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카카오, 혁신인가 약탈인가]① 카카오가 미용실을 한다고?

권하영
자타공인 ‘국민 메신저’ 카카오가 언제부턴가 갈등의 중심에 섰다. 골목상권을 침탈한다는 비판부터 각종 갑질 논란까지 몰고 있다. 이것은 혁신을 위한 성장통일까. 아니면 사회적 책임에 대한 경고음일까. 스타트업을 넘어 거대 그룹사가 된 카카오의 단면을 살펴보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2016년 카카오가 ‘카카오헤어샵’을 출시한다고 했을 때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카카오헤어샵은 모바일로 미용실을 예약하고 사전 결제하는 서비스다. 오프라인 서비스를 플랫폼화한 것이지만 문제는 수수료였다. 영세한 동네 미용실들은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높은 수수료를 받아간다며 아우성쳤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현재, 카카오의 골목상권 진출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제 카카오는 미용실뿐만 아니라 택시호출, 대리운전, 스크린골프에까지 발을 걸쳤다. 거기다 좀 잘 나가는 스타트업이라면 업종 불문 카카오의 눈에 들어 흡수합병되는 일이 다반사다. 메신저 플랫폼에서 공룡 플랫폼으로 빠르게 덩치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 문어발 사업확장에 동시다발 상장까지

9일 카카오의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카카오 계열사는 해외 법인을 포함해 158개사에 이른다. 지난 2016년 70개사에서 5년 만에 2배 이상 늘었고, 카카오가 다음과 합병한 2014년(36개사)과 비교하면 4배 넘게 불었다. 이 같은 몸집 키우기로 카카오 공동체는 시가총액 기준 100조원을 넘기기도 했다.

카카오가 진출한 분야들을 살펴보면 결제·은행·보험·증권 등 금융 서비스부터 퀵서비스·꽃배달·택시호출 등 배달·모빌리티 서비스, 연예인 기획사를 포함한 웹툰·음원·영상 등 엔터테인먼트, 그 밖에 미용실·네일샵·영어교육·유아장난감·골프장까지 셀 수 없이 많다. 카카오톡을 통한 일상 플랫폼으로의 진화라기엔 다소 지나칠 정도다.

뿐만 아니라 카카오는 동시다발적인 상장 추진으로 계열사별 몸집 불리기에도 나섰다.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뱅크의 상장에 이어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재팬 등 기업공개(IPO)를 기다리는 회사들이 줄을 서고 있다. 덕분에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치솟았고, 상장 이슈가 있을 때마다 주가는 과열됐다.

◆ 골목상권에 높은 수수료 받아가는 카카오

문제는 이러한 카카오의 영역 확장이 주로 자영업자와 개인 사업자가 많은 골목상권에 치중돼 있다는 점이다. 카카오에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라는 비판과 더불어 내수 시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골목대장’이라는 수식어까지 붙는 이유다. 소비자들의 반발은 물론 진출한 업계와의 마찰도 점차 잦아지고 있다.

일례로 카카오헤어샵의 경우 첫 방문 고객에 대해 미용실이 내야 하는 수수료가 25%다. 반면 네이버에선 결제 수수료 2.9%를 제외하고 예약 수수료가 없다. 카카오헤어샵은 최근 재방문 고객에 대해선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했으나, 소규모 미용실일 경우 신규 고객 비중이 높아 오히려 수익성 악화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도 과도한 수수료 논란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카카오T블루를 이용하는 택시사업자는 KM솔루션과 5년간 월매출의 20%를 지급하는 ‘가맹계약’을 맺는 것과 별개로, 카카오모빌리티와도 3개월 단위 광고료·정보이용료 관련 ‘제휴계약’을 맺어야 한다.

전 의원은 카카오모빌리티가 KM솔루션의 지분 100%를 갖고 있다는 점을 지적, “올바른 계약이라면 제휴계약도 가맹계약과 동일하게 5년간 일정 액수로 맺는 것이 맞다”며 “택시사업자들은 3개월마다 제휴계약 조건이 변경돼 더 많은 수수료를 낼까 걱정하고 있는데 이런 것은 갑질”이라고 강조했다.

◆ 골목대장 벗어나 이제 외화벌이 나설 때

카카오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2조2176억원에 이른다. 사업영역을 보면 메신저 광고를 비롯해 금융·커머스 등 주로 국내 사업에서 상당한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카카오는 국내와 해외 사업 매출 비중을 따로 밝히고 있지 않지만, 올 상반기 감사보고서에서 “매출은 대부분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된 바 있다.

물론 카카오가 해외 진출을 아예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크게 빛을 발하지 못했다. 2011년 일본에 카카오톡을 출시했고, 2015년 미국 소셜미디어(SNS) ‘패스모바일’을 인수해 동남아 시장 진출을 모색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네이버의 메신저 ‘라인’이 일찌감치 일본과 동남아에 터를 잡은 것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최근 웹툰 등 콘텐츠 영역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선봉장으로 나선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웹툰·웹소설 등 사업을 펼치는 페이지컴퍼니와 연예·영상·음원 등 사업에 나선 M컴퍼니 및 멜론을 모두 품어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실제 일본 시장에선 픽코마 등 웹툰 플랫폼 성공 사례도 마련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국내 사업을 넘어 해외 사업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 입장에서도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카카오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서도 해외 진출은 핵심 과업”이라며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신규 서비스를 발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