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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 확인서’ 안 주는 농협은행…업비트 외 대형 거래소도 영업신고 가능할까

박현영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업비트가 가상자산 거래소 중 최초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상 영업신고 서류를 제출한 가운데, 다른 대형 거래소들도 기한 안에 신고서를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고 마감기한을 한 달 여 앞둔 현재, 업비트 외 대형 거래소로 꼽히는 빗썸, 코인원, 코빗은 아직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 발급 확인서를 받지 못한 상태다.

◆농협‧신한 실명계좌 확인서 ‘아직’…거래소 신고 난항

23일 업계에 따르면 빗썸, 코인원, 코빗은 영업신고 전 막바지 준비 단계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실명계좌 발급 확인서만 받으면 영업신고가 가능하게끔 준비를 마쳤으나, 은행과의 협상이 쉽게 풀리지 않아서다.

빗썸과 코인원은 2년 넘게 NH농협은행과 실명계좌 제휴를 맺어왔다. 농협은행은 6개월마다 심사를 거쳐 실명계좌 계약을 연장했지만, 현재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트래블룰’을 근거로 확인서를 내주지 않고 있다.

농협은행은 확인서를 발급받으려면 가상자산 입출금을 막으라는 입장이다. 최근 농협은행은 빗썸과 코인원에 트래블룰 시스템 구축 전까지 가상자산 입출금을 막으라고 권고했다.

실명계좌를 통한 원화입출금과 달리, 가상자산은 익명의 외부 지갑으로도 출금할 수 있으므로 자금세탁 리스크가 크다는 게 농협은행 측 근거다. 때문에 송수신 정보를 공유하는 트래블룰 시스템이 구축되기 전까진 가상자산 입출금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거래소 입장에서 이는 무리한 요구다. 가상자산 입출금을 막으면 해당 거래소 내 시세와 다른 거래소 간 시세 차이가 커질 수 있으며, 시세조종에도 취약해진다. 그러나 특금법 영업신고를 위해선 농협은행의 실명계좌 확인서가 필요하므로 무시할 수도 없는 요구다.

이에 대해 빗썸, 코인원 측 모두 “가상자산 입출금 관련해 농협은행과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코빗과 제휴한 신한은행은 이같은 요구를 하지는 않았으나, 농협은행의 입장이 강경한 만큼 상황을 지켜보는 것으로 보인다.

코빗 관계자는 “아직 신한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 확인서를 발급받지는 못했다”며 “지속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업비트 신고 건‧특금법 개정안에 희망 거는 거래소들

대형 거래소도 영업신고가 힘든 상황이지만 업계는 업비트가 신고서를 냈다는 점에 희망을 걸고 있다. ‘1호 거래소’가 나온 만큼, 계좌를 발급하는 은행들의 입장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란 추측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지난 20일에 업비트가 첫 ‘스타트’를 끊은 만큼, 업비트 사례를 본 은행에서도 진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중소 거래소들은 특금법 개정안에 희망을 거는 모습이다. 앞서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특금법 상 신고 수리 요건인 실명확인 입출금계좌(실명계좌)를 신고 수리 요건이 아닌 금융거래 요건으로 옮기고, 신고 기한을 늦추는 특금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조 의원은 지난 19일 열린 ‘특금법 원포인트 개정 포럼’에서 “불법자금 방지라는 특금법의 입법 목적을 초월하는 불필요한 규제는 완화해야한다”며 “법 시행 과정에 문제점이 확인됐고, 그 문제점을 바로잡아 달라는 주권자들의 목소리가 있다면 국회와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박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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