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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라이트닷넷] 금융위원장 청문회, ‘가상자산’이 핵심 쟁점 된 이유

박현영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후보자./출처=국회방송


[IT전문 미디어 블로그=딜라이트닷넷] 27일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렸습니다. 최근 사회적 이슈인 가계부채 문제가 주요 쟁점이지만, 가계부채 못지않게 가상자산에 관한 질의도 나오는 상황인데요.

사실 금융위원회가 가상자산사업자 관리감독기관인 점을 고려하면 가상자산이 쟁점인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이번 청문회에선 그동안 금융위가 가상자산에 대해 취해온 입장과, 가상자산사업자 영업신고의 부조리함이 맞물려 더 큰 쟁점이 됐습니다. 금융위원장 청문회에서 가상자산이 이토록 많이 다뤄진 것은 처음입니다.

-배경1. 기존 금융위의 지나치게 부정적인 시각

우선 현 은성수 위원장이 이끈 금융위는 가상자산 관련 입장으로 투자자들의 큰 질타를 받아왔습니다.

지난 4월, 가상자산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면서 ‘은성수의 난’이라 불린 게 대표적이죠. 해당 발언 이후 20%가 넘던 김치프리미엄(국내 거래소의 가격이 해외보다 높은 현상)이 순식간에 사라질 만큼 가상자산 시장에도 파장이 컸습니다.

당시 은 위원장은 “정부는 가상자산을 투기성이 강한, 내재가치가 없는 자산으로 보고 있다”며 “가상자산에 투자했다고 해서 정부가 다 보호해줘야 하는 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가상자산에 대한 기본 입장 자체가 부정적이었습니다.

또 “사람들이 많이 투자한다고 보호해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고 밝혀 논란을 빚었습니다. 가상자산 투자가 ‘잘못된 길’이냐는 지적이 많이 제기됐죠.

이처럼 가상자산에 대한 금융위의 기조 자체가 부정적이었다보니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새로운 금융위원장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 수 밖에 없습니다. 내재가치가 없다며 무조건 배척하지 않고, 가상자산 투자를 ‘잘못된 길’로 보는 대신 투자자 보호책을 세워주기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이 같은 기대는 금융위원장 청문회에서 가상자산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배경이 됐습니다.

다만 고승범 후보자의 입장도 긍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청문회 전 서면답변에서 은성수 위원장의 답변과 거의 동일한 답변을 써 비판받기도 했습니다. 화폐도 아니고, 금융자산으로 보기도 어렵다는 답변을 내놓은 것이죠.

이날 열린 청문회에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상자산에 대한 우리나라 금융위의 시각이 너무 보수적”이라며 “4년 전에 금융당국이 이 시장을 부정했었는데, 4년 만에 시장이 더 커서 돌아왔다면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봐선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가상자산 투자와 관련해서도 “젊은이들이 왜 열광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배경 2. 금융위가 초래한 가상자산사업자 줄폐업

이와 더불어 가상자산이 주요 쟁점이 된 배경이 하나 더 있습니다. 가상자산사업자의 영업신고 기한 문제가 맞물린 것이죠.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른 사업자 신고 기한은 9월 24일로,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인데요. 주요 신고 요건인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을 획득한 사업자는 20개가 넘는데, 신고를 마친 사업자는 단 1개뿐입니다. 또 다른 주요 요건인 은행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 때문입니다.

실명계좌를 확보해야 하는 곳은 원화입출금을 지원하는 대부분의 가상자산 거래소들입니다. 이 때 거래소들이 실명계좌를 받지 못한 데에는 금융위의 영향이 매우 큽니다.

현재 거래소들은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등 모든 보안환경을 갖춰 은행 문을 두드렸음에도, 애초에 계좌를 발급해주려는 은행이 단 한 곳도 없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문제로 지적하는 것은 하나로 귀결됩니다. 은행이 금융위의 눈치를 본다는 것이죠.

금융위가 가상자산 자체를 위험한 존재로 취급하다 보니 은행은 섣불리 실명계좌를 내어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은행과 계약 체결이 거의 이뤄졌음에도 금융당국의 입장 때문에 계약 소식을 공개하지 못했다는 거래소까지 나왔습니다.

하지만 금융위는 계좌 발급을 안해주는 것은 온전히 은행의 결정이라는 입장입니다. 결정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눈치를 본다는 은행과, 계좌 발급은 전적으로 은행의 결정이라는 금융위의 입장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애초에 거래소 신고가 은행의 평가로 이루어지는 법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이날 청문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다루어졌습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여러 국회의원들이 거래소들의 어려움을 전달했으나 고승범 후보자는 “해결방안을 검토해보겠다” 정도로만 답했습니다.

임명되면 거래소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겠다는 뜻도 전했지만 특금법 개정이나 은행의 면책과 관련해서는 부정하는 듯한 입장을 보였고요. 즉, 기존 특금법 상 신고 요건과 신고 기한을 최대한 유지하겠다는 뜻입니다.

만약 고 후보자가 임명된다면 ‘거래소 줄폐업 방지’가 최우선 과제로 꼽힐 전망입니다. 9월 24일이 코 앞이기 때문입니다. 그 때까지 고 후보자가 한 걸음 나아간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됩니다.


[박현영기자 블로그=블록체인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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