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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장 유망기업탐방] 오럼머티리얼, 日 DNP에 도전장…세계 최초 '8세대 FMM' 양산

김도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만들기 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는 해외의존도가 높다. 지난 10여년 줄곧 지적했던 문제다. 일본 수출규제는 한국 기업의 약점을 부각했다. <디지털데일리>는 소부장 육성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 유망기업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최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는 스마트폰에 이어 TV 노트북 태블릿 등으로 스며들고 있다. 스마트폰은 이미 중저가 모델에도 OLED 탑재가 이뤄지고 있으며 TV 시장에서 OLED 비중은 점차 확대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가 OLED 기반 노트북과 태블릿을 출시한 가운데 애플도 내년부터 OLED를 장착한 아이패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시장이 커지면서 삼성디스플레이(유리)와 LG디스플레이(플라스틱)는 중소형 OLED의 원장을 키우기로 했다. 기존 6세대(1500㎜×1850㎜) 및 6세대 하프(1500㎜×925㎜)에서 8세대(2200㎜×2500㎜)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원장이 커지면 한 번에 더 많은 패널을 만들 수 있다. 생산 시간과 원가를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8세대 OLED 전용 장비와 소재 등이 갖춰져야 한다. 이 중 레드·그린·블루(RGB) 유기물 증착 시 모양 자 역할을 하는 파인메탈마스크(FMM) 개발이 핵심으로 꼽힌다. 증착은 물질을 가열해 기판에 입히는 단계다. 수증기 원리와 같다. 따라서 인장기로 FMM이 평평하게 펼쳐지도록 고정해야 한다. 문제는 FMM이 워낙 얇아 크게 만들면 처지게 된다는 점이다. LG디스플레이가 대형OLED를 화이트OLED(WOLED)로 구현하는 이유다. 백색 소자만 증착하기 때문에 FMM 대신 영역을 구분하지 않는 오픈마스크를 사용한다.

현재 FMM 분야는 일본 다이니폰프린팅(DNP)이 독점하고 있다. 이 회사마저도 8세대 FMM 개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에서 복수의 업체가 FMM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인 가운데 오럼머티리얼은 기성 업체와 다른 방식으로 도전하고 있다.

기존 FMM은 필름 모양의 FMM 스틱 여러 개를 프레임에 붙여 만든다. 이 과정에서 각 스틱을 인장하고 용접해야 한다. 6세대 하프 기준으로 스틱당 5~6개의 미세한 구멍(셀)이 있다. 오럼머티리얼은 프레임에 타일을 붙이듯 FMM을 제조하는 유닛셀(UC) 방식을 개발했다.

그동안 스틱 정밀 제어가 쉽지 않아 FMM 확장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UC 방식은 별도의 인장이 필요 없어 FMM을 키우는 것이 가능하다. 더 큰 셀을 만들면 접는(폴더블) 스마트폰, 태블릿 등에 쓰일 패널 원장용 FMM을 만들 수 있는 셈이다.
셀 수율(생산품 중 양품 비율)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스틱 방식은 하나의 셀이 불량이 나면 스틱 전체를 버려야 하지만 UC 방식은 셀 하나만 교체하면 되는 덕분이다.

지난 25일 만난 오럼머티리얼 이영호 전무는 “스틱 방식은 대화면으로 갈수록 설비 투자 비용이 많아진다. 면적이 커지는 만큼 수율이 떨어지고 위치정밀도 만족을 위한 인장 및 용접도 어려워진다”며 “오럼머티리얼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템플릿 프로세스’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이는 셀의 가공성과 핸들링 편의성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템플릿은 회사가 자체 개발한 특수 소재다. 템플릿 위에 UC를 생성하고 이를 분리해 프레임에 부착하는 단계를 거쳐 FMM이 생산된다. 여기서 셀을 배치하는 얼라인 장비와 탈착하는 용접 장비가 필요한데 이는 탑엔지니어링과 공동 개발했다. 인장기를 투입하는 것보다 비용이 수배 적게 든다는 후문이다.

UC 방식은 해상도 향상에도 적합하다. FMM이 얇아지고 셀이 작아질수록 미세 증착에 유리다. 스틱 방식은 인장 이슈로 두께 한계가 20마이크로미터(㎛) 내외다. UC의 경우 10㎛ 미만까지 얇게 구현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무는 “인치당 화소수(ppi)를 높이려면 미세한 셀이 필요하다. UC FMM은 두께를 5~6㎛까지 줄일 수 있어 고해상도 제품에 적합하다”면서 “2500ppi 이상 패널 제작 관련 국책과제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오럼머티리얼은 연내 UC FMM 양산 검증을 마치고 내년 초 시설투자에 돌입할 방침이다. 이 전무는 “최근 2세대 및 4세대 하프 FMM 개발을 완료했고 6세대 하프는 올해 말까지 검증을 끝내고 내년 말부터 생산에 돌입할 것”이라며 “2023년부터는 8세대 FMM을 세계 최초로 출하하는 것이 목표”라고 이야기했다.

한편 오럼머티리얼은 원익테라세미콘(구 테라세미콘) 출신 임직원들이 지난 2007년 설립한 회사다. 2012년부터 전주도금 방식 FMM 개발을 진행하다가 2016년부터 UC 방식으로 전환했다. 국내외 고객사와 논의 중이며 향후 8세대 이상 FMM도 생산할 계획이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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