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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철퇴' 바이낸스, 세계 1위 지킬 수 있을까

박현영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각국 규제 폭탄, 집단소송 등 각종 악재에 직면하면서 세계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규제가 사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지만, 사용자들이 전 세계에 퍼져있는 만큼 완벽한 제재는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그동안 지켜온 1위 자리를 뺏기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다.

◆영국발 규제에 각국 '들썩'…사면초가 바이낸스

지난 13일(현지시간) 런던 파이낸셜뉴스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영국 사용자를 대상으로 파운드화 출금 서비스를 또 한 번 중단했다. 이달 초 출금을 재개한 이후 두 번째다.

영국은 바이낸스에 제재를 가한 대표적인 국가다.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지난달 26일 바이낸스의 영국 법인 ‘바이낸스 마켓 유한회사’가 당국의 승인 없이 영업을 해선 안된다며 영업행위를 멈출 것을 요구했다. 이에 바이낸스는 영국 사용자를 대상으로 파운드화 출금을 일시 중단했고, 이번에 한 번 더 중단하게 됐다.

FCA의 결정은 각종 연계 서비스들이 바이낸스 지원을 중단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영국 결제서비스 업체 클리어 정션(Clear Junction)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바이낸스와 관련된 거래는 모두 승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영국 바클레이즈 은행은 바이낸스에 대한 신용·직불카드 결제 지원을 중단했다.

국내에서도 바이낸스를 중심으로 해외 거래소의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상 영업신고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다. 이달 초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바이낸스가 특금법 상 신고를 하지않으면 영업을 정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데 이어,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지난 13일 “단순한 한국어 서비스인지, 아니면 이를 통해서 영업을 하는지를 소명하도록 (바이낸스에) 안내문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캐나다, 일본 등도 바이낸스에 규제 칼날을 들이댄 상태다. 지난달 29일 바이낸스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정부의 압박에 해당 지역에서 영업을 중단했다. 일본 금융청도 바이낸스가 자국 내에서 신고 없이 영업을 한다며 경고한 바 있다.

각국 규제뿐 아니라 최근에는 집단소송 문제도 겹쳤다. 지난 11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전 세계 투자자 700여명이 바이낸스에 피해보상을 요구하고자 프랑스 변호사와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5월 가상자산 폭락장 때 바이낸스 사이트가 멈추는 바람에 손해를 봤다는 게 근거다.

◆경쟁 거래소 반사이익에도…"한 번에 무너지기는 어려울 듯"

이같은 악재가 계속되자 일각에서는 바이낸스의 세계 1위 자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영국발 바이낸스 단속 이후 일부 경쟁 거래소들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현지시간) CNBC는 비트스탬프, 크라켄, 제미니 등 경쟁 거래소들이 바이낸스에 대한 영국 규제로 반사이익을 봤다고 보도했다. 특히 유럽의 대표적인 거래소인 비트스탬프는 지난달 말 영국 FCA가 바이낸스에 경고를 날린 뒤로 신규 가입자가 138% 가량 증가했다. 특히 영국 고객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게 비트스탬프 측 설명이다.

제미니 거래소 창업자이자 ‘윙클보스 형제’로 유명한 카메론 윙클보스도 지난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규제당국의 요구를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장기적 관점에선 제미니가 바이낸스를 넘어설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제미니를 ‘가장 빠른 거북이’에 비유하며 천천히 가더라도 규제를 모두 준수함으로써 바이낸스와 차별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 거래소를 제외한 다른 가상자산 업계 종사자들은 바이낸스의 1위 자리가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예측을 내놨다. 유명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이 가장 많이 상장되어있으며, 여러 투자자들이 노리는 유망 프로젝트들도 여전히 바이낸스를 1순위로 꼽고 있어서다. 바이낸스가 디파이, NFT 등 신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 중인 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내 블록체인 업체 관계자는 “상장 프로젝트가 다양하기도 하고, 그동안 전략적으로 쌓아온 브랜딩이 있어 한 번에 무너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이용되고 있어 완벽한 제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각국 규제가 심해진다고 한들 1위 자리를 내놓게 될지는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창펑쟈오(Changpeng Zhao) 바이낸스 CEO가 각국의 규제를 오히려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점도 이 같은 예측의 근거로 꼽힌다.

그는 지난 7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규제가 많아지는 것은 가상자산 산업이 성숙해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라며 오히려 규제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어 ▲국제 컴플라이언스(규제 준수)팀 확장 ▲자금세탁방지(AML) 등 컴플라언스 관련 파트너십 확장 ▲각국 규제에 알맞은 지사 설립 등 현 상황에 알맞은 실질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박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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