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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장 유망기업탐방] 오픈엣지테크놀로지, 한국의 ARM 꿈꾼다

김도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만들기 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는 해외의존도가 높다. 지난 10여년 줄곧 지적했던 문제다. 일본 수출규제는 한국 기업의 약점을 부각했다. <디지털데일리>는 소부장 육성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 유망기업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글로벌 반도체 대전이 한창이다.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는 등 자체 생태계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코리아’라 불리지만 역량이 메모리에 쏠려있다. 상대적으로 시스템반도체는 약세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사업이 활발해지고 있으나 설계 분야는 여전히 부족하다.

희망적인 부분은 하나둘씩 성과를 내는 업체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설계자산(IP) 개발 및 공급하는 오픈엣지테크놀로지(이하 오픈엣지)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신경망처리장치(NPU)와 메모리 시스템 IP가 주력이다. IP 라이선스 요금과 반도체 생산 물량에 따라 로열티를 받는 수익구조다. 영국 ARM의 비즈니스모델(BM)과 유사한 형태다.

지난 5일 서울 강남 본사에서 만난 이성현 오픈엣지 대표는 “반도체 설계와 제조를 담당하는 업체를 팹리스와 파운드리드라 부른다. 우리는 팹리스에 IP를 판매하는 ‘칩리스’ 회사로 정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픈엣지는 지난 2017년 12월 설립된 회사다. 삼성전자 출신 이 대표를 비롯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칩스앤미디어 등 연구원이 모인 곳이다. 이듬해 5월 시리즈A를 시작으로 2020년 2월 시리즈B, 2021년 5월 시리즈C 펀딩을 완료했다. 총 450억원 규모로 현대차 SK그룹 산업은행 등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 대표는 “공략 분야는 인공지능(AI) 엣지 컴퓨팅으로 NPU와 메모리 시스템을 결합하는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다. 두 IP를 가진 업체는 오픈엣지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및 증강현실(AR) 기기 등에 쓰이는 AI 반도체용 IP 개발과 상용화가 목표다.

현재 최대 매출원은 메모리 시스템 IP다. 이는 D램으로부터 중앙처리장치(CPU) 등에 데이터를 공급하는 길목에 있는 시스템이다. 기존에 D램을 제어하고 데이터를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면 지난 2019년 캐나다의 ‘물리층(PHY) ’설계업체를 인수해 사업 범위를 넓혔다. PHY는 고속 신호를 담당한다. 지나가는 길인 ‘버스’도 다룬다. 이를 통해 경쟁사보다 30% 이상 빠른 데이터 이동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작년 미국 마이크론에 관련 IP를 공급한 데 이어 SK텔레콤이 같은 해 공개한 AI 반도체에 메모리 시스템을 투입했다. 이외에 삼성전자 텔레칩스 등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이 분야는 2025년 1000억원 매출이 기대된다.

또 다른 먹거리 NPU는 시장이 열리지 않은 단계다. 아직 실적을 말하기는 이르지만 일부 성과는 있었다. 오픈엣지는 지난 2018년 보안카메라 업체 아이닉스에 NPU 및 메모리 시스템 통합 플랫폼을 납품한 바 있다. 현재 두 번째 버전도 준비하고 있다. 향후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와 고성능 NPU 등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이 대표는 “NPU의 최종 사용자는 비전 또는 보안카메라, 자율주행차 등이 될 것”이라며 “케이던스 시놉시스 등이 연구개발(R&D)하고 있으나 절대적인 강자가 없다. NPU 시장이 개화하면 오픈엣지 가치도 올라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오픈엣지는 단순히 반도체 IP 사업을 영위하는 데만 의미를 두지 않았다. 국내 전문인력이 특정 집단에 소속돼 한정적인 역할을 맡기보다 자유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길을 만들고자 한다.

이 대표는 “반도체 인력이 없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 똑똑한 친구들 참 많다. 대기업에서 치고받고 하지 않아도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먹고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면서 “꼭 오픈엣지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회사를 차리는 등 다른 길도 충분히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오픈엣지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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