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T

[주간 블록체인] 美 인프라법, 한국어 없앤 바이낸스… 투자자가 알아야 할 국내외 규제

박현영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한 주간 블록체인‧가상자산 업계 소식을 소개하는 ‘주간 블록체인’입니다.

<주간 블록체인>은 기자가 음성 기반 SNS ‘음(mm)’에서 다룬 내용을 토대로 작성됩니다. 매주 목요일 9시 가상자산 재테크 서비스 ‘샌드뱅크’의 백훈종 COO(최고운영책임자)와 함께 ‘음’에서 <귀로 듣는 주간 블록체인> 방을 엽니다.

방에서는 전문가 패널로부터 더욱 심도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며, 기자에게 직접 질문도 가능합니다. ‘음’은 카카오톡 내 서비스로, 카카오 계정만 있으면 누구나 들어와서 방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번주 블록체인 업계 종사자 및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했던 뉴스는 미국 인프라법일 것입니다. 인프라법은 바이든 정부의 사회기반시설(인프라) 투자를 위해 재원을 마련하려는 법인데요, ‘암호화폐 브로커’에 대한 과세안이 담겨 이슈화됐습니다.

인프라법 상 ‘브로커’의 범위가 매우 폭넓게 규정돼있어 자칫하면 대부분의 업계 종사자들이 과세 대상이 될 수 있고, 산업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암호화폐 산업이 위축된다면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 및 산업도 영향을 받을 수 있겠죠.

더불어 바이낸스가 원화 거래, 한국어 지원을 중단할 것임을 공식화했습니다. 우리나라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상 라이선스를 딸 수 없을 것으로 파악하고, 특금법 위반이 될 수 있는 기능을 정리한 것인데요. 국내에도 바이낸스를 쓰는 투자자들이 많은 만큼 반드시 눈여겨봐야 하는 이슈입니다.

이번주 <주간 블록체인>에서는 미국 인프라법의 문제와 관련 시장 전망, 그리고 바이낸스 관련 문제까지 다뤄보겠습니다.

◆인프라법 속 ‘암호화폐 브로커’ 과세, 도대체 뭐길래?

우선 전 세계 가상자산 업계가 주목한 이슈, 인프라법부터 다뤄봅니다. 인프라 투자용 재원을 마련하는 게 목적인 이 법안은 주요 내용 중 하나인 ‘암호화폐 브로커’ 과세안 때문에 더욱 이슈화됐습니다.

해당 과세안은 상당 규모의 세금을 암호화폐 브로커들로부터 걷어 인프라에 투자한다는 것인데요. 과세 대상인 브로커들은 엄격한 고객 거래정보 보고 의무도 준수해야 합니다.

이 때 브로커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가 논란이 됐습니다. 제출된 법안에 따르면 사실상 암호화폐 거래를 하는 모든 시장 참여자를 ‘브로커’로 규정지을 수 있기 때문이죠. 법안은 “다른 사람을 대신해 디지털자산(암호화폐)을 전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누구나 브로커가 될 수 있다”고 폭넓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폭넓게 브로커의 범위가 정해진다면, 미국 암호화폐 산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겠죠. 분명 세계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고요.

논란이 이어지자 수정안이 나왔습니다. 팻 투미 의원을 비롯해 신시아 루미스, 롭 포트먼, 마크 워너, 키르스텐 시네마, 론 와이든 의원 등이 수정안을 내놓고 동료들을 설득하기 시작한 건데요.

‘브로커’의 범위에서 암호화폐 채굴자, 노드(블록체인 네트워크 참여자) 운영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을 제외하는 게 골자입니다. 이들은 보고할 고객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 업계 종사자들로, 기존 범위 내에 포함되는 게 불합리하다는 것이죠.

중간 과정 성격의 표결이 끝난 뒤 나온 수정안이라 해당 내용이 반영되려면 상원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리처드 셸비 의원 등이 군사 예산 내용을 포함한 자신의 수정안이 반영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반대 표를 던졌고, 결국 수정안이 아닌 원안이 하원으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다행인 것은 하원 심사과정에서 수정안이 다시 반영될 수 있다는 겁니다. 안나 에슈 민주당 하원의원이 ‘암호화폐 브로커’ 범위 부분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또 미국 재무부도 '브로커'의 범위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이고요. 미국 암호화폐 산업의 향방은 꾸준히 눈여겨봐야 할 이슈이므로, 여름 휴회가 끝나는 9월 하원이 어떤 선택을 할지 계속 지켜봐야 합니다.

◆"통과될까 수정될까" 인프라법, 산업‧시장에는 어떤 영향?

인프라법의 ‘암호화폐 브로커’ 범위가 논란이 되면서 해당 뉴스가 산업 및 시장에 끼칠 영향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브로커의 범위가 이대로 확정될 경우 이중과세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백훈종 COO는 “미국에서는 이미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이 사업자로서 법인세도 내고 있고, 암호화폐 투자 소득도 내고 있는데 ‘브로커’라고 규정하며 또 한 번 세금을 매긴다면 이중과세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같은 문제가 시사하는 바도 있습니다. 암호화폐, 블록체인의 선도 국가인 미국조차 규제를 확립할 때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죠.

왠지 우리나라 특금법의 모호한 ‘가상자산사업자’ 범위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도 가상자산 거래소, 커스터디(수탁)업자, 지갑 서비스업자 라는 세 가지로 사업자 범위를 구체화했음에도 불구, 계속 범위가 모호하다는 논란이 생기고 있습니다. 사업자가 사용자 지갑의 키(key)를 보관하고 있는지 여부를 일일이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고요. 암호화폐 자체가 워낙 신산업이다 보니 어느 국가든 이런 시행착오를 겪나 봅니다.

그렇다면 암호화폐 시장은 영향을 받을까요? 일각에서는 여름 휴회 이후까지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만큼,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이에 대해 백 COO는 “악재는 예상치 못한 뉴스가 악재인데, 인프라법은 모두가 ‘최악’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큰 악재는 아니”라며 “최악은 원안대로 통과되는 것인데, 미국의 과세가 암호화폐 시장 전체를 침체시킬 만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바이낸스는 한국어‧원화페어 중단…국내 특금법이 근거

인프라법과 더불어 바이낸스 관련 이슈도 살펴보겠습니다. 바이낸스는 지난 13일 공지를 통해 “한국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서비스 제공 내용을 수정한다”고 밝혔습니다.

바이낸스는 기존에 지원하던 한국어 서비스와 더불어 ▲원화 거래 페어 ▲원화 결제 옵션 ▲P2P(개인 간) 거래 신청 등을 모두 중단합니다. 텔레그램을 비롯한 한국어 커뮤니케이션 채널도 운영하지 않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금융당국의 조치에 따른 대응입니다. 국내 금융당국은 해외 거래소도 한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한다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영업신고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한국어 서비스 등을 지원하는 해외 거래소 27개사에 특금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취지의 경고문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영업신고를 하지 않은 채 한국어 서비스 등을 이어가면 불법 영업이고, 특금법에 따라 처벌 받을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죠.

이에 바이낸스도 한국어 서비스, 원화 거래 페어 등을 중단하기로 한 것입니다. 한국 특금법 상 영업신고는 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아직 한국에서 사이트가 막히지 않았고, 원화 페어로만 거래가 막히는 것이므로 암호화폐를 통한 거래는 가능합니다.

◆바이낸스 향한 규제, 세계적 흐름…향후 전망은?

창펑쟈오 바이낸스 CEO./출처-바이낸스 블로그
창펑쟈오 바이낸스 CEO./출처-바이낸스 블로그
문제는 바이낸스를 향한 규제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 흐름이라는 것입니다. 전 세계 가상자산 거래소의 대표주자인 바이낸스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입니다.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둔 탓에 오히려 전 세계 국가들로부터 규제의 칼날을 맞게 된 것이죠. 규제에 대응하려면 그동안 공격적으로 확장해온 서비스를 하나 둘씩 줄여나가야 하는 형국입니다.

우선 바이낸스는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지역과 홍콩 지역의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선물, 마진 거래 같은 파생상품 거래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입니다. 해당 국가들의 경고에 따라 취한 조치인데요. 바이낸스가 원래 거래량이 많은 거래소이기는 하지만, 주요 서비스인 파생상품 거래량이 줄면 영업이익 등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말레이시아 등에서는 법정화폐 페어 거래를 중단했습니다. 말레이시아 역시 바이낸스에 불법 운영을 하지 말라는 경고를 날린 바 있죠.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특정 국가에서 사이트를 차단할 경우, 일시적으로는 고객이 이탈할 가능성이 큽니다. 가상자산 관련 비즈니스라면 전부 시도하던 바이낸스의 역량이 움츠러들 것이란 예측도 나옵니다.

하지만 워낙 큰 거래소인 만큼, 바이낸스를 없애진 못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예측입니다. 백훈종 COO는 “일시적으로는 고객이 이탈하고 사업 역량도 위축될 수 있으나, ‘대마불사’라는 말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바이낸스의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살 길을 찾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다만 소비자의 선택지가 줄어들 가능성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바이낸스 사이트가 막힌다면 바이낸스의 스테이킹(예치) 서비스에 돈을 예치해둔 투자자들은 곤란해지겠죠. 예치금은 일정기간 동안 건드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규제가 오히려 투자자 피해를 야기하고 선택지를 좁히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바이낸스는 사업에 차질이 있을 수 있음을 인지하면서도, 일단은 규제를 환영한다는 입장입니다. 바이낸스 측은 “우리의 목표는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의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라며 “가상자산 업계에 규제 프레임워크가 생기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박현영
webmaster@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