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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블록체인] 업비트 영업신고했지만…갈수록 지키기 힘든 특금법, 국내 시장 위축될까

박현영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한 주간 블록체인‧가상자산 업계 소식을 소개하는 ‘주간 블록체인’입니다.

<주간 블록체인>은 기자가 음성 기반 SNS ‘음(mm)’에서 다룬 내용을 토대로 작성됩니다. 매주 목요일 9시 가상자산 재테크 서비스 ‘샌드뱅크’의 백훈종 COO(최고운영책임자)와 함께 ‘음’에서 <귀로 듣는 주간 블록체인> 방을 엽니다.

방에서는 전문가 패널로부터 더욱 심도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며, 기자에게 직접 질문도 가능합니다. ‘음’은 카카오톡 내 서비스로, 카카오 계정만 있으면 누구나 들어와서 방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번주에는 드디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상 영업신고를 처음으로 접수한 거래소가 나왔습니다. 모두가 예상했던 것처럼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입니다. 업비트는 지난 20일 저녁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서를 냈는데요. 이후 금융당국의 심사를 거쳐 신고 수리 여부가 결정될 예정입니다.

업비트가 신고서를 내긴 했지만, 국내 거래소들의 상황은 녹록치 않습니다. 지난 16일 정부는 금융위원회의 거래소 컨설팅 결과를 알리며 특금법 신고 조건을 충족하는 거래소가 한 곳도 없었다고 했습니다. 중소 거래소는 물론 4대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조차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죠.

국내 거래소들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해외 거래소들은 일제히 ‘한국 끊어내기’에 돌입했습니다. 지난주 바이낸스에 이어 이번주에는 비트프론트 등 다른 거래소들도 한국어 지원 및 원화 결제를 중단하기 시작했습니다.

가까이에서 보면 거래소들의 사업 문제이지만 멀리서 보면 국내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입니다. 코인을 발행한 블록체인 기업들은 국내 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기 더 어려워질 것이고, 거래소 선택지가 줄어든 국내 투자자들의 투심은 시들해질 수 있습니다.

이번주 <주간 블록체인>에서는 대형 거래소도 준수하기 어려운 특금법, 그리고 해외 거래소의 ‘한국 끊어내기’가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다뤄보겠습니다.

◆업비트는 신고서 냈지만…대형 거래소도 ‘특금법 준수’ 어렵다

지난 16일 정부는 사업자들의 특금법 이행 준비상황이 전반적으로 미흡하다는 결론을 내놨습니다.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금융위가 가상자산사업자를 대상으로 현장컨설팅을 실시했는데, 컨설팅 시점에서 볼 때 신고 수리 요건을 모두 충족한 사업자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금융위는 사업자들에게 미비한 사항을 보완하도록 요구했습니다.

미비 사항을 가장 먼저 보완해 영업 신고를 마친 곳은 업비트입니다. 원화마켓을 운영하는 거래소라면 반드시 필요한 실명확인 입출금계좌(실명계좌)도 케이뱅크와 제휴해 보유하고 있고,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이나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도 갖춘 대형 거래소죠. 물론 금융당국의 심사가 남아있지만, 어쨌든 업비트가 ‘1호 거래소’가 되는 것은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거래소들은 순탄하지 않습니다. 한 때 업비트보다 더 컸던 빗썸이나, 대형 거래소임에도 해킹 사고가 없던 코인원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두 거래소는 NH농협은행과의 실명계좌 계약을 특금법 영업신고 기한인 9월 24일까지 연장해두기는 했는데요. 현재 농협은행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트래블룰’을 이유로 거래소들에게 가상자산 입출금을 막으라고 요구한 상태입니다.

가상자산 입출금을 막으면 거래소 내에서 지나친 가격 프리미엄이 발생할 수도 있고, 시세조종에도 쉽게 노출될 수 있습니다. 때문에 거래소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입니다. 그러나 요구를 무시하기엔 농협은행과의 실명계좌 관련 협상이 달려있죠. 두 거래소가 선뜻 영업신고를 하지 못하는 데에는 이런 배경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것입니다.

4대 거래소라 불리는 대형 거래소들도 이런데, 중소 거래소들은 어떨까요? 당연히 영업신고가 힘듭니다. 두 세 곳 정도만 지킬 수 있는 법이 과연 합리적인 법인지 의문이 터져나오는 상황입니다. 이에 국회에서 신고 요건을 완화하는 특금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해외 거래소는 당연히 특금법 못 지켜…‘한국 끊어내기’ 돌입

국내 대형 거래소들도 지키기 힘든 특금법, 해외 거래소가 이를 준수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입니다. 특금법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해외 거래소라면 요건을 갖춰 국내 금융당국에 영업을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해외 거래소가 ISMS나 실명계좌 같은 요건을 갖춰 신고할 확률은 매우 낮죠.

얼마 전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한국어 서비스 등을 지원하는 해외 거래소 27개사에 특금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취지의 경고문을 보냈습니다. 이에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한국어 서비스, 원화 거래 페어 등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이번주에는 네이버 계열사 라인이 설립한 거래소 비트프론트가 특금법을 근거로 한국어 서비스와 한국 신용카드 결제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대형 파생상품 거래소인 FTX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선택지는 크게 줄어들 전망입니다. 국내 거래소도 극소수만 남게 되고, 해외 거래소의 한국어 페이지도 이용할 수 없다면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거래소는 손에 꼽히게 됩니다.

◆엄격한 규제, 한국 시장 위축 가능성 ↑

그렇다면 이런 규제환경이 우리나라 가상자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사실 거래소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은 세계적 흐름이기도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바이낸스를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뿐 아니라 영국, 스페인 등 유럽 국가와 말레이시아 등도 바이낸스에 경고를 날렸습니다. 이에 바이낸스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홍콩 등 다른나라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일부 서비스를 중단했기도 했죠.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 거래소들의 서비스 중단이 미치는 영향이 유독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백훈종 COO는 “OTC(장외거래) 플랫폼이나 P2P(개인 간) 거래 플랫폼이 활성화된 해외와 달리, 국내 시장은 아직 일반적인 중앙화 거래소에 집중돼있다”며 “해외 거래소를 이용할 수 없게 되면 다른 나라에 비해 국내 시장이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OTC나 P2P보다 일반 거래소를 쓰는 데 익숙한 국내 투자자들의 경우, 투심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더불어 우리나라는 국내 거래소도 소수만 남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죠. 남은 거래소들의 운명도 실명계좌를 발급해줄 은행에 달려있는데요. 이 때 큰 문제점이 있습니다. 은행이 거래소를 평가하는 기준 중 하나로 ‘상장 코인 수’가 꼽히기 때문입니다.

은행들은 상장한 가상자산의 수가 많을수록 거래소의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판단합니다. 따라서 현재 국내 거래소들은 상장을 최대한 ‘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일각에서는 대형 거래소들이 한동안 ‘K-코인’을 상장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는데요. 국내 기업의 코인, 즉 K-코인은 금융당국의 감시 대상이 되기 쉽기 때문이죠.

만약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자체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블록체인 기업들은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습니다. 원래 가상자산 발행 기업들의 정형화된 루트는 국내 대형 거래소에 자체 코인을 상장하고, 해외 거래소로 진출하는 방식이었는데요. 이 루트를 바꿔야 합니다.

국내 대형 거래소 상장이 매우 힘들어진 만큼, 루트를 바꿔 해외 거래소에 먼저 상장하더라도 국내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기는 힘들 것입니다. 해외 거래소들이 국내 투자자 대상 서비스를 중단하는 추세이니까요.

이를 종합하면 전반적으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위축될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의 투심이 식을 수 있고, 국내 가상자산 발행 기업들도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처럼 ‘화이트리스트’? 시장 발전에 악영향 클 듯

이런 상황이 계속되다 보면 우리나라도 일본과 비슷한 규제환경을 갖출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일본은 정부에서 허가한 거래소만 영업할 수 있도록 하고, 정부가 인정한 코인만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완전한 ‘화이트리스트’ 방식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도 강력한 규제 때문에 가상자산 거래량이 줄고, 시장이 위축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에 투자 시장의 자금 규모가 일본만큼 크지 않은 우리나라는 더욱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금법으로 인해 사업자들이 크게 줄어들면 아무래도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백 COO는 “일본의 경우 주식시장도 세계에서 손 꼽히는 규모인 만큼, 자금의 규모 면에서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다”며 “우리나라가 ‘화이트리스트’ 체제로 갈 경우 시장이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박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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