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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배마신 롯데·위기의 쿠팡…신세계發 지각변동 경쟁사 대응은?

이안나

- 이베이 인수한 신세계 급부상에 온오프라인 경쟁사 대응 전략 주목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e커머스 업계 마지막 ‘대어’로 꼽히던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게 됐다. 규모의 경제를 갖춘 e커머스 대열에 네이버·쿠팡에 이어 신세계가 합류하면서 3강 체제로 재편되는 가운데 경쟁사들의 발걸음 또한 더욱 바빠지고 있다.

특히 신세계가 1위 업체 네이버와 지분협력을 맺어 당분간 양사는 경쟁관계보단 서로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는데 협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자노선을 걷던 쿠팡과 이베이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롯데 대응 전략도 주목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내달 1일 신동빈 회장 주재로 하반기 주요 임원회의인 VCM(사장단 회의)를 연다. 통상 7월 중순에 열렸지만 보름 가량 앞당겨진 것으로 e커머스 강화 전략이 화두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경쟁사 신세계가 이베이를 가져가자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서둘러 짜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신세계와 함께 본입찰에 참여하면서 전통 유통공룡들의 맞대결 구도를 형성하기도 했다. 오프라인 강자이던 두 회사는 e커머스 업계에선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공통적인 약점이 있었다. 하지만 신세계가 이베이를 최종 인수하게 되면서 롯데는 규모면에서 크게 밀리는 처지가 됐다.

롯데쇼핑은 “검토 결과 당초 기대보다 시너지가 크지 않고 이후 투자 비용도 많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보수적인 관점에서 인수 적정 금액을 산정했다”는 설명이다. ‘승자의 저주’ 우려는 피했지만 갈길은 더욱 바빠졌다. 롯데온 거래액은 지난해 기준 7조6000억원으로 점유율 5%에 그친다.

롯데쇼핑은 식재료·패션 등 각 전문관을 강화해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경쟁사들 추격을 위해 다른 기업과의 협업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은 이베이 인수 실패 후 직원들에게 “그로서리(식료품)와 럭셔리, 패션뷰티, 가전 카테고리에 특화한 플랫폼을 구축해 차별화 전략을 추진하고 추가 인수합병(M&A)도 언제든 가능하다”고 전했다.

신세계가 이베이를 인수하면서 쿠팡 역시 긴장감을 높이게 됐다. 신세계는 이베이 인수를 확정하며 향후 4년간 1조원 이상을 온라인 풀필먼트 센터에 집중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격적인 투자로 전국 물류센터를 건립하고 있는 쿠팡과 비교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쿠팡은 올해 3월 미국 뉴욕증시 상장 이후 매달 전국 각지에 물류센터 구축 계획을 내놓고 있다. 그간 발표한 누적 투자금액은 1조200억원 이상이다. 동시에 회원 확보를 위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 독점 콘텐츠 확보에도 집중하고 있다. 저렴한 요금제로 로켓배송과 영화·드라마·스포츠 등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만큼 멤버십을 통한 ‘록인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다만 쿠팡은 최근 덕평물류센터 화재를 시작으로 여러 악재들이 겹친 상황이다. 물류센터 화재 및 쿠팡이츠 점주 갑질 사건 등으로 쿠팡 근로환경에 대한 지적이 연이어 나오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과 판매자들이 쿠팡을 이용하지 않겠다며 ‘탈퇴 인증’ 움직임을 보이며 쿠팡은 공격적인 마케팅보다 수습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반면 신세계는 충성도 높은 이베이코리아 270만 고객과 국내 최대 규모 수준 셀러를 얻게 돼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해졌다. 이는 통합 매입으로 가격 경쟁력 확보도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e커머스 업계 1위인 네이버와도 지분교환을 한 상태로 당장은 경쟁보단 서로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에선 신세계가 이베이를 인수했다는 자체보다 양사간 유기적인 결합을 어떻게 이뤄낼 것인가가 성과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약 10년전 이베이 점유율이 오픈마켓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했지만 지금은 그만큼 비중을 갖고 있지 않다”며 “시장자체가 커진 이유도 있지만 신세계가 이베이 인수 후 ‘바잉파워’를 가지려면 소위 대세나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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