 비용 등을 상호 분담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에 관한 대가를 지급할 수도 있다”며 “양사가 협상을 완전히 포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최민지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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